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숲 Dec 08. 2016

LALALAND

전형적인 듯 전형적이지 않은 성장드라마



한국에서 성공한 음악영화는 대부분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씁쓸하더라도, 아름답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원스>가, <비긴 어게인>이, <스윙걸즈>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그러했다. <인사이드 르윈>은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그 영화까지는 씁쓸하더라도 아름다운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위플래시>는 그 모든 선입견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위플래시>는 푸른 불꽃같았다. 너무나도 뜨거워 파랗게 빛나는, 그리하여 너무나도 차가운. 그런 느낌의 영화. 숨 막히게 내달리는 영화였다. 나는 그 숨 막힘에 홀려버렸었다. 이후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영화가 무어냐 물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위플래시>라고 답했다. 바로 그 <위플래시>를 만든 감독의 신작인 데다 좋아하는 엠마 스톤이 주인공. 보랏빛 하늘 아래 춤추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아름다운 포스터. 영화의 베일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질 때마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증폭되었다. 그렇게 큰 기대감을 안고 본 <라라 랜드>는 역시 좋았다. 그러나, 그러니까 나에게 있어 최고의 음악영화는, <라라 랜드>를 보고 온 지금도, <위플래시>이다.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다. 좀 더 세분화해서 말하자면 군무와 합창은 좋아하지만 독무와 독창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한참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허공을 바라보며 홀로 노래를 시작할 때면 나는 질색하며 '왜 저래, 말로 해'라고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뮤지컬은 손가락 마디마디를 오그라들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 있어서 극악의 장르. 안타깝게도 <라라 랜드>는 뮤지컬 영화였다. (묵념)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뮤지컬 영화가 있는 법. <시카고>도 그랬도 <레미제라블>도 그랬고, 극악의 장르를 극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그것은 <라라 랜드>역시 마찬가지였다. 주인공들이 갑작스레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하면 잠시 동공 지진이 일어나지만, 음악이 좋고, 영상미가 좋다면 동공의 지진이 잦아들고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가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음악과 함께 다미엔 감독이 그려낸 꿈과 사랑과 젊은이들의 성장 이야기는 정말 좋았다.



누군가의 꿈을 위해 누군가는 포기를 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위해 누군가는 인내를 하는 그런 뻔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았다. 꿈을 위해 한 발 물러서는 누군가의 모습과 꿈을 위해 한 발 내딛는 모습을 함께 그려내주어서 좋았다. 그런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 끌리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내 주어서 좋았다. 현실이 이렇게 달콤하지만은 않은 거란 걸 알면서도 영화에서 너무 현실을 이야기해버리면 아무리 그래도 영화가,라고 중얼대게 만드는 영화가 있는데 (좋은 예로 인사이드 르윈) 이 영화는 쌉싸름하면서도 밝고 경쾌하면서도 우울하고, 슬픔조차 반짝반짝하게 그려내어 주어서도 좋았다. 전혀 관심 없던 LA라는 공간을 예쁘게 담아내 주어서 좋았다. 수많은 IF로 그려낸 마지막 장면은 그들의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그 겨울의 이야기를 마치 내 이야기였던 듯 아련한 추억에 젖게 만들어 주어서 감독에게 감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단 아무거라도 해야겠다,라고 다짐하게 만들어주어서 정말, 좋았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별 것 아닌 리뷰라도 적기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사랑'에 포커스를 맞추는가 '두 주인공의 꿈'에 포커스를 맞추는가에 따라 각각 다르게 읽힐 영화겠지만 어떤 쪽에 포커스를 두었든 '반짝반짝했다'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것 같다. 이 영화를 떠올리면 샤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별빛이 부서지는 순간이 생각날 것 같다.


<라라 랜드>는 아마도 영화를 사랑하고 재즈를 사랑하는, 치열하게 그 세계에 대해 고민해 온 감독 그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 거겠지. 세바스찬도, 미아도. 감독 마음속에 오랫동안 방 하나씩 차지했던 녀석들이었겠지. 정말 그 <위플래쉬>의 감독이 만든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온도차가 심했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 궁금해지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 <위플래쉬>를 더 좋아하게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오늘 그간 미루고 미뤄왔던 위플래시 LP를 사버렸다. 라라 랜드도 LP 나오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사울의 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