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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모 Apr 29. 2024

그럴싸한 어른인 척하는 법

원래 대충 눈치껏 하는거라며?

어딜가면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옛날에는 이 말을 참 좋아했다.


그래서 더 어른답게 점잖게 굴고

더 다소곳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이 말이 칭찬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의하기엔 애매하지만

일단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듣는다

티가 나든 안 나든 사회적으로 필요한 면모를 보이려 부던히 애쓰는 내가 보인다는 거니까.


나는 세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보통 막내들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안 사랑하는지(즉, 호감과 적대심의 차이)를 굉장히 잘 구분한다.

본능적인건지, 환경이 만들어준 나의 능력인지 모르겠으나


대충 눈치껏 상대방의 기분을 잘 살피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굉장히 곤란했던 것은

상대방의 기분이 어떤지는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곤욕스러웠다.

모르면 마음이라도 편할텐데

이 불편한 상황을 타파할 방법조차 모르는 나의 무지함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러한 경험들이

간간히 듣는 '센스있다' 혹은 '사회생활 잘하네'라는 평가를 받게 해주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근데 결국에는 모르는 척 하는 사람이 가장 눈치가 빠른거라고 하는 것처럼

어느정도 타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절절매는 시간을 지나오다보니

이제는 자연스레 능구렁이처럼 굴게 된다.


예전에 비해 다른 이의 말에 타격을 받지도 않아서

의도가 뻔한 무례한 농담에도 못 알아들은 척 웃으며 나도 같이 농담하며 선을 긋거나,

한 술 더 뜨는 짓궂은 장난을 치며

상황을 부드럽게 이끄는 정도는 되었다.



감정이 극과 극으로 치닫지 않고

상대방에 대해서 너무 많은 의문을 가지며 굳이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너는 너 나는 나

어차피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려고 하던 욕심을 버리고

그냥 그 자체를 인정해버린다.





너는 그런 사람이구나. 그래서 그런 선택을 하는구나.






사람을 참 좋아하긴 하지만,

사람을 많이 만난만큼 맞지 않은 이들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인지 겉으로는 한없이 친절하지만

실제로 마음을 주는 이들은 몇 없는 것 같다


눈치는 생겼을지 모르나

조금 더 삭막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본다.

더 많은 잣대를 들이밀어 사람을 일찍이 판단한다.


빠른 판단이 결국 이성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도울 때가 많으니 말이다.




이런걸 깨닫기도 전에 만난 친구들과,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결이 달라지는 친구들과 거리감을 느끼며

하나 둘 멀어질수록


내 결혼식에 하객석이 텅텅 비면 어떡하나,,(갑자기?)라는 고민을 간간히 해가며


아직도 여전히 사람과의 관계에 미숙하고 서툴고, 실수도 많이하고

실패도 하지만


그저 안 그런척, 멀쩡하고 어엿한 어른인 척 굴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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