배란기가 지나면 멘털 후회기가 찾아온다.
아기가 낮잠은 자는데 나는 잠이 오지 않고 집안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시간에는 독서나 영화 감상을 한다.
그러다가 월경처럼 주기적으로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것들을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무심코 생각을 한다.(배란일과는 겹치지 않으니 '그날이라 그런 거 아닐까?'라는 오해는 금물.)
여러 가지 후회스러운 경우들이 떠오르지만 희한하게도 매번 '정말 이건 후회스러워.'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전 직장에 이직한 일.
물론 전 직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나 자신의 개인적인 면으로 보았을 때는 기존 직장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던지 아니면 그 당시 같이 합격한 다른 회사로 이직했었던지 하면 지금보다 후회스러움이 적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노력해도 타이밍이 좋아 잘 나가는 사람(나뿐만 아니라 타인 피셜로 보았을 때도)보다 항상 뒤처지고 상사에게 뒤통수 맞는 일을 겪고 못된 동료를 만나 인간관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이러한 일렬의 상처들을 전 직장에서 전부 받았다.
전 직장이 첫 직장이었다면 '사회가 그렇구나'라고 여기겠으나 경력 8년 차에 옮겼던 전 직장은 그야말로 허우대만 큰 대기업이었지 내부는 타 대기업의 제도를 흉내내기에 급급했지 실제 적용은 너무 뒤처졌다.
다시 말하면, 본사 Paper work의 성과를 위해 총력을 다하다가 실행에 옮길 때 갑자기 방전되어 기획대로 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결과 분석이나 리뷰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단체였으니.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기획한 제품 마케팅 활동에 대한 월간 리뷰와 대책 보고를 하여 활동에 대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으나 차상위자를 포함한 임원들조차 과정에 대해 결과에 대해서는 눈곱만치도 관심이 없었으며 보고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기 일쑤였다. 그 이유는 내가 맡은 제품 과목이 그 당시 Minor 한 것이었기에 다른 Major 과목 오픈에 치였던 것이다.
제삼자에게는 '튀고 싶어 안달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쟤는 열정이 업무에 대한 동기니깐 진급도 이번에 안 해줘도 돼'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보상이 없었다. 오히려 '왜 난 진급 안 해주는 건가?', '저 사람보다 내가 부족한 것이 뭔가?' 불만을 적극 표출하는 이들은 다음 해 진급이 되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어떻게 하면 내가 맡은 제품이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까?', '제품의 점유율을 어떻게 올릴까?'라는 고민으로 치열하게 6년을 버텼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나도 매년 진급에 대한 클레임을 강하게 걸어야 했으며 굳이 야근까지 하면서 데드라인을 맞출 필요가 없었으며 멘털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일부러 착한 척할 필요도 없었다.
기왕 그렇게 되었던 거 하고 싶은 말 다하고 하고 싶은 행동을 했어야 했다.
그 당시로 돌아가면 미래를 모르니 또 같은 행동과 말을 하겠지만 지금은 지나간 과거이니 이게 진짜 후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