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버는 돈은 독이다'라는 교훈.
돈 얘기를 하는 공간인데 학자금 대출 얘기를 안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좀 해보려 한다.
등록금이 그래도 지금보다야 쌌다. 내가 다니던 2003년부터 2007년 사이엔.
그래도 보통 사람들의 평균 월급에서 몇 달은 몇십 만원씩은 저축해야만 모이는 금액이었다.
첫 학기는 이모가 기념으로, 몇 학기는 부모님이 대주셨지만, 나도 학자금 대출이란 걸 받아야 했다.
그때 처음, 돈을 빌리고 갚는 개념을 배웠는데 한편으로는 남의 돈을 빌리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부모님께 감사한다.
그때의 학자금 대출 이자는 높지 않았다. 보통 4프로대에서 6프로대였다.
학자금 대출은 대개 몇 년을 이자만 내다가 그 후 몇 년 동안 막판 스퍼트를 내듯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4~5년짜리 릴레이 구조다. 이전 회에도 썼다만, 월 겨우 20만 원을 용돈으로 받는 나에게 학자금 대출금을 갚기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학기 중 알바를 윤허하지 않으셨기에 (공부할 때는 공부만 하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만 한건 아니었다만...) 자연히 수입이 없는 대학생 동안은 이자를 부모님이 대신 내주셨다. 그때만 해도 그게 당연한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면 내 공부하려고 받은 대출이자를 부모님이 내주 신다는 건 상당히 감사할 일이었다. 다행히 이자가 그다지 크진 않았다. 월 5만 원 정도.
문제는 그다음 대출금이었는데, 그게 이자가 좀 높았고 원금 상환기간도 졸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아왔다. 월 5만 원짜리는 원금과 함께 갚아나가면서도 천천히 갚을 수 있었지만, 나머지 하나는 이자가 8프로 정도대에 원금상환기간도 짧아서 원금까지 합하면 월 갚아야 하는 금액만 20만 원은 족히 되었다. - 옛날이라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안 난다. - 나는 그 큰 금액을 값는게 두려웠다. 그래서 은행에 가봤더니, 지금 당장 원금 포함 다 갚아버릴 수 있다고 했다. 그즈음 나는 적금을 하나 들어두고 있었고 대략 160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머지 더 필요한 금액은 100만 원 정도. - 그때 등록금이 좀 싸긴 했다. 사립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어머니가 선뜻 나머지 금액을 채워주시면서 원금과 함께 모두 갚아버리라고 하시는 거였다. 다달이 모은 적금이었는데, 그걸로 등록금을 낸다고 하니 어머니가 맘이 안 좋으셨나 보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신 나머지 금액을 갚으려 했지만, 어머닌 그걸 원하진 않으셨다. 대신 계속 목돈 모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월 5만 원 정도만 내면 되었던 나머지 대출금은 그로부터 몇 년 후 2012년 즈음에 마지막 남은 몇십 원의 에피소드와 함께 막을 내렸다. 아... 대출금을 갚고 나서 마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지금의 입장에선 그렇게 큰돈이 아니었지만, 그때는 누군가에게(정부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에 여간 마음이 무거운 게 아니었다.
그렇게 두 번의 대출금을 상환하고 몇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1. 혹시 일어날지 모를 일에 대비해 항상 목돈마련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
2. 남의 돈은 쉽게 만지는 게 아니라는 것.
3. 돈을 빌렸으면 째깍째깍 갚아야 한다는 것.
4. 내 능력을 벗어나는 돈은 빌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
저 네 가지 원칙은 지금까지도 내게 유효하다. 또한 앞으로도 유효할 것 같다.
지나친 대출은 가계에 큰 위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