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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모 Aug 29. 2023

비 오는 날이 좋다고?

사랑하지 않던 것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비가 싫다.


햇빛을 가리는 구름

걸을 때마다 질척이는 양말과 신발

장소마다 접었다 펴야 하는 우산

빗물에 범벅이 되어가는 옷가지 등




사실 흐린 날이 주는

묘한 우울감이 싫었다

나는 그 기분을 풀어주는 방법을 몰라 매번 헤매었다.




이런 내가 비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더 이상 비 오는 날마다 우울하기 싫었다

처지는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애쓰기도 싫었다


고작 비 하나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나를 무력하게 했다






젖어가는 신발이 싫어 장화를 샀다

예쁜 우산을 쓰고

바지를 적시지 않으려 천천히 걸었다


좋아하는 카페에 들어가

닭살이 돋을 정도의 에어컨을 이겨낼 따뜻한 라테를 시킨다






비는 쏟아질 듯 내리다가도

부슬거리며 흩날린다.









비슷한 경험이 반복되자

더 이상 흐린 날이 불만스럽지 않았다




나는 비가 와도
충분히 좋다






삶은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란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흘러가기 나름이라고




나의 기준. 나의 가치관. 나의 철학.

내가 부여한 의미로 채워지는 삶을 구경하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던지.





하루가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삶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그러니까-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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