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 을의 입장에 주로 있어서 그런지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늘 약자에 속하는 편이다. 죄송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어디서든 먼저 인사하고.
그런 내가 오늘 화 같은 화를 냈는데 심지어 운전을 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당당히 불만을 표했다. 운전도 못하고 겁도 많은 내가 그랬다고. 그럴 수 있었던 건 너무나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차선 변경을 하려고 분명히 깜빡이를 켜고 진입했는데 멀리 뒤에 있던 오토바이가 안 멈추고 그대로 달려와서는 부딪힐 뻔 한 걸 피했다. 내 앞을 딱 가로막고 서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속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도 모르는 사이 목소리가 먼저 나갔다.
“제가 뭐 잘 못했나요 사장님?, 저 깜빡이 킨 거 보셨죠?”
“하? “
그분은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속 시간을 들여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겨우 떠났다. 뒤에서 빵빵거리는데!
너무 너무 너무 너무도 모자라게 너무 화가 났는데 한편으론 내가 이렇게 화낼 수 있는 사람이란 게, 따질 수 있는 사람이란 게 살짝 통쾌하기도 했다. 약간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 어제의 나보다 성장한 것 같은 기분?
짜증 나는 기분은 여기에 쓰고 잊어버린다, 화내면 내 정신건강에만 안 좋지 뭐.
제가 잘 못한 거면 알려주세요.
#오늘의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