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혼자 꼼지락 무언가를 작당 모의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 브런치도 그렇고, 그 외의 몇몇 개가 더 있는데 그것들을 실행시키기 위해 무지 노력한다. (왜 그러는지 나도 잘 모르지만 안 하면 아예 안 하고,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하는 이상한 성격 때문에 그런 듯하다.)
그중 작년 겨울부터 도전 아닌 도전을 하는 게 있는데 바로 딱 1년 옷 안 사고 버티기 중이다.
미니멀리스트도 아닌데 왜 갑자기 이런 결심을 했을까.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엄청난 헌 옷들이 결국은 쓰레기가 되어 처리되는 과정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나는 헌 옷 수거함에 넣은 옷들이 필요한 곳으로 갈 거라고 믿었고 좋은 일에 쓰일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세상은 너무나 넘치고 풍요로운 걸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 정리를 하면서 부족한 공간에 옷을 어떻게든 집어넣고 끌어 빼고 하는 데 지쳤다. 처음부터 옷장의 크기에 맞을 만큼만 소유하고 살았으면 이런 노동이 필요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아니 그보다 더 처음부터 내 몸 하나에 필요한 옷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시작됐다.
1년 동안 옷 안 사 보기.
그게 가능한지 한 번 해보기.
그리고 지난겨울부터 티셔츠 한 장도 사지 않고 버티며(?) 겨울, 봄을 보냈다.
이게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집 안이 직장인 전업주부라 TPO에 자유롭다는 게 크겠지만 여행을 가니까 사진에 예쁘게 남았으면 해서, 계절이 바뀌는데 적당하게 입을 게 없어서, 유행에 맞는 옷이 없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옷을 소비하던 나였기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떤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어찌나 사고 싶은 옷들이 생기는지 인터넷 쇼핑몰을 구경하다가 나도 모르게 결제 직전까지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새 옷을 안사도!
그럭저럭 살아진다는 거. 헐벗고 다니진 않는다는 거.
내가 사는 옷 스타일은 다 거기서 거기였고, 놀랍게도 사놓고 단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 존재했으며, 애석하게도 주말마다 차려입고 나갈 데이트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다시 계절이 바뀌었고 예쁜 여름옷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 사고 싶다!
그걸 입으면 나도 쇼핑몰 모델처럼 그럴싸할 것 같다.
그렇지만 거기서 그만 멈추고 빠져나온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난 지금 딱 1년 옷 안 사고 버티기 중이니까.
*본문에서 언급한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