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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빈 Dec 17. 2017

딸에게 보내는 도시락 편지: 화정에게 1994

3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 큰 딸에게

예쁜 화정아

3학년 첫 수업하는 날이구나.

그리고 학교 입학하고서 처음 싸는

도시락. 몹시 설레이지.

엄마도 그렇구나.

3학년 부터는 좀더 의젓해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도시락 맛있게 먹거라


94. 3. 3

엄마

예쁜 화정아

어제는 도시락에 편지를

넣지 않아서 섭섭했지.

3학년이 되니 모든게

새롭고 해야 할 일도

자꾸 늘어나서 부담스럽지.

얼마동안 참고 지내다 보면

적응이 되어서 익숙해 질거야.

엄마는 화정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꽉 차오르고

내 딸 화정이가 자랑스럽단다.

도시락 맛있게 먹어라


94. 3. 7 아침

-엄마-

사랑스런 화정아

볼이 부어서 많이 아프지.

아픈데도 불구하고 시인의 뜰을

가는 걸 보고 엄마는 네가

안쓰러우면서도 대견 했단다.

내 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선생님이 좋으시다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또렷또렷한

목소리로 발표 잘 해서 앞으로

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밑거름이 되도록 하거라

내일 아침 도시락 반찬이 걱정이 되는구나

아무튼 점심 맛있게 먹고

집에 와서 푹 쉬거라


94. 3. 8 밤

엄마가

To 화정

아침에 일어난 너의 얼굴 보니

막 피어난 백합꽃 같더라

어제저녁 목욕을 하고 자서

그런 것 같아

학교 생활 잘 하는 너를 보면

여러가지 불만이 많은 엄마가

부끄러워진다

사람은 어디에서든지 최선을

다하면 그 열매는

실(實) 할 것이다.


94. 3. 9 아침

엄마

사랑스런 화정아

3학년이 된지도 일주일이 넘었구나.

도시락을 먹는데도 처음처럼

설레임이 없다지.

사람이란 누구나 처음처럼 끝까지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갖기란 어려운 법이란다.

그렇지만 항상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모든일에 기쁨과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결과는 2배로

얻어지는 기쁨이 있을 것 같다.

볼은 많이 나았니?

도시락 맛있게 먹거라


-엄마-

똑똑한 화정에게.

시골에 다녀와서 피곤하지.

할머니 댁에서 숙제 다 하기로

한 약속 지키지 않아서

집에 돌아와 밤 늦게까지 했지.

너의 책임감은 칭찬 해 줄만 하지만

할머니 댁에서 하기로 한 약속을

지켰어야지.

오늘은 국 대신 보리차를 넣었다

할머니 댁에서 얻어온 김치란다.

선생님 설명 잘 듣고

특히 너는 학습부장이니까 잘 해야지

도시락 맛있게 먹어라


94. 3. 13 아침

엄마

나의 예쁜 딸 화정아


수업 즐겁게 했니?

요즘 할 일이 많아져서

맨날 엄마 잔소리 듣고

책 읽을 시간도 없고

힘들지.

부지런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거라

남에게 지기싫어 하는 너의 성격

잘 개발하면 너의 발전에

도움이 된단다.

노트정리 깨끗이 하고


산수문제 풀 때 신경좀 써라

실수란 한두번으로 가능하지만

너처럼 하버드 산수를

그렇게 많이 틀린다는 건

실수가 아니라 실력 부족이란다.

도시락 맛있게 먹고

즐겁게 지내다 오렴


94. 3.23 엄마.

귀여운 화정에게

이제는 어느정도 3학년 생활이 

안정되어가는 너의 모습이 보인다

그동안 적응하느라 애썼다.

요즘 도시락 반찬이 성의가 없지?
엄마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그러니 이해 해주렴.

얼른 일어나서 맛있는 반찬 해줄께.

그럼 이따가 만나자


3. 29 아침

엄마

딸기공주 화정에게

어제 준 너의 선물 고마웠다.

어쩌면 엄마의 마음을 그렇게

정확하게 알았니?

도시락 맛있게 먹고 선생님 말씀 도중에

딴 생각 하지 말고 열심히 듣거라.

시간나는 대로 책 읽고

그럼 이따 보자


93. 3. 31

너를 사랑하는 엄마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화정에게


오늘 아침 날씨는 흐려있구나

마치 기분 나쁜 사람 얼굴처럼....

날씨는 이렇지만 화정이 얼굴은

활짝펴고 즐거운 하루가

되길 바란다.

특별한 반찬인지 모르겠구나

그럼 이따 보자


4. 7 아침

엄마

사랑스런 화정에게

며칠 동안 편지가 없어 섭섭했지.

오늘 반찬은 장조림, 김치, 표고버섯볶음

돼지불고기 볶음. 맛있는 반찬 들이지.

표교버섯에는 비타민 D가 많이 들어있단다.

비타민 D는 우리 눈을 밝게 해주지.

알림장 글씨 깨끗하게 쓰고.

집에 와서 숙제나 할 일은 스스로 하면

더욱 예쁜 딸이 되겠구나.

도시락 맛있게 먹어라


-엄마-














"오늘 밥 먹기 싫더라도

꼭꼭 씹어서

조금이라도 먹어라"

"오늘은 새로운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구나

출발이 좋으면 끝이

좋으니까 멋있게 출발

해보자꾸나"

"I like 화정"

"맛있게 먹을 너를 생각하며

요것저것 반찬을 집어넣었다

엄마는 이런 아침이

행복하단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사이좋게 지내고

우유 먹어라"

"너희들에게 충실하는 것이 바로 엄마 자신에게

충실한건데 눈에 보이는 것에만 충실하지

않았나 싶다.

너희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야

아빠, 엄마도 바르고 건강하게 살았다고 할 수

있겠지. 깊은 밤에 여러가지로 반성 해본다.

아무튼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너희들은 너희들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참되게 살자꾸나."

"어제 밤에는 네가 기침을

하지 않고 잘 자주어

엄마는 좋았단다.

기쁨과 행복은 꼭 큰 것이 아니어도

이렇게 작은 것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걸 화정이도 엄마도

깨달아야 겠구나."

"여름은 즐거운 계절이지.

열심히 노력하고 땀을

흘려서 가을에 좋은

열매를 딸 수 있는 기대의 계절

그리고 휴가가 있는 계절.

정말 신나는 구나"

"항상 사랑해주시는 선생님께

고맙게 여기고

오늘도 보람된 하루이기를 바란다

도시락 맛있게 먹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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