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 Jun 28. 2022

손절 권하는 사회

사람 사는 모양은 어딜 가나 비슷해서, 직장생활이든 학교생활이든 어디가 됐든 인간관계를 잘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물음도 해답을 주는 대답도 요즘은 참 쉽게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인해 보이는 건지는 몰라도 (아마 심리학 관련영상을 봐서 그런 듯) 내 유튜브 메인 화면에 종종


이런 사람이랑은 손절하세요!
이런 친구는 당장 관계 정리하세요!
곁에 오래 둬야 할 사람!
지금 당장 관계를 끊어야 하는 유형!


등등 이런 썸네일이 자주 보인다.




나 역시 좋으면 좋고 싫으면 말지, 이런 생각으로 안 맞는 관계를 질질 끌고 가는 것보다는 정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었고, 나랑 잘 맞는 사람들이랑 잘 지내면 되는 거지 뭐. 그런 마음으로 20대와 30대 초반을 보냈다.


손절이라고 말할 것 까진 없고 그냥 관계에 노력을 안 하고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짧게 스치거나 좋았지만 틀어졌거나 오래 봤으면 좋았을 것 같은 사람들이 가끔 생각이 날 때가 있는데 어린 패기로 그런 인연들을 단칼에 끊어버리거나 뒤돌아섰던 것들이 후회로 남기도 한다.

 



예전에 배우 김태리가 맞지 않는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제 생각에는 잠시 시간을 두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잠시 거리를 두고서 서로의 삶에 좀 더 집중을 하다가 오래간만에 만나면 또 좋을 수도 있거든요. 추억 이야기도 하고, 옛날이야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아... 내가 이 친구의 이런 면을 좋아했었지. 내가 이런 일들이 있어서 얘랑 재밌게 놀았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고 전환점이 될 수도 있어요. 20년은 긴 시간이지만 싹둑 자르는 것보다는..."




지금 내 생각도 비슷하다. 좋았던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고 서먹했던 관계가 좋아지기도 하는 게 세상사 인간사 아닐까.

곁에 오래 둔 인연을, 모난 구석 보인다고 바로 내치고 너 오늘부터 손절각! 이런 것보다는

시간을 두고 보면 상황은 변하고 사람도 변하니까,


함께 어떤 한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곁에 남아 있는 게 살다 보니 참 감사한 일이라는 걸 느끼는 낼모레 마흔 아줌마의 후회와 생각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끊어내는게 맞는 관계들이 있긴 하지만)

작가의 이전글 미우면 그냥 사랑해버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