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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wan Feb 15. 2023

<이너게임>에서 배운 인지 훈련

순간의 생각이나 행동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에 <이너게임 - 배우며 즐겁게 일하는 법>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고객상담의 이너게임'이라는 흥미로운 사례가 나온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상담원의 '응대 점수'를 현저하게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회사가 이너게임 원리를 적용하여 개선하고자 한 영역은 생산성이 아닌 응대 매너였다. 그러나 회사는 이 교육에 의해 한 통화당 통화시간이 지금보다 길어지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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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대 매너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훌륭한 응대 매너와 열등한 응대 매너의 사례를 조사한 후,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드라마처럼 보여주는 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이다. 즉, 하나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방법은 효과가 있다고 해도 오래가지 않는다. 새로운 행동을 한다고 해도 너무 인위적이고 기계적이다. 마치 올바른 백헨드의 14가지 방법을 달달 외운 후, 이를 따르려는 테니스 플레이어처럼 부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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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지원하는 몇 사람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교육 내용은 응대 매너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대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지루함을 줄이는 것, 즐거움을 높이는 것에 교육목표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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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담원이 고객의 목소리를 좀더 주의깊게 듣도록 해주는 '인지 훈련' 시리즈를 개발했다. ... 우리는 고객의 음성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들을 '온화함', '친근함', '신경질적임'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하고 각 속성의 수준을 1부터 10의 척도로 판정하도록 상담원들에게 요구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상담원 자신이 낼 수 있는 다양한 음성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했다. 이는 마치 연기를 공부하는 것 같았으며 무척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다음에는 이 두가지 인지 연습이 함께 진행되었는데, 그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이어폰을 통해 스트레스 레벨이 9에 달하는 고객의 소리를 들은 상담원은 레벨 9의 온화함을 넣어서 응대한다.

<이너게임 - 배우며 즐겁게 일하는 법>, 70-76p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상담원들이 업무에 이너게임을 적용한 후, 최초의 응대 매너에 관한 평가 결과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평가 결과는 경영진이 기대했던 수준을 상회했다. 상담원들은 응대 매너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단지 경청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을 뿐이다. 그런데도 응대 매너가 개선된 것이다. 마치 마법이 작용한 것처럼 보였다.
...
이후 상담원들은 지루함과 스트레스가 평균 40%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일이 재미있다는 응답은 30% 정도 증가했다. 이 테스트를 통해 얻은 중요한 교훈은 이러한 주관적인 요소들도 개인이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까지 고객상담 업무는 모두에게 지루하고 흥미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일을 하면서 갖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너게임 - 배우며 즐겁게 일하는 법>, 77p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해도 개인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일을 게임처럼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사례에서 등장한 '인지 훈련'을 내 삶에도 적용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데 마침 회사에서 빠르게 피로감을 느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업무 퍼포먼스가 낮다보니 업무 만족도도 낮아서 얼른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작성한 코드의 이슈를 디버깅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하다보면 왠지 모를 이유로 턱턱 막혀서 스트레스가 급증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일하기가 싫고, 일하기가 싫으니 퍼포먼스가 안 나오고, 퍼포먼스가 안 나오니 다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업무 퍼포먼스를 높이고 싶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업무 만족도도 높아지리라. 몇가지 시도해본 게 있었다. 25분 일하고 5분 쉬는 생산성 기법인 포모도로를 열심히 한다던가, 디버깅을 잘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던가.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사례에서 나온 '인지 훈련' 적용해봤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이 생기면 기록하기' 연습을 해봤다.   해봤더니 25 동안 11번의 스트레스 포인트를 발견했다. 이렇게나 많은 지점이 있다는 것에 놀랐는데,  놀라웠던 것은 세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발견한 순간에 즐거운 경우도 있었다. ', 나한테 이런 스트레스도 있구나!'


우연인가 싶어서 그 날 내내 스트레스 포인트를 기록하는 걸 해봤는데 퇴근할 때가 되었는데도 피로도가 높지 않은 상태였다. 기존에는 저녁이 되기도 전에 녹초가 돼서 "아,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극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신나서 다른 영역에도 적용해봤다. 요즘 '지하철에서 독서하기'를 습관으로 만들고 있는데 매번 스마트폰을 보느라 잘 안 되고 있었다. 스크린 타임 쓰기, 사용하는 시간 정하기, 가방에 넣어두기 등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쓰거나,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 세기'를 해봤더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하철에서 독서를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인지만 했을 뿐인데 문제가 해결되다니 정말 신기했다.


수면에도 적용해봤다. 최근에 불면증이 생겨서 잘자기 위한 여러 시도(정좌세로 자기, 양 세기, 코로 숨쉬기)를 해봤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었다. 이번에는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잡생각을 하는지, 숨을 어떻게 쉬는지) 인지하는 것만 해봤다. 놀랍게도 정신을 차리니 아침이 되어 있었다. 우연인가싶어서 일주일 동안 해봤는데 불면증이 완전히 해결됐다. 요즘은 정신차리면 아침이 된다.


<이너게임> 책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해서 내가 시도했던 게 이너게임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순간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인지'가 내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 건 사실이다. 삶의 강력한 무기를 획득한 기분이랄까?


책에 "행동모멘텀 Performance Momentum"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익숙하지만 어떠한 목적의식이 없는 행동도 있다. 나는 그것을 행동모멘텀이라고 부른다.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식 없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익숙한 행동들이 있다. 항상 해왔기 때문에 오늘도 할 뿐이다. ... 목적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반복적인 행동을 할 때는 주의를 집중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마치 정신적인 휴식시간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반복적인 일이 일상생활 전부를 다 덮어버리면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너게임 - 배우며 즐겁게 일하는 법>, 220p


요즘 행동모멘텀을 깨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인지 훈련'을 하다보니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지?' '어떤 의도로 이걸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메타인지가 높아진 느낌. 이런 생각은 종종 행동모멘텀을 깨부수는 행동으로 이어지곤 하는데 이 때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도 계속 행동모멘텀을 깨면서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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