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굿바이, 백곰막걸리

이대형 박사의 알기 쉬운 전통주 브리핑-37

최근 전통주 소비 방법은 과거보다 다양한 부분에서 발전이 있었다. 온라인을 통한 전통주의 구매가 가능해졌으며 전통주 바틀샵을 통해서도 다양한 전통주를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발전 중에서도 큰 부분은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접점이 있는 전통주 전문점의 발전일 것이다.


전통주 전문점(이하 전문점)이 있기 전 2010년 막걸리 열풍 때에도 전문점과 유사한 막걸리 프랜차이즈 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명 막걸리 프랜차이즈를 찾아보기 힘들다. 프랜차이즈라는 것이 시대의 흐름을 타기도 하지만 당시 막걸리 프랜차이즈는 상당 부분 비슷비슷한 막걸리나 전통주의 판매로 프랜차이즈간 차별화를 하지 못했다. 안주에서도 파전이나 두부김치, 어묵탕 등 천편일률적인 요리도 실패 원인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담당자들의 전통주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술을 판매할 뿐, 술들의 특징이나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이 컸다.


2010년 이후 막걸리 붐이 불면서 기존과 차별화된 전문점들이 생겨났다. 전문점들을 통해 새로운 주류 문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전문점 대표들이 다양한 전통주(막걸리, 약주, 소주 등)들을 직접 마셔보고 자신들의 음식과 어울리는 전통주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점만의 특성에 맞는 술들로 구성이 되다 보니 전문점을 옮겨 다니며 다양한 술들을 비교하며 마실 수 있는 차별성이 생겨났다. 또한, 막걸리 하면 파전, 소주하면 찌개라는 상식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전통주에 어울리는 다양한 동서양 음식을 매칭시킴으로써 젊은 층의 호응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해 갔다.

더술닷컴에 소개된 다양한 전통주 전문점 @더술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전문점들도 막걸리 붐이 서서히 빠지는 2014년 이후부터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2016년 6월 ‘백곰막걸리(처음은 백곰막걸리&양조장, 대표 이승훈)’가 압구정에 오픈을 한다. 당시 압구정은 전통주와 어울리지 않는 상권이었고 2010년대 들어 유동 인구가 크게 줄며 쇠락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대중적인 술도 아닌 전통주를 파는 전문점을 내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고 이 대표를 아는 사람들은 많이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2016년 ‘백곰막걸리’를 오픈했고 130종의 전통주 소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320종의 전통주를 판매했다. 대략 증류주는 160종, 과실주를 포함한 약주는 90종, 막걸리는 70종이다. 모두 품평회에서 상을 받아 우수성을 인정받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술은 이 대표가 직접 맛을 보고 선발을 했다. 전통주 업계 전체에서 백곰막걸리가 끼친 영향력은 컸다. 성공한 전통주 전문점으로 소개되면서 많은 전문점의 롤 모델이 되었다. 이 대표 또한 전국의 전문점이 같이 발전하기 위한 모임을 만들었다. 전문점 대표들과 함께 새로운 양조장을 방문하고 술을 시음하면서 각 지역의 전문점에 입점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백곰막걸리(좌)와 벽면을 가득채운 전통주들(우) @백곰막걸리

‘백곰막걸리’에는 전국의 양조장들이 입점을 해야만 하는 곳이 되었다. 양조장 대표들이 술을 직접 가져와 테이스팅을 요청하거나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술이 백곰막걸리에 들어가 주류리스트에 올라갈 수는 없었다. 전국 양조장만 400곳이 넘을 정도로 많은 양조장을 방문하고 술을 마셔보았던 이 대표의 입맛뿐만 아니라 많은 전통주 소믈리에가 근무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입맛을 통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통주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백곰막걸리’가 3월 30일 자로 약 7년 9개월 간의 영업을 종료했다. 물론 백곰막걸리의 영업 종료 계획은 업계 관련자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이야기이다. 이 대표의 다른 목표가 있기에 ‘백곰막걸리’의 영업 종료는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백곰막걸리와 같은 전통주 전문점이 다시 나올지 아니면 이보다 더 좋은 전문점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백곰막걸리가 전통주 전문점을 넘어 전통주 업계에 퍼트린 영향력들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백곰막걸리’의 마지막이 아쉽기는 하지만 새롭게 전통주 업계에서 활동할 이승훈 대표를 기대해 보면서 전통주의 한 페이지로 남을 ‘백곰막걸리’를 기록하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백곰막걸리의 마지막을 추억하기 위해 온 손님들 @이승훈

#소믈리에타임즈 #백곰막걸리 #전통주 #막걸리 #전통주연구자 #푸드궁금러 #프로참석러 #최선을다해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출처 : 소믈리에타임즈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929

매거진의 이전글 전통주 발전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