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수현 Sep 20. 2022

책을 고르는 기준, 진심의 향연

요즘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 중 하나는 편집자, 번역자가 그 책에 매료되었거나, 그 책을 세상에 내놓는 데 '진심'인 책, 그리하여 책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책이다.


<트랜스젠더 이슈>(강동혁 역), <망명과 자긍심>(전혜은, 제이 역)을 읽으면서 감탄했던 점은 번역자의 열정과 진심이 번역뿐만 아니라, 편집, 해설을 위해 추가된 내용 및 역자 주, 역자 후기 등 책 전반에 배어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저자와 번역자의 영혼을 함께 만나는 기분이 들고, 그들의 융합된 에너지가 시너지를 일으켜 나에게 전달되었다. 그렇게 내게 와닿은 진동이 만들어내는 감정은 호기심, 감탄, 고마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 등이다. 그것이 주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좋아서 한번 그런 감정을 맛보고 나면 자꾸 그런 책을 찾게 된다.


<서로 다른 기념일>은 김남희 편집자가 쓴 글에서 그 책을 한국에 출판하기로 결심하게 된 경위를 읽고 나서 찾아보게 되었다. 편집자를 매료시킨 책이라니, 대체 어떤 책이길래 그런지 궁금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난 후 여운이 가시질 않아 친구가 책을 사주겠다고 하길래 이 책을 사달라고 해서 책장에 꽂아두었다. 가끔 저자의 영혼이 필요할 때 꺼내어 읽으려고 영혼 충전용으로 소장했다. 충분히 충족되었다 싶으면, 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이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이런 식의 충족감을 맛보고 나면, 그 번역자와 편집자가 참여한 책 목록을 뒤져서 읽고 싶은 책 아카이브에 올려두게 된다. 책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지면서, 노지양, 홍한별 번역자의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를 찾아 읽고 있다. 책 만드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진심의 향연, 요즘 즐기고 있는 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가해자로부터의 '실질적 분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