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동네 드로잉 1
동네 공원을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아파트들 사이로 보이는 산을 보았다. 개화산 자락이다. 그림은 빛이 밋밋해 보이지만, 사실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개화산으로 해가지면서 산이 붉게 물들고 있는 중이다. 그늘진 아파트 너머 작은 산이 햇빛을 잔뜩 받고 있으니 정말 화사하다. 저 산이 저렇게 화사했었나. 그동안 수없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이제야 발견했다.
2년 전 포르투갈 여행 중에 포르투라는 도시의 어떤 언덕에서 아름다운 해넘이를 감탄하면서 바라본 적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저 태양은 한국에도 똑같이 있을 텐데 왜 한국에서는 이런 아름다움을 모르고 지냈을까 생각했다. 지구 반대편까지 여행을 가서야 우리 집에도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사는 곳 이곳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지나쳤던 풍경들을 담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일상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한동안 식물이나 나무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책도 보고 수선을 떨었더니, 아내와 와서 실소를 던진다. 집에 있는 몇 안 되는 식물들이나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이다. 직접 사서 기르는 우리 집 식물에는 관심도 가지지 않으면서 그런 수선을 떨었다니 부끄러웠다. 이제 거실의 마지나타 물 주기는 내 담당이다.
좀 더 부지런히 보고 생각해야겠다. 너무 멀리만 보지 말고 내 눈이 미치는 곳, 피부가 느끼는 공간부터 봐야겠다. 그리고 가끔은 펜과 붓을 들고 그것을 노트에 옮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