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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월모일 Oct 10. 2021

내게 두 개를 주는 사람

잘 살아! 이 년아! 

“2시에 그러면 출발하는거다”


성격 급한 나는 한 번 더 언니에게 확인했다.


“알겠어”


언니는 대답했지만 나는 솔직히 믿지 않았다.

2시가 되자마자, 나는 현관으로 나가 신을 신었다. 

언니는 아직 방에서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일단 참고 기다렸다. 

언니를 재촉하려다 결국 신을 벗고 내 방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왔다.

결국 2시 20분이 되서야 집에서 출발 할 수 있었다.

성격이 급한 나는 늦는걸 싫어하고, 성격이 느긋한 언니는 늘 시간을 넘기기 일수였다.

현관에서 신을 신으면서부터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꽤 커졌다.

결국 목욕탕을 가려던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채 100미터도 가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십몇분 늦었다고, 겨우 그 한 번으로 싸운게 아니다. 

나는 늘 늦는 언니의 그 습관이 너무나도 싫었다.

길에서 높아진 언성은 집으로 들어오자 욕설로 번졌다.

미친년, 지랄, 병신, 또라이년 ........ 씨발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아빠가 안방에 계신데도 별의별 욕이 난무했다.

결국 아빠에게 혼이나고 모든 대화가 멈췄다. 

아빠는 그 길로 집을 나가셨는데 몇 시간이 지나 얼큰하게 취하셔서 돌아오셨다.

아빠는 아무말 없이 식탁에 앉으셨다. 


“김현애 나와”


솔직히 좀 무서워서 정면은 아니고 옆으로 돌아서 앉긴 앉았다. 


“왜...”


아빠가 내게 물었다.


“너 과자가 세개 있어, 언니가 너한테 몇 개 주는 사람이야?”


대답을 하려니 눈이 시리도록 눈물이 차올랐다.


“두..개..”


아빠는 질문 하나로 그 날의 싸움을 종결시켰다.

언니는 내게 세 개의 과자가 있다면 두 개를 주는 사람이 맞았다. 


무려 10년도 더 된, 2011년 겨울날의 기억을 꺼내게 된 건 온전히 서운함이 전부였다.

싸움도 아니었고, 어쩌면 오해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언니에게 이렇게까지 

서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아마도 작고 작은 마음들이 쌓이고 쌓였던게 분명하다.

약한마음은 단어 하나에 무너졌다.


언니가 내 곁을 떠나기 전까지, 30년을 같이 산 언니가 결혼하기 전까지

언니와의 추억을, 우리 자매의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서운한 마음을 내 식대로 풀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지 모르겠다. 


- 잘 살아! 이 년아!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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