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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빈 Jul 11. 2018

딸에게 보내는 도시락편지: 화정에게 2001

화정아 

아침에 너를 깨우면서 너 못지 않게 엄마도 갈등이 많단다.

5분만 더 재울까. 3분만 더 재울까

우리 화정이는 이른 나이에 이런 어려움을 경험해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전에 우리가 수락산 오를 때 생각해봐

아주 처음에는 수월하지만 점점 숨이 가파오고 주저않고 싶지.

정상은 아직도 먼데.

그럴 때일수록 너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면서 숨고르기를 잘하며 견디면 어느새 정상이다.

그러고 나면 내려올때가 있을 것이야.

내려올 때라고 방심하면 미끄러지기 쉬우니까 항상 긴장하면서 잘 내려오면 

너의 학교 생활도 무리가 없을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딸 화이팅. 행운이 함께하기를...


2001. 3/26 엄마




화정아

며칠 전 몸이 안 좋다고 집에 다녀 갔는데 너를 보내놓고 보니 마치 꿈을 꾼 기분이구나.
아빠도 새벽에 너를 보내놓고 기숙사로 향해 걸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고 마음이 "찡"했다고 하시는 구나.
이런게 부모 마음인가보다.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너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아프다.
그러나 이왕 시작했으니 굳은 각오로 이겨내기 바란다.
네가 누구니.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오기가 있지 않니.
엄마는 너를 믿는다.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결과야 어쨌든 과정이 충실하다면 최종적인 결과는 결국 너에게 긍정적으로 나타나리라 믿는다.

비온 뒤의 하늘

폭풍 후의 고요함

썰물 뒤 밀물

일몰 뒤 일출

새벽 뒤에 어둠이 감추어져 있듯이

너의 지금 잠 못자는 고통과 가족과 떨어져있는 아쉬움도 

너의 미래를 밝게해 줄 과정이라 생각하고 슬기롭게 넘기길 바란다.


어느 때는 편한 길로 너를 인도해서 인문고에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게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엄마는 후회하지 않는다.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뚫어야 할 벽이 있는데

남들보다 좀 더 빨리 경험했을 뿐이라고 생각해.

노력하는 자에게는 행운이 같이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Fighting, Hwa Jung.

네잎 클로버가 너를 지켜줄 것이다.


병원에서 근무 도중 몇 자 적었다.

너를 위해 항상 기원하는 엄마

2001. 4. 20


사랑스러운 내 딸 화정에게.


녹음이 짙어가는 걸 보니 일년의 반이 왔다는 걸 느끼겠구나 "세월은 날으는 화살과 같다"는 옛 속담이 나이 들어갈수록 실감나는구나.

나이든다는 것은 속담과 명언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너 기숙사에 입사하고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엄마도 적응하느라고 참 많이 힘들었다. 너 역시 그랬겠지만.

네가 기숙사 간지가 2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2년 만큼이나 길게 느껴진다.

너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참으로 대견스럽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어떻게 저런 딸을 낳았는지 자랑스럽기도 하고.

어쩌면 그리도 자기자신 관리를 잘 하는지

요즈음은 아빠, 엄마는 너만 생각하면 배가 부른다.

너에게 아무리 돈을 써도 아깝지가 않고 또 자꾸만 사주고 싶다.

어디다 돈을 쓰든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가 있을까.

토요일 오후 네가 가져온 빨래를 세탁한 후 엄마는 옷걸이에 걸면 아빠는 가져다가 베란다에 널고...

베란다 가득 너의 빨래를 보면 엄마 마음도 개운해진단다. 이런게 행복이 아닐까 한다.

너에게 고마움의 표시를 이렇게 글로나마 전한다.


사랑하는 화정아

건강하고 너도 네 생활에서 작은 행복을 찾길 바라며 항상 너의 꿈을 향해 노력하길 바라며


2001. 5. 29 새벽

-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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