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에서 배운 리더쉽
며칠 전 팀애들과 인턴들까지 모두 회식차 점심을 먹으러 회사 근처 레스토랑으로 간적이 있다. 요즘은 다들 바쁜 시기라 하루종일 각자 프로젝트에 미팅에 콜에 하루종일 시달리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이다보니 옆에 앉아있는 동료들과도 대화 할 시간이 부족할 정도라 이렇게 회식으로나마 잠시 일은 잊어두고 서로 이야기도하고 웃으면서 refresh를 시키곤 한다. 가장 첫 주제는 당연 요즘 대선 공천이 한창인지라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에서 정치이야기는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중 하나이다.
그러다 이어진 다음 이야기는 '리더쉽'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국도 한국만의 문화에 의해서 만들어진 한국식 리더쉽이 있듯이, 다른 나라에도 그들 나라만의 리더쉽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한국과 비슷하게 위에서 리더가 각 레벨에게 지시를 하는 편이고 지시를 받은 사람은 그부분에서 본인이 할 부분을 열심히 한다는 식이였다. 이런 것처럼 어느 나라에서는 조금 더 공동체에 중심을 두는 리더쉽이 있는가하면, 어느나라에서는 위계질서의 수직관계는 낮추지만 따라오는 직원들에게 조금 더 책임감을 실어주는 곳도 있고, 조금 더 개인성향을 많이 띄는 리더쉽도 있다.
미국에서는 어릴때부터 아이들이 리더쉽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많은 부분에서 강조를하고, 경험 할수있도록 부모님들이 도와주는 편이라고 한다. 물론 한국도 요즘엔 리더쉽을 많이 경험하도록 프로그램들이 잘 짜여져 있긴하지만, 내가 흥미로웠던 것은 미국에서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여기고 기본적으로 배우는것이 "무엇을 말해야하고,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하는지"를 배운다는 것이였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때 '이게 리더쉽과 어떻게 관련이 있을까?'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이곳에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배운 리더쉽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게 어떤말인지, 그리고 이런 리더쉽 교육이 있었기에 내가 배우고싶은 이 사람들만의 리더쉽을 키울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정리 해보고싶은 이야기는 나를 성장하고싶게 느끼게하고, 만들어 주는 '미국직장에서 배운 미국의 리더쉽'에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미국으로 오기 전까지 나는 한국에서, 그것도 성격 급하고 거친 지시형 리더들을 참 많이 탄생시킨다는 그 '경상도'에서 20년을 살았던 전형적인 한국인 이였다. 이런 한국형 리더쉽 아래서 교육을 받았고 자랐기에 나와 맞는 리더쉽이든 아니든 여부에 관계없이 그런 지시형 리더쉽이 너무도 익숙한 상태였다.
심지어 알게 모르게 이런 일방향 적인 지시형 리더쉽이 나에게 뼛속까지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낀적도 많았다. 요즘은 많이 변해가고 있다고 들었지만 내가 교육 받았을 당시에는 선생님은 일방향 적으로 가르치는 입장에 학생들은 앉아서 수동적으로 듣는 식의 교육이라고 불리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 있었다. 그 때문에 미국으로 유학을 왔을때 교수와 학생이 질문을 주고받는다고 수업 진도가 못나가는 상황이며 발표를 많이해서 수업참여도에 기여를 해야하는 쌍방향적인 교육방식에 적응하는게 시간을 조금 걸리게 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이런 일방향적인 지시형 리더쉽은 나아가 가장 중요한 팀 전체를 흔들리게 하는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나처럼 청개구리 심보가 강한 사람은 이런 지시형 리더가 혹여 '강압'적인 느낌을 조금이라도 풍기는 리더쉽을 보인다면 삐딱선을 타거나 불편함을 느낀채로 '기꺼이'가 아닌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게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하려고 했던 일이라도 불편한채로 일을 하게되면 괜히 나오지 않아도 될 뒷말이 나오게되고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나올수도 있는 그런 상황을 초래하게 되어 팀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물론 이끌어야하는 인원이 많다면 모두의 편의를 다 수용 할 수 없기에 어느정도 리더가 총대를 메어야하는 상황이 생기는건 이해를 하지만, 그런 지시형의 리더쉽이 나의 경우에는 특히 너무도 다른 문화권인 미국에 적응하는데 나를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 할 당시에 한국의 리더쉽에 익숙해 있던나의 고정관념을 깰수있게 해준것 지금 있는 팀의 파트너와 팀의 동료들 덕분이였던것 같다. 많이들 알고있듯이 미국의 직장은 수직관계가 존재하지않고 모두가 평등한 입장에서의 관계라고 생각 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럴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대답은 No이다.
