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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R Sep 22. 2021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다

오늘의 밑줄 :: 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작가)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슬아 <부지런한 사랑> 중


재능은 죽었다 깨나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꾸준함을 선택했다 해도 그것을 유지해 나간다는 건 재능보다 더 대단하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재능 아닐까. 이 책의 저자 이슬아 작가의 말처럼 글쓰기를 시작하면 마음이 바빠진다. 주어가 '나'에서 '세상'(너, 엄마, 아빠, 그, 그녀, 강아지, 멀리 있는 당신 등등)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우리를 결코 그 자리에 머물게 만들지 않는다.


이슬아 작가의 책 <부지런한 사랑>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천부적인 재능과 꾸준함 중에 누가 이길까. 그 두 가지가 함께 간다면 천하무적 마징가 제 트겠지만 세상은 높은 확률로 공평하니까. 나에게 굳이 어떤 선택권을 골라보라 한다면 나는 꾸준할 수 있는 체력을 선택하겠다.


사실 일정한 루틴을 가진 누군가는 나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다. 무엇에 확 꽂혀 몰두하다가도 금방 싫증을 내는 내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일을 정해 비슷한 시간에 그 일을 반복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게 즐거웠다.


얼마나 평범하거나 비범하든 간에
결국 계속 쓰는 아이만이
작가가 될 테니까


블로그나 브런치에 매일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


평범함과 비범함은 한 끗 차이라 했다. 결국 '계속' 무언가 해야 '무엇'이 될 수 있다는 것. 나의 경우를 말한다면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루 종일 열심히 써낸 퀄리티 좋은 게시물 하나. 물론 좋다. 하지만 그거 하나 써놓고 지쳐서 오랜 시간 방치된 블로그는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블로그와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꾸준함을 유지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었던 것은 보다 퀄리티 높은 글과 게시물을 올리고 싶어 사진을 고민하는 일이었다. 사진을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 되었다. 사진을 겨우 고르고 나면 나는 이미 너무 피곤해져 버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내 블로그와 브런치에는 너무 신경 쓰다가 아직 빛을 못 보고 잠들어 버린 글들이 무수히 많다.


그래서 시작한 게 블로그에 <혼자 알기 아까운 밑줄>과 <이대리 통신> 폴더를 만들어 각 잡지 않고 그날그날 떠오르는 것에 대해 써서 발행 버튼을 누르는 일이었다. 내 블로그는 노출과 상업적 이용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냥 나를 담고 때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더 완벽하게 써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완벽주의는 꾸준함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꾸준하기 위해서는 너무 높은 허들을 잡아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그때 책을 읽다가 잊고 싶지 않아 밑줄 그어 놓은 문장을 하나씩 옮겨와 왜 이 문장이 내 눈에 들어오게 됐는지 간략하게 써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쓸 말이 없었다. 밑줄 친 문장은 옮겨왔는데 '왜'에서 막혀버린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많은 순간 우리의 진짜 '왜'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산다. 이렇게 블로그에 '아무 글'이나 써 올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이 문장이 좋았구나, 그럼 왜 좋았지? 내가 이 그림을 좋아하네. 왜 유독 이 그림이 눈에 들어왔을까.


내 일상에 대해 적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무수히 스쳐 보낸 일상의 자잘한 순간들을 다시 한번 이 공간에 글로서 붙들어 매 놓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무엇을 느낄 수 있었는지. 무심코 흘려버린 감사함은 없었는지.


그렇게 틈틈이 노력하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야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비록 엄청난 루틴 맨 무라카미 하루키나 기타 작가들, 그리고 월계 댁 우리 엄마 정숙 씨와 같은 분들에 비한다면 너무 미미한 움직이지만. 이거라도 어딘가. 나는 꾸준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고 싶다. 앞으로 근력을 키우듯 그 부지런한 체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과연 되려나. 내가 아니면 누가 날 믿어 주겠어. 혼자 또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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