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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로 Jul 12. 2018

기도 고노스케

2012.10.14 의 기록

이 글은 2012년 10월 14일 싸이월드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이제 막 국비교육과 휴학을 끝내고 열심히 취업준비중이였던 시절이여서 생각나는대로 막 썼던 글입니다.

조금의 중2병스러움이 있지만,

6년이 지나 다시 보니 저 개인적으로 와닿는 것이 많아 원문 그대로 옮겼습니다.




2012.10.14


나는 만화를 좋아한다

만화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를 꼽으라면 항상 주저하게 된다.


“H2”를 그린 “아다치 미츠루”나 “소라의 날개”를 그린 “타케시 히나타”등 우열을 가릴 수 없어 1등을 정할 수 없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1등을 말할 수 있다.


“아사다 지로”


이 사람이 소설가로 나에게 1등이다. 

지금까지 읽은 그의 작품만 하더라도 10 작품이 넘는다.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책을 덮고 눈을 감게 된다. 

꼭 그렇게 된다.

이 사람은 독자를 펑펑 울리지 않는다.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대사와 상황 설정을 하지 않고, 일상 대화만으로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작가인 것이다.

예전에 기숙사에서 그의 또 다른 장편소설 “칼에 지다”라는 작품을 보다가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려서(우는 것이 아닌 흘린 것이다) 룸메이트 형이 무슨 일이냐고 계속해서 물어보고 달래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부끄러웠던 경험이 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Daum Comunications” 의 서류 결과가 발표 났었다.

또 서류 탈락이였다.

도대체 몇번을 탈락하는지, 현기증이 난다. 

탈락, 탈락 글자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부리나케 도서관으로 달려가 어떤 것이든 괜찮으니 지금 당장 딴생각을 하게 해줄 “읽을 것”을 찾았다. 

그때 눈앞에 있던 책이 바로 아사다 지로의 장편소설(총4권) 프리즌 호텔이었다. 

이 작가라면 분명 딴 생각을 하게 만들어줄거란 생각에 추석 내내 읽었다.


프리즌 호텔은 아주 이상한 호텔이다. 

일반 호텔맨들이 운영하는 곳이 아닌 야쿠자가 운영하고, 서비스하는 호텔이다. 

그래서 세상 만사 별 이상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오게 되는데, 그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받고 나가는 곳이 바로 이 프리즌 호텔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내가 갖고 있었던 그 작은 “탈락” 이란 사연을 뻥 차버릴 수 있게 되었다.


1권 후기를 보며 나는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노력을 안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프리즌 호텔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기도 고노스케는 실은 아사다 지로가 20년 동안 사용했지만 한 번도 채택되지 않은 소설을 쓴 필명 이였던 것이다. 


즉, 그는 20년 동안 소설을 써오며 한 번도 출판사에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왔던 것이다. 


뒤이어 적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운이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집념이 꽤 중요하다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는 후기를 보며 나는 내가 고작 1년 반이란 시간을 개발 공부를 한 것으로 뭔가 대단한 성과를 이루리라고 착각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나는 그에 비하면 “일을 한 것”이 아닌,“취미”를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야쿠자로 살아오다가 소설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게 된 그의 이력이 신기했다.

그만큼 극단적인 직업의 변경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기에 그렇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재능이 있고 없고를 떠나, 20년 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집념이라면 어느 장르를 선택했더라도 성공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아직 나는 누군가에게 “집념”이란 단어를 말하기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언젠가는“집념”이란 단어를 남에게 얘기할 수 있는 위치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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