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누구보다 암울했던 순간, 그래도 그 속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었음을
브런치 작가로의 도전 2회 차만에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하니 어떤 내용으로 시작을 해야 할까라며 망설여졌다. 지원을 할 때 작가가 되면 어떤 내용의 글을 쓰겠다는 계획이 있었음에도 이 공간에 첫 운을 떼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오늘은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깊은 암울함 속에 들어왔다 나온 날이어서일지, 부족한 나의 글쓰기 실력으로나마 그 마음을 적어 나누고만 싶다. (추후 지금 작성한 글을 돌아보고는 후회할 수 있지만 그래도... )
오늘 하루는 뭔가 엄청 길게 느껴진다.
일터에서 나는 환자들에게 '판단, 비교, 강요'등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들을 소개하고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말들을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스스로'라며, 나 자신으로부터 우리는 가장 많이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람이 이렇게 말과 행동이 다를 수 있을까. 그렇게 당부 아닌 당부를 전한 당일, 나는 나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며 누구보다 암울한 퇴근길을 맞았다. '비교'가 무서울 수밖에 없는 것이, 겉으로 보이는 남들의 행복한 모습과 나만 아는 나의 극도로 암울한 모습, 대등한 비교를 하기에는 객관적으로도 너무나 차이가 큰 두 상황을 비교하기 때문인데 그것을 머릿속으로는 아는 나마저도 어찌할 수 없이 말도 안 되는 비교를 하면서 집으로 걸어오는 퇴근길, 눈시울이 몇 번이나 붉어졌는지 모르겠다.
사실 오늘 퇴근길에 호르몬 검사가 가능한 시기였던 나는, 검사를 위해 난임 전문 병원에 방문했다. 다 각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내원 환자로 접수, 상담의 과정을 거치면서 '결혼하신 지 꽤 되셨네요. 피임을 따로 하신 적이 없으실까요?'라는 별것 아닌 질문마저도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난임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고자 하는 이유를 물으려는 지극히 기본적인 질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기본적인 질문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노력해서 이렇게까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일이 내 인생에서 여태 없어서였을까. 남편과의 관계가 좋으면서도 여태 자연 임신이 되지 않고 있는 점이 마음의 응어리로 남아 이도 모르고 주변에서 '2세 계획'에 대해 정말로 궁금해서 질문을 해 올 때면 '그러게요. 이제 슬슬 생각하고 있어요'라며 마음에 없는 미소를 띠며 대답을 하곤 한다. 원래 고민 같은 것을 속으로 삭이기보단 그래도 가까운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편이고, 보통은 그 대상이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되기 마련인데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으로 혼자서 그 응어리를 크게 키워온 것이 화근이었을까. 생각보다 많이 지쳐있는 듯했다.
물론 최근에 배우자에게만큼은 그간의 마음들, 스트레스받아온 상황들을 털어놓았다. 어떻게 보면 누구보다 마음이 편치 않을 그였기에, 그에게 이런 말을 털어놓기까지 나름의 큰 각오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를 탓하기보단, 같이 이 난관도 이겨내고 싶었기에 용기 내어 나의 마음을 드러내야 했다.
그 누구보다 아이를 예뻐라 하는 우리 부부이기에, 아이가 우리에게 온다면 어떤 이름을 붙여주면 좋을까라며 장난으로나마 설레발도 치는 우리 부부이기에 세상이 때론 많이 야속하고, 비슷한 시기, 어떻게 보면 더 늦게 결혼을 하고도 임신, 출산이라는 것을 별문제 없이 해내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비교하고, 부러워하고, 답답해하고, 야속해하기 바빴던 것 같다.
오늘 진료를 봤던 원장님이 너무 마음앓이하지 말라고, 마음만 있다면 도움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툭툭 던진 말이 오히려 마음속 깊이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내겐 지금 누군가의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요'라는 말이 필요했나 보다.
어쩌면 오늘의 퇴근길은 마냥 문제없이 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아빠로 가정을 꾸린 것 같은 사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상처를 더한 암울한 시간이었던 동시에, 혼자만의 외줄 타기였던 그간의 걱정을 누군가 함께해 줄 수 있단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던 시간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눈시울이 붉어진 것 아닐까 라며 힘을 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