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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Aug 22. 2019

엄마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을까


가정의 재정상태를 파악하고, 종잣돈 만들기 위한 절약 실천! 이제 그다음은 뭘까? 바로 돈을 불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나는 의도적으로 새벽마다 여자들이 쓴 재테크 책들만 골라 읽었다. 특히,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 간다>를 통해서 부동산은 돈 많은 부자들만 할 수 있는 재테크라는 편견이 없어졌기 때문에, 나와 같은 평범한 주부들의 부동산 투자 이야기들을 부러 찾아 읽었다. 투자 기법도 도움이 되었지만 그들의 성공, 성장 스토리를 읽고 나면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경매에 눈길이 갔다. 기존의 가격보다 좀 더 저렴하게 집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무피 투자까지 가능함을 알게 되니, 자금이 많지 않은 내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었다.


남편과 상의 후, 경매 수업을 다니게 되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교대역에서 수업 듣고 집에 도착하면 밤 12시가 넘었다. 수업이 있는 날은 늘 녹초가 되었지만, 마음만은 에너지로 가득 찼다. 나도 모르는 새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었다. 단순히 몰랐던 지식이 채워져서가 아니라, 돈에 대한 관점과 생활태도가 크게 바뀌었다. 돈은 나를 괴롭히는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가까이하고 싶은 연구 대상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부동산 투자로 빨리 돈을 벌고 싶다, 라는 생각이었다. 책을 읽고 경매 수업을 들으면서 부동산은 결코 불로소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공부하고, 부지런해야 돈도 따라온다는 걸 알았다. 그런 면에서 시간 관리와 긍정적인 마인드는 필수였다.


조그만 일에도 쉽게 무너져 내리고, 불안에 떨었던 나는 조금씩 중심을 찾아갔다. 공부한 지 얼마 되었다고 사람이 그렇게 바뀌나 싶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건 얼마만큼의 시간이 아니었다. 아는 것이 많고 공부를 아무리 오래 해도 마인드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짧은 시간이라도 기존의 편협한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뀌면 그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는데 내 마음이 편안해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단순히 이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그게 아니었다. 내 마음이 왜 그렇게 괴롭고 힘들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공부를 하려고 보니 평소 돈에 대해서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어떤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신혼집을 구하면서 들었던 좌절과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것들은 다 내 자존감이 튼튼하지 못한 탓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것은 내가 돈에 대해 기본적으로 원망이라는 감정을 갖고 있었고, 집의 크기를 나와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휴거’, ’빌거’ ’ 집이 몇 평인지’ 이런 어이없는 말들에도 쉽게 상처 받고 무너져 내릴 수밖에.


나를 가로막고 있던 철옹성 같던 벽은 바로 나 스스로 만든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을 모르고 타인이 가진 것과 비교하며 내 가치를 낮추었고, 아무런 노력도 없이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태도, 남다른 사람만이 부자가 된다는 생각 등 이런 것들이 바로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의 신념이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다. 그런 것들이 없으니 작은 바람에도 쉽게 꺾였던 것이다. 엄마인 내가 계속해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바로 여기에서 찾았다.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타인의 시선을 삶의 기준으로 삼고 흔들리는 신념으로 아이에게 불안을 전가했을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을 궁리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내 인생의 항로를 멋지게 나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와 가족, 아이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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