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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양 Jun 03. 2020

당신의 추억은 어떤 맛일지 궁금합니다.

프롤로그


몽실몽실한 구름이 솜사탕 같아

입을 헤 벌리고 하늘만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솜사탕.


아무리 아끼고 아껴도

바람 한 점 불 때마다 휙, 솜사탕은 줄어들어버리고

어느새 사라져

막대를 쥔 손바닥에

끈적끈적한 흔적만 남길 뿐이었습니다.



키는 하늘과 더 가까워졌지만

더 이상 구름의 모양은 살피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걷는 어른이 된 지금,


안녕하지 못한 하루의 끝에

텅 빈 식탁을 마주할 때면

하릴없이 지난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접시 대신 종이를 앞에 두고

수저 대신 연필을 손에 쥔 채

혀끝에 아렴풋이 남 기억을 하나 둘

헤아리는 날들이 늘어갑니다.

     

어느 봄날 부엌을 가득 메웠던 딸기잼 졸이는 향기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냄비를 젓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

할머니가 썰어주신 우무의 투명한 모양과 탱글한 식감.

할아버지가 입에 넣어주시던 감초 한 조각의 은은한 단맛.     


마음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그러모은

기억의 파편들 중에는

영영 되살릴 수 없는 추억도 있었습니다.




다시 붙잡으려 해도

한 줌 뜯어서 입안에 넣어보려 해도

바람에 녹아 흩어져버리는

솜사탕 같은 추억.


그 추억들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당신에게도 묻고 싶었습니다.



당신 안의 어린아이가

앙상한 막대 하나 손에 쥐고서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지금, 여기에

당신의 이야기를 기록해두려 합니다.



당신에게 남겨진 추억 한 톨을 꺼내어다

구름만치 몽실몽실 부풀려

당신의 손에 쥐어주는 상상을 합니다.


우리가 마주 서서

사이좋게 한 입씩 베어 물어도 좋겠습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당신의 추억은

어떤 맛일지 궁금합니다.


.

.

.


"당신의 어린 시절, 잊지 못할 추억의 음식은 무엇인가요?"





허기진 어른아이의 마음을 위로할

따뜻한 음식 이야기

<푸르던 날의 추억 한 입>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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