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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Sep 08. 2016

그래뇽, 9/6

어제는 나헤라에서 몇명의 한국인들을 만나 저녁에 라면과 밥을 먹고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럽 여행 중 까미노를 함께 걷는 남매, 부친과 함께 걷는 음향엔지니어, 말수가 적어서 조금은 말꺼내기 어려웠던 중로의 여자분까지 5명이나 한국인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길에서 만난 분이 알려준대로 확실히 큰 도시에 있는 알베르게에선 한국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듯하다.


약 30km 거리에 있는 그래뇽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걸었다. 걸을 수록 익숙해진다는데, 20km만 넘어도 몸이 힘들어진다.  35도가 넘는 날씨탓일 수도 있지만, 그늘을 걸을때도 발바닥 통증도 심해 걷는것 자체가 고역이 된다. 그래뇽엔 길을 걷던 중 몇몇 사람들에게 들었던 교회 알베르게가 있다. 숙소와 음식을 모두 자율적인 기부로만 받아 운영되고, 자원봉사자들이 순례자들을 섬기고 있다.


40명 인원에 남녀 화장실 겸 샤워실이 하나씩 밖에 없어 불편함은 있지만, 교회 건물의 따듯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사람들은  홀에 모여 노래하고, 같이 식사 준비를하고, 촛불 앞에서 이야기까지 ... 편안하면서도 교제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다들 까미노 최고의 알베르게로 이것을 뽑는 이유를 알것만 같다.


작은 마을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내일 아침엔 몇일전 함께 걸었던 신부님과 안 선생님을 만나서 함께 걷기로했다. 나는 아직 어디 머물지 정하진 못했다.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다가 힘들어지면 어디라도 마물러 쉬어볼까, 아니면 낮의 태양을 피해서 밤길을 걸어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어느 마을이던 머물 수 있고, 잘못된 길을 걷고 있으면 누구라도 소리지르면 바른 길을 알려주는 이곳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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