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육아일기. 2017. 6. 20
동동이의 삼칠일이 오늘이다. 매일 보는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오르고 자라고 있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온 며칠은 먹고 자느라 하루를 꼬박 다 쓰더니 이제 부쩍 눈을 뜨고 앙앙 소리를 내며 울기도 한다.
조리원 천국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조리원 생활 하루 이틀은 실감하지 못했지만, 막상 집에 돌아오니 그곳은 진정 천국이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아이를 곧 낳는다면, 그곳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무조건 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돈 걱정은 나중에 하고...)
아이의 이름을 참 많이 고민하다가 지었고, 출생신고도 마쳤다. 우리의 등본에 아이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함께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처음 혼인신고를 하고 등본을 받아 볼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다. 마냥 설레기만 했던 그때와는 다른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진다.
출산할 때 너무나 큰 고통에 심신이 몹시 피폐해졌었다. 정말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낯선 경험에 난 며칠을 넋 놓고 살다가 정신을 차린 것 같다. 병원에서 눈 감으면 꿈속처럼 그 고통스러운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는데 악몽이 따로 없었다.
출산이라는 육체적 고통을 견뎌내고 나면 훈장처럼 엄마라는 배지를 당당하게 달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나는 여전히 나 자체만으로도 서툴고 약하고 부족한 사람이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 몸보다, 얼굴에 로션 하나 슥슥 바를 정신이 없는 것보다, 유축을 하며 가슴을 훌렁 드러내고 젖을 짜는 내 모습이 낯설어 울었다. 밤에는 조금 더 울었고, 그러다 아이를 보면 행복해 웃고 있는 요즘 생활이다.
내가 엄마라니! 불현듯 다가오는 현실에 뒷걸음질치고 싶게 무섭기도, 아이를 품에 꽉 안고 벅차게 차오르는 감정에 행복하기도 하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
아이의 작은 손과 발을 볼 때면, 마음에서 무언가가 파도치는데 그 파도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 거친 파도에 내 한 몸 뛰어들어도 두렵지 않을 어떤 강인함이 생긴 것 같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힘의 끝은 알 수 없이 깊고 넓다는 걸 느낀다.
삼칠일이라 아침에 삼신할머니께 빌었다. 드라마 도깨비를 보며, 삼신할머니는 정말 꼭 있다고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다해 빌었다. 우리 아이 건강하게 쑥쑥 크게 해 주세요. 우리 아이 사람들에게 예쁨 받게 해 주세요.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할 일 들과 알아봐야 할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지금은 그럴 여유가 생기질 않는다. 그럼에도, 오늘을 기록하고 싶어 아이를 재우고 부지런히 핸드폰 속 작은 키보드를 두드려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