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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Oct 11. 2018

택시!

택시! 손을 흔들며 택시 한 대를 잡아 세운다. 잠시 한국에 방문한 내게 갈 곳은 많고 시간은 없으니 주로 나는 택시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가니 내가 있었을 때보다 기본요금이 올랐는데도 미국에 비해 택시비가 너무 저렴했다. 이동 중 바깥 풍경도 볼 수 있으니 나 같은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빠르고 좋은 교통수단이다. 


부산 달맞이고개 어귀에서 잡아 탄 택시 한 대에 들어서자 자리마다 정성스레 깔린 방석이 정겹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고 났을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부산 사투리 구수한 할아버지 기사님이 나와 친구를 반겼다.


한국 살 적에는 택시 기사님이 말을 걸라치면 얼른 이어폰을 꽂아 버리거나 눈을 감아 대화를 차단하는 승객이었는데 나도 이제 미국 사람이 다 되었는지 스몰토크 거리로 정면에 붙은 아이 사진에 대해 묻는다. 오 년 만에 난 미국물을 너무 먹었나 보다.


아기가 너무 귀엽네요. 기사님. 

예. 아주 비싼 놈입니다.

네?

저 손주 놈 보러 가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해요. 아들놈 내외가 경기도 사는데 또 보러 가려면 열심히 택시 몰아야죠.
아, 그러시구나.


나도 잠시 미국에 두고 온 보고 싶은 얼굴들을 그렸다 지웠다. ‘목적이 있는 삶’이 뭐 그리 거창한 게 아니라는 걸 또 배운다. 보고 싶은 이를 보고자 돈을 벌고 하루를 버틴다.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가는 길을 위해 오늘도 수많은 길을 달린다. 본인과 승객들의 그리움을 싣고 말이다. 


목적지에 다다른 나는 차비를 내며 거스름돈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기사님이 씽긋 웃어 보였다. 기사님의 손주 보러 가는 길에 내가 조금 보탬이 되었겠다 싶어 돈을 쓰고도 뿌듯했다. 
택시비 아까워하던 그 옛날 처자는 어디 갔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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