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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빈 Apr 28. 2023

출산과 긴 휴직을 앞두고

2011.01.~2023.04. 12년의 직장 생활에 쉼표를 찍으며

2011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만 12년하고도 4개월을 꽉 채워 직장생활을 했다.


20대 때에는 정말 일이 재밌어서 했다. 일보다 재밌는걸 딱히 못 찾았다.

월급받고 다니는 회사인데도 마치 내가 사장인냥 회사 일을 세상 목숨 걸고 했었고 팔아야 했던 제품, 브랜드가 내 자아 같아 지표에 울기도, 웃기도 많이 했다.


30대 들어서는 일 외에도 나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달은 시기.

친구들과 함께하는 운동, 무엇보다 마음이 꼭 맞는 사람과의 연애와 결혼까지 결혼 후에는 혼자가 아닌 우리 둘, 가족이 함께 살고 싶은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가며 내 삶의 우선 순위와 가치들이 재정립되었던 시기이다.


그러면서 아이를 가질까 말까, 가진다면 언제쯤 가져야 할까를 남편과 많은 대화를 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말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임을, 특히 오롯이 우리 둘만 함께하며 누릴 수 있었던 행복들은 꽤나 긴 시간 가지기 어려울 거란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지의 영역에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둘이 함께 한다면, 그 누구도 아닌 이 사람과 함께라면 해볼 수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아이를 가져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결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의 생명이 우리를 찾아와주었다.

어느덧 이 친구들과 함께한지도 200일이 훌쩍 넘었고 6월이면 드디어 세상 밖에서 만날 예정인 우리 둥이들.


회사에 휴직 계획을 공유해야 했기에 아이를 낳고 얼마 정도의 기간 동안 육아에만 전념할 것인지 정해야 했다. 감사하게도 회사에는 6개월의 기간 동안 나의 급여 100%를 지급해주는 출산휴가 제도가 있다. 국가에서 보장하는 다태아 출산휴가는 4개월이기에, 두 달이나 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 알아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6개월의 휴직만 쓰고 복직을 해왔던 것 같다. 그럼 6개월이 충분한 시간인건가? 우리나라 제도 상으로는 아이 한 명당 1년씩의 육아 휴직이 주어진다. 나는 아이가 2명이니 최대 2년까지도 육아 휴직이 가능하다. 이걸 한 번에 다 쓰는 사람이 있나? 없는 것 같은데... 하는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나는 1년하고도 2.5개월, 총 14.5개월을 육아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을 위해 정말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고 의견도 구했지만 결국 정답이란 없고, 결정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내려야 한다는 걸 깨닫고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더 골똘히 들여다보았던 것 같다. 서른 넷의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아가들과 되도록 오래 함께하기를 원했다. 본인들 의지와는 무관하게 오롯이 나와 남편의 결정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어버린 아가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울 그 아가들의 세상에서의 첫 여정에 가능한 오래 이들의 길잡이로 함께하고 싶었다. 물론 '오래'가 어느정도인지에 대한 절대적인 답은 없다. 누군가는 그 기간이 최소 36개월이라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오롯이 엄마 역할만 해낼 자신은 솔직히 없었다. 막연히 1년 정도면, 돌아와서도 어느정도 감을 잃지 않고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짧을 수 있지만, 모든게 빠르게 변하는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14.5개월의 공백이란 사실 굉장히 긴 시간이다.


이 결정을 미련없이 내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나를 둘러싼 감사한 환경과 더불어 지난 12년 동안 내가 가진 에너지와 의욕 대부분을 후회없이 일에 쏟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직장에 있는 지난 5년 반 동안 누구보다도 나를 신뢰해주시고 내 성장을 응원해주시는 매니저와 배려심 넘치고 똑똑한 팀원들과 동료들 속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원없이 해봤다. 당연히 결과에 크고 작은 아쉬움들이 남아있지만 그렇다고 그 때 그 과정 속으로 돌아간다 해도 아마 똑같은 결정을 하고 똑같이 쏟아냈을 것이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축복이고 행운이기에, 그래서 미련 없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길게 갖기로 결심할 수 있었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당연히 언제까지나 아이들 곁에 있을 수는 없다.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서든, 경제적으로든, 그리고 나라는 자아의 성장을 위해서든 나는 일터에 다시 설 것이다. 그치만 지난 12년을 그렇게 보냈듯, 온전히 아기들과 함께하기로 한 14.5개월 역시 후회없이 보내고 싶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는 아기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아기들과 함께 엄마로서 나도 함께 성장하며 그렇게 보내보려 한다.


복직 전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으이구 암것도 몰랐던 과거의 나야~' 할 수도 있겠지. 그 또한 결국은 내가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영역일테니 일단은 내 앞에 펼쳐질 새로운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련다. 언제나처럼 나답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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