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_김보라
남이 좋다고 하는 이야기 말고 내가 좋다고 하는 이야기를,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내가 좋아하는 문장으로 썼으면 좋겠어요. 남이 별로라고 말하면 꺼져, 이 자식아, 하는 마음을 가지면서요.
“나는 살면서 어느 순간에서도, 어느 공간에서도 중심에 있었던 적은 없었지만 전망대라고도 할 수 없이 작고 낮은, 어떤 개자식들이 야금야금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가득 찬 그곳에서만큼은 중앙에, 정 가운데에, 중심에 우뚝 서도 괜찮을 것 같았다. 발아래는 쓰레기로 가득했지만 그 위로는 예상과 달리 이상하리만치 상쾌하고 시원한 공기로 가득 차있어서 열 번을 아주 크게 심호흡을 했다.”
- 《무등산수박등》 65쪽
“그럼 나는 무슨 나쁜 일을 했을까. 네가 이걸 본다면 내가 했던 나쁜 짓들에 대해서 좀 말해줄래? 내 생각에 내가 저지른 나쁜 일은 침대 위에서 가루가 많은 과자를 먹은 것뿐이라서 말이야.”
- 《무등산수박등》 85쪽
“저수지를 보는 게 좋다. 어디로도 흘러갈 리 없는 걸 보는 게 좋다.”
- 《무등산수박등》 9쪽
“반짝이는 강물. 반짝이는 건 다 아름답구나, 하면서 걸었어. 그렇게 한참을 걷다 다시 보니 강물이 아닌 거야. 길 아래로 펼쳐진 비닐하우스들인 거야. 비닐하우스를 강물인 줄 안 거야. 아무도 나를 속이지 않는데 왜 나는 매번 속아 넘어가는 걸까.”
- 《무등산수박등》 91-92쪽
“책을 낸 집요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면 함께 책을 내기로 도모한 그래픽디자이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가 그 첫 번째고, 언젠가는 서울 아닌 곳에서 사는 여성의 서사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 어떤 욕심이 두 번째 이유였다.”
- 〈연재 실패〉 시즌2, 5화 ‘독립출판물 만들기 성공’ 중에서
“어릴 때는 아무 감동도 느끼지 못했던 표현들이 이제야 너무 아름다워서 감당이 안 될 때가 있다. 파도가 부서진다는 말도 그중 하나다.”
- 독립출판물 《녀석이 다가온다》 리뷰 중에서
광주로 내려온 지 2년,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든지 체감하는 중이다. 한 다리 건너면 친한 사람, 두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 전에 같이 일했던 사람, 함께 작업했던 사람.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생각은 낄 틈도 없이 끈끈하고, 당연하면서도, 눈에 보이지는 않는 네트워크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까 그 사이에 있는 몇 명의 꼰대를 마주치고 또 마주치고, 또 마주치고 하는 것이다.
그들은 작년처럼 올해를 일하고, 작년에는 재작년처럼 일했을 것이다. 이들 사이에서 낙오됐을 20대들이 얼마나 많을지 헤아려보다가 마음이 너무 아파 꼰대 사이에서 낙오된 20대들의 열정무덤을 만들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현실은 나나 잘하자. 나도 꼰대가 되어가고 있을지 몰라. 설마 이미?!
- 인터뷰 책 《서울 아닌 곳에서 예술로 먹고 살기》 리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