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있어? 이런 질문이 무례하다고 배웠다.
별명을 말하면 이름이냐 묻고, 이름을 말하면 성을 물어보고, 몇 살이냐 묻고, 학교는 어디 나왔는지 직장은 어디 다니는지 월급은 얼만지 묻는 그런 질문들이 참 구리다고 생각했다.
성별이분법에 맞지 않는 외모를 하고 있으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판단하려 구석구석 훑어보는 어떤 이들의 궁금증도 참 싸구려 같다고 생각했고,
채식 한다고 하면 왜 하냐고 묻는, 똑같이 돌아오는 질문이 지겨웠다.
내게 질문이란 쿨하지 못하고, 무례하고, 충동적인 것이어서 시의적절한 데에 배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나는 어차피 잘 못하니 그냥 입 다물고 잘 묻지 않는다.
근데 그러다 기자가 됐다.
기자를 질문하는 직업이라고, 기자라면 질문을 잘 해야 한다고들 한다. 그래서 나는 묻는 게 더욱 무서워졌다.
질문 하나 잘 못 했다간 내가 예전에 질문 하나로 판단했던 사람들처럼, 구린 인간이 될 거 같아서.
가뜩이나 구린데, 심지어 기자야? ‘구린 기자’는 정말 참을 수 없다. 그건 구림 더하기 구림 같은 거니까.
인터뷰나 사람을 만나는 취재를 앞두면 손에 땀이 난다.
난 왜 이렇게 무서운 게 많을까.
그래도 묻기로 한다. 왜냐면 일이니까. 농담이고.
난 누가 내게 안부를 묻지 않으면 잘 살 수 없으니까.
질문이 나쁜 것만은 아닐 때가 분명히 있으니까.
나쁜 질문이 있다는 걸 알고, 좋은 질문을 고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요즘 너무 헤매서 다시 마음을 잘 다잡아보려고.
잼 하나도 끝까지 못 비우는, 꾸준함이 부족한 성격이지만 여기저기서 에너지를 받았으니까. 부족할 때마다 징징대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