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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푸드테크로 다시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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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푸드테크로 다시 빚다 — 장인의 손맛이 기술을 만날 때


최근 식품 산업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 중 하나가 ‘푸드테크(Foodtech)’이다. 푸드테크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농장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바이오기술(BT)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신산업을 의미한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지속가능성, 맞춤 영양, 공급망 투명성 등 새로운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는 식품 산업에 적용된 모든 형태를 포함한다.


푸드테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시장 규모는 약 2,110억 달러(약 302조 원)로 평가되며, 연평균 약 8%의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시장 역시 2023년 약 9조 원 규모에서 2030년에는 24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푸드테크를 미래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 분야 핵심 국정과제를 위해 푸드테크 산업 육성을 공식 및 본격화했다. 특히 올해 12월 21일부터 시행되는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산업 육성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5개년 기본계획 수립, 전문인력양성, 창업 및 기술개발 지원, 해외 진출 등 체계적인 지원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1.png 농식품산업 혁신 성장을 위한 푸드테크 산업 발전방안 @관계부처 합동


그동안 전통 식품은 푸드테크와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자본 부족으로 인해 시설 투자가 어려웠고, 수작업이 많은 산업 특성상 데이터를 수집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이제는 전통 식품에도 푸드테크의 접목이 필요하다. 푸드테크가 전통 식품 산업에 제공하는 기회는 단순한 생산 자동화를 넘어선다. 특히 전통주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상징적인 산업이지만, 생산 인력의 고령화, 수작업 중심의 공정, 제한된 판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등 여러 구조적 한계를 겪고 있다. 장인의 감각에 의존하던 방식은 더 이상 품질의 일관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제 전통주는 ‘감(感)’의 영역에서 ‘데이터’의 영역으로 진화해야 한다. 푸드테크는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도구다. 발효 과정의 온도, pH, 습도, 당도 등을 IoT 센서로 실시간 수집하고,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면 숙련자의 감각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한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제품 간 품질 편차를 줄이고,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2.png AI로 그린 발효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모습 @chat GPT


현재 전통주에 푸드테크 기술을 접목하는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발효 품질의 표준화다.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센서를 활용해 발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면 이상 온도나 발효 불균형을 즉시 감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균일한 맛’을 구현하고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기술로 보완할 수 있다. 둘째,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를 활용한 레시피 최적화다. AI는 축적된 발효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발효 패턴이나 효모, 누룩 등의 미생물 첨가비를 도출할 수 있다. 장인의 오랜 경험이 ‘데이터’로 전환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장인 정신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체계화될 수 있다. 셋째, 이력 관리를 통한 신뢰 확보다. 원료의 산지, 발효 조건, 숙성 기간 등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기록하면 프리미엄 전통주 품질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이러한 투명성은 곧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아직 소규모 양조장들에는 먼 이야기지만, 국내 주요 주류기업들은 푸드테크 접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마트 팩토리’다. 스마트 팩토리는 IoT 센서와 AI가 공정을 자동 제어하는 차세대 공장으로, 제조·포장·품질 관리 전 과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막걸리 제조업체 지평주조는 제2공장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 생산 전 과정을 통합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재 투입, 공정 통제, 생산 추적이 실시간으로 관리되며 제품의 균일성이 한층 향상되었다. 화요 또한 스마트 팩토리를 운영 중이다. QR코드를 활용한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구축해 작업자의 실수를 사전에 방지하고, 불량률을 11% 감소시켰다. 작업 준비 및 문서 작성 시간 역시 90%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3.png 화요 스마트 팩토리 @화요


물론 소규모 양조장은 자본 부담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하기 어렵다. 따라서 푸드테크 산업이 전통주 산업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푸드테크 관련 예산과 R&D 지원을 전통 식품 분야에 일부 배정해 ‘스마트 양조장 시범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소규모 양조장도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발효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발효 데이터 분석가, 푸드테크 엔지니어 등 전문 인력의 양성도 중요하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AI가 정보를 다룬다 해도, 최종 생산 기술은 결국 사람의 손끝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푸드테크의 도입은 제조 혁신을 넘어 지역 관광과 문화산업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조장 방문객이 스마트폰으로 증강현실(AR) 해설을 들으며 견학하거나, 시음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는 ‘스마트 양조장 체험관’도 가능하다. 이는 관광객에게 새로운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 전략이 될 것이다.


그동안 전통주는 손맛의 예술이자 발효 과학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이제 푸드테크는 장인의 감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데이터로 보존하고 재현할 수 있게 만드는 도구가 되고 있다. 감성과 기술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 전통주는 ‘옛것의 보존’을 넘어 ‘새로운 도약’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 전통주 산업이 푸드테크와 만나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술은 문화의 적이 아니라, 그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이제 전통주 산업도 데이터로 발효되고, 기술로 향을 빚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4.png 김치의 인공지능 학습모델 @aihub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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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소믈리에타임즈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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