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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정우 Jan 27. 2019

공원이 있는 삶

본경 동네 드로잉2

우리 동네에는 큰 공원이 있다. 큰 공원은 우리 동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 동네로 이사 오면서 우리는 봄을 기다린다. 봄에는 공원의 큰 원형 마당에 어른들이 둘러앉아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일광욕을 한다. 아이가 없는 우리도 돗자리를 깔고 앉아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그걸 그리기도 하고 책도 보고 낮잠도 잔다.  

방화근린공원, 종이에 수채, 2018

큰 공원이 있는 동네로 이사 오기 전에는 그것이 삶에 주는 영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공원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느껴보고 나서야 공원의 중요함을 새삼 알게 된다. 할머니들의 수다모임, 할아버지들의 바둑모임, 반려동물들의 산책로, 아이들의 놀이터(요즘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장소가 너무 없다), 러너들의 트랙(공기 좋은 날이 많지는 않지만 ㅜ), 누워서 햇빛을 쬘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누가 콘크리트보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공원이 싫다고 하겠는가.


자연이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누구나 직관적을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왜, 어떻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들은 그것을 규명하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도쿄의 면역학자인 리칭은 그런 과학자 중에 한 명이다. 그는 나무를 주목했다. 일종의 백혈구로서 종양이나 바이러스에 감염 된 세포에 파괴 메시지를 보내는 인체에 유용한 NK세포와 피톤치드의 관계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리칭은 피톤치드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 열세 명을 사흘간 밤마다 호텔 방에 가뒀다. 그러고는 어떤 방에는 일본에서 많이 나는 편백나무 추출 정유를 가습기로 뿌렸고, 다른 방에는 아무것도 뿌리지 않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편백나무 방에서 잔 사람들은 그 방에 머무는 동안 NK세포()가 20퍼센트 증가했고, 피로가 풀린다고 보고했다. 통제집단에서는 아무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 플로렌스 윌리엄스,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


2017년 4월 방화근린공원

피톤치드가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의 세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밝혀지진 않았다. 현생인류 탄생 이후 약 만년 동안 자연 속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만들어온 유전자에 내포된 메커니즘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이런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우리나라 1인당 도시공원 비율은 9.6제곱미터(2017년 말 기준)로 뉴욕(18.6), 런던(26.9) 보다 작다. 서울은 전국기준보다는 조금 높아 11제곱미터. 특히 도시는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도시공원이 해제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시공원의 대부분이 사유지인데 <도시공원일몰제>때문에 국가가 매입해서 개발하지 않은 채로 일정 기한이 지나면 공원해제가 되어버린다는 이야기이다.(환경운동연합 "도시공원이 사라진다" 글 참고) 다행히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으로 서울시가 대책마련을 했다고는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얼마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방화근린공원도 '사라질 수도 있는' 공원중 하나이다. 더 늘려도 모자란 상황인데 잘못하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니 걱정이다.(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런 운동을 하는 단체들을 후원해주시길)


올해 4월이면 우리 집에도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를 생각하면 더욱 이 공간에 대해 애착이 생기게 된다. 이 공간을 더 사랑하고 아껴서 더 많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길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아낌없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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