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 BOOK

시대예보:경량문명의 탄생 리뷰

조금 더 가볍게

by Nak

1.

메슬로우의 욕구 5단계는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에 대한 욕구, 3단계 소속 및 애정에 대한 욕구, 4단계 존경 욕구 그리고 마지막 5단계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자아 실현 욕구 나뉘어져 있다.


이 욕구 이론은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 되어야, 상위 단계의 욕구를 추구하게 되며 각 단계의 욕구는 행동의 동기가 된다는 이론이다.


행정학을 전공한 필자는 행정학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전혀 없지만, 메슬로우 욕구 이론에 대해 시험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행정학에서는 이 이론이 꽤 중요한 이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이 이론을 공부한 후 필자의 행동 양태가 이 욕구 이론과 묘하게 겹친다는 점을 기억해볼 때, 모두에게 해당하지는 않더라도 특정 계층에게는 해당하는 유의미한 이론일 것이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이라면 1단계인 생리적 욕구는 대부분 충족할 수 있다. 사실 주거라는 부분만 제외하고, 의와 식의 경우 충족하지 못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제 3세계 지역에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한국 내에서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2단계인 안전에 대한 욕구 역시 한국에서는 대부분 충족이 되니,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1단계와 2단계 욕구를 충족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3단계 욕구부터는 충족하는 이들의 숫자가 확 줄어들 것이다. 시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개인화 되어가고, 한 소속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낭만은 사라진 세대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4단계와 5단계가 남는데,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자아 실현을 하는 단계는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4단계와 5단계를 정신적으로 조금 더 가벼워지고, 물질적으로 가벼워짐으로써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AI 기술을 곁들임으로써 말이다.


송길영 작가의 "경량문명의 탄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AI 기술을 곁들여, 우리의 삶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자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제 책도 조금은 가벼워져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모든 것이 더 가벼워지는데 왜 아직까지도 한 권의 책은 이렇게나 무거운걸까? 조금은 덜어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담아낼 것이 많다면 무거울 수 밖에 없는 것이 또 물리 법칙이기는 하다.


2.

필자의 현재 상태를 메슬로우 욕구 이론에 따르면 1단계와 5단계가 공존하는 단계이다. 아직 집이 없기 때문에, 주거에 대한 욕구 해소를 바라고 있는 한편,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자아 실현 욕구가 충만한 상태이다. 어쩌면 이 자아 실현이라는 것도 1단계를 특히, 주거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함일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전에는 더 나은 자신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삽질을 해야 했었다.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했던 2019년, 30이 넘은 나이에 회사를 때려치고 프로그래밍 국비 과정을 다니던 때를 기억해보면 그렇다.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홀로 웹/앱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스타트업을 하고 싶었던 당시 나는 엄청난 삽질을 하던 중이었다. 단지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위해 6개월이라는 시간과 기대 소득을 포기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나에게는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이 그만큼 간절했기에,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는 했지만 투자 대비 효용을 따지자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또한 당시 프로그래밍을 배우던 시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한 가지 있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어차피 기계어로 다시 변환되는데, 사람보다는 기계가 훨씬 더 잘 하지 않나?라는 의문이었다. 코드라는 것 자체가 0,1의 조합을 기계어로 만들어내기 위해 인간이 개발한 언어인데, 결국 기계로 치환되는 것들은 기계가 하면 되지 않나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었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나 ChatGPT가 나왔고, 이제 내가 원하는 어플리케이션은 바이브 코딩 앱으로 하루면 뚝딱 MVP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바이브 코딩 툴을 통해 뚝딱 어플리케이션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읽어보도록 하자)

https://brunch.co.kr/@chunja07/146

AI와 즐겁게 대화만 하더라도,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이 시대에 우리는 더 이상 삽질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너무 오바하는 것일까. 조그만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AI는 그것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무엇이든 가능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했던 삽질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바이브 코딩 툴을 아무리 쓴다해도, 프로그래밍 구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면 AI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예를 들면 데이터베이스가 어떤 식으로 되어 있어야 하고, 클라이언트와 서버가 어떤 식으로 통신하는지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아야 AI에게 적절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AI에게 조금 더 나은 명령을 내리기 위해 인간은 조금 더 똑똑해져야 한다. 그리고 조금 더 똑똑해지기 위해 조금 더 많은 책을 읽고, 조금 더 많은 책을 읽을수록,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싹트는 것을 내면에서 느낀다.


필자는 이런 자아 실현을 위해 최근 "10년 동안 일하니 전문가가 된 건에 대하여"라는 브런치 북을 연재중이다. 브런치 북을 연재하며 나중에 책을 내고 싶은 욕구도 지니고 있는데, 책을 낸다면 굉장히 얇게 내고 싶다. 최근 지하철에서 종이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이는데, 책이 훨씬 얇으면 그만큼 더 휴대하기 좋을 것이고, 더 쌀테니 출판사 입장에서도 다양한 책들을 다양한 타겟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가 3가지 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글을 읽어야 하고, 많이 써봐야 하며,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위 3가지 행위는 자아 실현으로 귀결된다.


사실 중량문명이든 경량문명이든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으로서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테니까. 우리는 우리의 욕구에 충실하며 살아가면 된다. 그게 의식주든 자아실현이든 말이다. 하지만 그 형태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가볍게 바꿔나가도록 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선긋기와 쇼펜하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