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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로 Nov 16. 2017

왜 계속 공부해야 하나요

for/if문만 알면 다 짤수있는데

"정기씨 아까 제가 꽃을 버려서 슬펐나요? 
그건 신발이 진창에 빠졌을때 만큼 슬펐나요, 
아니면 가까운 이가 아플때만큼 슬펐나요?

어떤 슬픔은 어렴풋한 슬픔이고, 어떤 슬픔은 처절한 슬픔이죠.
소소한 슬픔도,
아련한 슬픔도,
잊혀가는 슬픔도,
문득 기억이 떠올라 때때로 가슴이 아파지는 슬픔까지,
같은 슬픔조차도 사실은 전부 달라요.

책을 읽고 풍부한 단어를 알게 된다는건 슬픔의 저 끝에서부터, 기쁨의 저 끝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감정들의 결을 하나하나 구분해내는거에요.

정확히 그만큼의 감정을 
정확히 그만큼의 단어로 집어내서
자신의 마음을 선명하게 들여다 보는거죠

내가 얼만큼 슬픈지, 얼만큼 기쁜지.
내가 무엇에 행복하고, 무엇에 불행한지.
자신의 마음이 자신을 위한 목적을 결정하도록.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정확히 전달하도록.

나무도 바위도 없이 숨을 곳 하나없는 산 한복판에서 매에게 쫓기는 까투리의 마음이,
망망대해 한가운데 배에 곡식 가득 싣고 
노도 잃고,
닻도 잃고,
돛줄도 끊어지고,
돛대도 꺾어지고,
바람에 물결치고,
안개는 자욱이 뒤섞이며,
사방은 어두워지고,
풍알 일 노을 뜨는데,
해적을 만난 사공의 마음이
엊그제 임을 잃은 제 마음에 비할수 있을까요.

같은 단어를 안다면 감정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고,
같은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감정의 흐름을 공유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죠."

가담항설 90화에서




프로그래밍은 for, if만 알면 된다 라고 얘기하며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어떻게 표현해야 와닿을수 있을까 종종 생각했었다.

물론 유지보수성, 확장성 등등 변화에 쉽게 대응하기 위해서 라고 대답했지만, 교과서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길래 더이상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러다가 웹툰을 보고 "와 이거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만큼 힘든지 타인이 공감하려면 그만큼 단어로, 문장으로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아는 단어와 문장이 부족하다면 결국 좋다/싫다/힘들다 밖에 표현할수 없다.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밍에서도 좁게는 제네릭, Enum, 예외처리부터 넓게는 자료구조, 객체지향, 디자인패턴까지,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 의도를, 내 목표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다.

 

확장해서 쓰게 하고 싶었던 곳은 어디인지,

다른 사람이 못쓰게 막고 싶었던 방식은 무엇인지,

무시해도 될 것은 무엇인지 등등

이 코드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짠 코드를 다른 사람이 오해하지 않고, 

타인의 코드를 보고 얼마만큼 고민했는지 이해하게 되고,

그 사람과 내가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황홀한 이야기 아닐까?


for/if만 알면 된다는건, 내 감정을 좋다/싫다로만 표현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게 과연 좋을까?


좀 더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코드의 표현이 다양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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