사실 한국처럼 위계질서를 구분하게 해주는 존칭과 높임말이 없고 편하게 직함을 빼고 이름을 부르는 관계라서 수평관계라는 그런 느낌을 받게 해준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분명한건 수직관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 양쪽의 수직관계에서 다른점은 호칭 존칭을 아랫사람에게 부르게끔 함으로써 '나는 너의 보스다'라는식을 위에서 아래 직원에게 윗사람 자신의 위치를 알게해주는 방식의 보스가 아니라, 리더가 자신의 직함을 버리고 서스름없이 "Hey, John"이라는 식으로 직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를수 있게하는 관계, 즉 평등한 시선에서 소통해주는 리더쉽을 보여주기에 자연스럽게 아랫사람으로 하여금 '저사람은 나의 리더구나'라는것을 '인정'하게하고 그런 존중이 기반이된 수직관계가 형성이 되도록 하는 것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이것이 요즘 사회가 주목하는 보스와 리더의 차이가 아닐까?
똑같은 수직관계라도 '타의'에의해서 수직관계를 알게해주는 것과 '스스로' 수직관계와 리더의 위치를 '인정'하게해주는것의 차이가 가장 먼저 나의 마음을 반응하게 하였다.
본격적으로 미국식 리더쉽에 눈을 뜬 후 매일 동료의 리더쉽을 통해서 배우고 가장 가까이 일했던 선배에게서 배우고, 탑 레벨 리더들에게서도 다양한 리더쉽 스타일을 배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무도 다른 리더쉽 스타일에 익숙한 나를 부족한 사람으로 느끼게하고 배우고싶게 자극한 그들의 소소한 리더쉽 스타일을 이야기 하고 싶다.
첫째, 그들은 '지시'가 아닌 '부탁'을 한다.
프로젝트가 들어가게되면 팀 리더는 당연 각자에게 업무를 할당을 하게된다. 근데 그 과정에서의 '아'다르고 '어'다르다는게, "넌 이부분 해"라는 리더의 직권을 이용한 지시가 아니라, 부탁을 한다.
오늘 낮에도 있었던 일이다. 디렉터가 나에게 와서 "내가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시간이 촉박해. 너가 이 분야에서는 가장 효율적인거 알어 그래서 난 너가 해줬으면 좋겠는데, 혹시 다음주 월요일에 2-3시간만 내서 도와 줄 수 있어?" 라고 물어보면 그 상황에서 누가 No라고 할 수있을까? 역시나 그 상황에서 난 웃으면서 "당연하지. 할만하네"라는 답을 했다 (정작 내 뒤엔 일주일 90시간 스케쥴이라는 엄청난 다른 업무도 많은데 말이다). 난 직원들로 하여금 억지로의 Yes가 아니라 기꺼이의 Yes를 부르는 그들의 업무 지시방식이나 리더쉽 스타일이 좋다.
둘째, 완성된 업무를 줬을때 '감사' 할줄하는 '태도'는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든다.
업무가 완성이 되었고, 팀원 각자 맡은 부분이있을것이다. 결과가 그들이 기대했던 결과든 관계없이 우선 가장 먼저 그들 입에서 나온말은 '고마워!' 였다. 어찌보면 월급을 받고 일하는 회사의 직원으로써 그에 맞는 서비스인 일을 하는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직장의 직원으로써 해야하는 '당연한'것에도 'Thank you'를 할 줄 아는, 그리고 말뿐이나닌 태도에서 감사함을 보이는 리더들의 진정성있는 모습은 오히려 나를 때론 더 겸손해지게 만든다.
