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219
’24년도 국세통계연보가 발표되었다. ’24년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술을 소비하고 어떤 술을 선택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주류 흐름을 알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료이다. 하지만 1년 전 자료이기에 현재의 흐름에 바로 대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과거 흐름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현재의 흐름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는 추정해서 알 수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
먼저 전체 출고금액을 살펴보면 23년 10조 695억 원에 24년에는 10조 575억 원으로 12억 원 감소하였다. 20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출고금액이 24년에 적게나마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감소에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전체 술 소비량이 감소하더라고 술 가격의 상승과 고급 주류의 소비 증가 등으로 출고금액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24년에 12억 원의 감소는 이러한 물가 상승분을 고려했을 때 실제 소비가 많이 둔화한 것을 알 수 있다. 출고량 역시 23년 3,237,036 kL에서 24년에는 3,151,371 kL로 81,665 kL, 약 2.5% 감소했다.
이중 전통주 분야만 살펴보는 다음과 같다. 2024년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 출고량은 일반주류처럼 2023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23,972kL이던 출고량은 2023년 23,402kL, 2024년 22,978 kL로 소폭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출고 금액도 255.5억 원, 15.7% 감소하였다. 이중 지역특산주의 생산량을 별도로 살펴보면 2023년 22,033kL에서 2024년 21,635kL로 1.81% 감소하였다. 일반적으로는 생산량이 감소하더라도 출고 금액은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올해는 2023년 137,626백만 원에서 2024년 127,702백만 원으로 7.21% 감소하였다. 이처럼 출고 금액이 크게 줄어든 주요 원인은 증류식 소주와 일반 증류주의 출고량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역특산주 내에서 막걸리와 약주는 다소 증가했지만, 소주의 감소 폭이 커 전체 출고량과 출고 금액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또한, 2024년 기준으로 전체 주류에서 전통주 출고량이 차지하는 점유 비율은 0.73%로 2023년 0.72%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출고 금액 기준으로도 2024년에는 1.4%로 2023년 1.5%에 비해 0.1% 감소하였다. 긴 관점으로 보면 전통주의 출고량과 출고 금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전통주에 있어 좋은 흐름은 아니다.
전통주의 소비가 과거처럼 높게 유지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증류주 시장의 성장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한때 유명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증류식 소주를 생산하면서 소비가 증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장이 생각보다 더 넓어지지 못하고 그 지속성도 오래가지 못한 듯하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최신 주류 트렌드와 반대로 가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최근 주류 소비 트렌드는 저도주화가 대세이다. 희석식 소주는 이미 15.5%까지 도수가 낮아졌고, 하이볼·RTD(Ready to Drink)처럼 3~7%대의 저도수 제품들이 젊은 층의 선택을 받고 있다. 반면 증류식 소주는 대부분 20도 이상으로 도수가 높아, 현재의 ‘가볍게 즐기는 술’ 트렌드와 맞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시장 트렌드는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2024년도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홈술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취하려고 마시는 술’에서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로 문화가 변화하며 젊은 세대 중심으로 ‘소장형 고도주’에서 ‘일상형 저도주’로의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픈서베이 조사에서도 증류식 소주의 음용 경험률은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는 단순히 경기 침체가 아니라 세대적 음주 기피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무엇보다 2022년 증류식 소주가 전통주 성장세를 이끌었지만, 2023년부터는 양조장들의 과잉 출시에 따른 시장 포화로 출고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일부 유명 양조장 또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고가·고도수라는 진입장벽 때문에 대중적 확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아직 소비자 입장에서 증류식 소주는 소용량·프리미엄 포지셔닝으로 비싸면서 와인·위스키처럼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기엔 부족하다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결국 ‘대체재’로 선택받기 어렵고, 시장 내 포지션도 애매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주류 소비 감소의 가장 큰 영향 중 하나는 경기 침체일 것이다. 최근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에도 소비 둔화가 이어지며 술집 매출은 1년 전보다 약 10% 감소했다고 한다. 주류업체인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가 올해 2분기 매출이 부진했다는 보도도 있다. 하이트진로의 2분기 매출액 중 맥주 3820억 원(-4.2%), 소주 7721억 원(-0.5%) 감소했고, 롯데칠성음료도 주류 부문 매출이 1891억 원(-6.5%) 감소했다고 한다. 업계에서도 주류 소비 부진은 내수 침체로 수요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내수 시장 및 주류 트렌드를 반영해서 미래의 전통주 트렌드를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증류식 소주는 한때 ‘전통주 붐’과 프리미엄 이미지 덕에 성장했지만, 현재 주류시장의 저도주, 무알코올화, 경기 침체, MZ세대의 음주 기피라는 흐름에 맞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증류식 소주가 제대로 소비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 또한, 좋은 증류주들을 찾는 소비자들의 관심이나 판매도 꾸준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대중적인 형태의 증류식 소주 또는 전체 흐름을 봐서는 증류식 소주 제품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
결국 증류식 소주가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낮은 도수와 다양한 맛을 갖춘 변형된 증류식 소주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양조장에서는 증류주의 제품 변화와 함께 소비자들의 소비 부담이 적은 막걸리나 약주 쪽의 다양한 제품 개발과 판매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 실제 주변 전문가들도 증류주 생산에 있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자들의 전통주 관심이 멀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사회적인 부분에서 소비가 잠깐 움츠러든 것으로 보인다. 다시금 경기다 회복되었을 때를 위해 우리 전통주의 트렌드를 어떻게 준비하고 흐름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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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술에 게재한 컬럼입니다. https://soollife.com/?p=46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