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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모 Nov 30. 2023

별로인 어른

나이만 먹으면 장땡이 아니네

사유를 하지 않는 어른만큼 최악인 것은 없다.


나는 결코 그렇게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라 몇 번이고 다짐했는데


사회의 근본은 자본을 굴리는 것이라

결국에는 감정을 제외한 이성적인 판단이 진리인 것처럼 굴게 되기에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크기가 커질수록 자칫 삭막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끊임없이 사유하지 않는다면

존경할만한 어른이 되기는 힘들다





20살 때 어른의 첫발을 딛으며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평생을 열린 사람으로 살자


누군가의 말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미는

아집 있는 어른으로 크지 않겠노라고


경험이 많아지고 나의 주관이 생기는 것은 좋았으나

나의 시야가 좁아지긴 싫었다.




실제 몇 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머리가 조금 크고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듣는다면 그럴듯하게 설득해 낼 말재간도 생겼으며

나의 주장을 뒷받침할 경험도 꽤나 쌓였다


예전에는 혼란스러웠던 것들을

곧잘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효율적인 인간은 되었으나


괜찮은 어른이 되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여전히 나는

뱉은 말을 주워 담지도 못할 것을 알면서도

본능을 참지 못하고

날 것의 감정을 내비칠 때도 있으며


이미 지나간 일에

스스로가 별로인 인간이라며 자책할 때도 있다.



여전히 수치스러워하는 밤이 많다







나를 괜찮다고 말하기에는.







가장 웃기는 것은


내가 가진 모자람을 지나치게 추궁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핑계로

스스로와의 타협을 꽤나 쉽게 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 정도야 남들도 다 하는데

어차피 내가 애쓴다고 달라질 건 없는데

등등



잠깐의 편함을 위해

삶에 대한 진심 어린 태도를 버린다는 것.






진정성이 가진 힘을 알면서도

이제는 사회적으로 눈에 띄는 행위를 하는 두려움이 커졌다는 것.



비범함을 가지기보다

자꾸만 순응하고 수긍하는 수동적 태도를 함양하게 된다는 것.




과거의 사회에 '찌든' 어른들이라 칭했던 행위를

나도 참 당연하게 배워하고 있다는 것.



바쁨과 초조함을 핑계로 미뤄둔 자기반성은

어쩌면 과거보다 더 초라해진 나를 발견하게 한다.






세월은 흐르고

나이는 먹었고

과거보다

더 어른이 되었음에도


오히려 더 별로인 어른이 된 기분.



겉보기에는 조금 더 숙련됐을지라도

사회초년생이 가진 미숙함과 함께 따라오는 반짝임을 잃은 느낌.





원래 다 그런 것이라며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바꿀 수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하며 살아야 하고

적당히 눈치 보고

적당히 비위 맞추고

적당히 웃어주며

그렇게 다들 살아가는 것이라고

그게 맞는 거라고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이들에게 잔소리할 만큼


나도 역시나

남들과 똑같은 방어막을 세우고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낡았구나





사유하지 않는 어른은 최악이다


별로인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





삶을 쳇바퀴라 지칭하지 않고

나를 사회의 부품이라 여기지 않기 위해


인간으로 살기 위해

괜히 더 다정히 군다


낭만을 쫓는다

여전히 꿈꾸기 위해


시간을 장식하고

과거를 추억한다

의미를 부여해서라도 시간이 느리게 흘렀으면 해서







괜찮은 어른이 되기에는

시간은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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