셋째, 결과보다 과정. 지적보단 가르침과 조언
후배들의 업무를 리뷰를 해야하고 코칭을 줘야하는 위치로 가게되면 가장 많이 배우고 경험하게되는 리더쉽인것 같다. 분명 업무에서 원하는 결과와 다른 결과물을 후배들이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럴경우에 상대방의 실수와 잘못을 먼저 결과를 보고 지적하기보다는, 그사람이 공들인 시간과 노력도 있기에 "This is good, but.."이라는 식으로 "잘했어, 하지만. ." 이라는식으로 상대방이 틀렸다는것을 함부로 먼저 지적하기보다는 칭찬을 해준다. 대신 조금 개선했으면 좋겠는 면은 꼭 확인하고 넘어가게되는데, "이부분은 나라면 이렇게 이렇게 하는편이야. 내가 보여줄게 봐바"라고 하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을 하는 코멘트를 주면서 가르침을 주면서 후배를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후배에게도 성장할 기회를 주는 리더쉽이 나 스스로도 리더의 위치에 있을때든 코칭을 받는 입장에 있을때든 그 과정에서 성장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넷째, 상대를 자신의 입장에서 먼저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위에서 이야기한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어릴적 미국인들이 가장 먼저 리더쉽 캠프에서 배운다는 이야기와 이어진다. 이런 배경을 가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직장내에서 리더들이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전에 먼저 자신의 의견을 함부로 말하거나 판단하지는 않는다. 내가 실수를 했다면, 왜 그렇게 했는지, 어떤일이 있었는지 우선 이야기를 해보라고 이야기 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이해를 하고 객관적으로 잘못 된 부분이 있다면 짚고 넘어가지만, 직접적인 지적보다는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있으면.."이라는 식으로 따뜻한 조언식으로 이야기해서 실수 한 사람이 불편하고 긴장한 느낌에서 조금 편안해지게 해주는 이런 여유있는 리더쉽은 오히려 조금 더 나 스스로 반성하고 생각 할 수 있게 해주는 리더쉽이였다.
다섯째, 나는 그들의 행동하는 리더쉽이 좋다.
이 부분은 리더의 성향에따라 상황에따라 다르겠지만, 우리팀 파트너에게서 큰소리가 나오는것을 본적이 없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뉴욕 금융가의 성격급한 클라이언트들을 상대하다보면 같이 일하는 파트너들도 덩달아 급한 마음에 의도치않게 소리치고 언성 높히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앉아서 본인의 권위가 특권인듯 지시만 하는 리더라기보다는 오히려 '본인이 마실 커피는 본인이 타먹겠다'고하는 소소한 것 하나에서도 행동으로 보여주며 타인 스스로가 리더의 모습을 존경하고 따르게하는 이런 진정성있는 리더의 모습이 난 좋다.
I like your leadership style. I want to learn.
내가 팀에가 가장 따르는 메니저에게 한 말이였다. 만약 정말 배우고 싶은 닮고싶은 리더쉽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가서 자신있게 당신의 리더쉽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고 배우고싶다고 말하면서 궁금한것들을 물어보기도하고 먼저 다가가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거절 할 사람은 사실 많이 없다. 자신를 롤모델로 본받고 싶다고하는데 누가 마다할까?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사람에게 그리고 배우고자하는 사람에게 미국사회는 정말로 관대하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것 중 하나는 어디서나 "배우고자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나를 가장 부족 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 중 하나가 리더쉽을 접하게 되는 순간인것 같다. 너무도 한국적인 수동적 방식에 익숙한 환경에 살다가 온 사람이 경험하는 다른 스타일의 리더쉽이기에 더 그 부분이 크게 부각되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부족한 부분을 가장 부각시켜주기에 그만큼 나를 돌아보게하고 배우고 생각하게하고, 성장하고 발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 리더쉽이 나는 참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