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육활동가_하리
이 글은 평화교육활동가 하라 인터뷰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사람>의 2부입니다.
1부 먼저 읽고 오시려면 :) 클릭
P.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하리는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요. 쉽게 만날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도한 일들이 있었나요? 그 일들이 기대만큼 진행되었는지, 위드 코로나인 지금의 상황은 어떤지 듣고 싶어요.
예전에는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을 많이 했었는데요. 이제는 일상이 여행이 된 것 같아요. 크게 구분이 없어진 느낌이랄까요. 코로나 이후로 행사나 축제가 많이 축소되고 사라졌지만, 친구 집은 언제나 갈 수 있잖아요. 이번 주는 OO집, 다음 주는 OO집, 또 다음 주는 OO집. 친구 집에 가서 같이 밥 먹고, 이야기하고,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트이고 편안했던 것 같아요.
한번은 코로나로 정말 어려운 적이 있었어요. 소규모로 친구 집을 드나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여럿이 모이는 자리는 만들기 어렵잖아요. 머시기마을에서 북토크를 기획하던 때였는데, 다수가 모이기 쉽지 않아서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었어요.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면 하자, 더 지켜보자, 지금은 어렵다 등등 누구나 움츠러드는 상황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잖아요. 앞으로 이런 일들은 더 자주 생길 테고요.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사회적 소수자의 어려움이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했잖아요. 그러니 더더욱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서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연결감을 갖는 자리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계기로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없으면 다른 방식으로 만나보자!’ 하면서 머시기마을 ‘만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책 릴레이(https://url.kr/ogx2zt)를 시작했어요. 북토크로 만나려고 했던 이길보라 작가의 책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를 돌려 읽고, 각자 인상 깊은 부분이나 떠오르는 생각, 느낌을 공책에 적어 다음 주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스무 명 남짓이 모였고, 몇 달간 10권의 책과 노트가 전국을 돌며 우편으로 전달됐어요.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졌을 때 그 이야기들을 모아 북토크를 진행했고요.
지금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고민을 천천히 풀어나가는 과정을 워크숍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간 것 같아요. 여전히 비슷하게 지내고 있어요.
“코로나로 대부분의 일들이 취소되고, 연달아 만남도 많이 취소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위축되고 움츠러들고 있었다. 인간 혐오가 극대화되고 믿음이 한순간 와장창 깨지는 사회에서, 건강한 만남의 연결은 없을까 고민했다. 서로 지지해 주고 지지받으며 함께 나누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어쩌면 우리는 건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안전한 만남의 방식이, 혐오가 아닌 서로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했다. 일단 작게나마 해보는 것으로!”
P. 2020년 3월에 하리가 쓴 글인데 기억나세요? (웃음) 할 수만 있다면 우리 모두는 건강한 대화를 하고, 건강한 지지와 응원을 받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한데요, 하리가 생각하는 ‘건강한 대화, 지지와 응원 ’이란 어떤 것인가요?
먼저, 여러분은 어떤 대화가 건강한 대화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어요.
저는 대화 속에서 누군가 다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어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 안에는 판단과 선입견으로 이루어진 생각들이 너무나도 빠르게 작동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다 다르잖아요. 저도 부족한 것이 있고, 실수도 할 테고, 제가 하는 생각과 행동이 다 맞다고 할 수 없어요.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네가 나와 다르더라도,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모든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대화하고 싶어요.
남을 탓하거나 비난하기보다 판단을 내려놓고 존재 그대로 만나는 거예요. 그럴 때 비로소 안전한 대화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진심으로 듣는 것부터가 건강한 대화의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사소하게는 서로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누고, 그래도 괜찮다- 이야기하면서, 잘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기후위기와 수많은 재난에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다는 걸 기억하고, 느슨한 연대를 계속해나가면서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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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와 PADO의 세 사람이 오프라인으로 만난 저녁, 우리는 ‘대화’를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가 품고 있던 어려움도 술술, 나를 힘들게 하는 미운 이름들도 술술, 인터뷰 직전까지 하리가 손에 쥐고 있던 마크라메 반지의 실처럼 기다란 이야기들이 술술 흘러나왔다. 평화수업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비폭력대화(Nonviolent Conversation, NVC)로 연결되고, 비폭력대화는 결국 ‘자기 돌봄’이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사실은 누구보다 화가 많아서, 화와 평화 사이를 수시로 오가는 평화교육 활동가 하리는 “다름을 경험하려면 결국 다른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낸다면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 즉각 반응하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저러는 이유가 뭘까, 잠시 멈춰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겉으로는 화로 드러났지만 단순히 나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본뜻이 분명히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상대에게 공감하려면 먼저 자기 공감이 이루어져야 해요. 그래서 늘 시작은 자기 공감이에요. 누군가 내게 화를 냈다면 그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를 먼저 살피는 거죠. 존중받고 싶었다거나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나의 욕구가 있을 거예요. 화는 결과이고, 그 원인은 사람마다 다 달라요. 이 사람은 사실 나에게 존중을 받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니까 화로 표출이 된 거예요. 정확한 이유를 바라보고 살펴야만 화 뒤에 숨어 있는 상대와 나의 진짜 욕구를 살필 수 있고, 그런 후에야 갈등을 해결할 수 있어요. 화도 다양하잖아요. 억울한 건지, 언짢은 건지, 짜증이 난 건지, 속상한 건지. 방금 말한 감정 단어들의 느낌이 실은 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냥 ‘화’ 하나로 표현하는 거예요.”
자기 돌봄, 비폭력대화가 궁금하다면
이 책들로 시작해 보세요.
<상처 주지 않는 대화> 마셜 B. 로젠버그, 가브리엘레 자일스 지음, 강영옥 옮김, 파우제 2018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류시화 옮김, 연금술사 2013
새로운 이들을 만나 깊이 연결되고 싶다면
우리 함께 가요!
1. 있ㅅ는 잔치: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축제 @nextgenkorea
2. 비록 페스티벌: 야생의 숲에서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만남의 장 @bee_rock_archive
3. 산내 성다양성축제 @rainbow_mago
일상에서 화를 가라앉히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지금의 기분을 다른 시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치를 가까이에 마련해 두는 거예요.
하나, 초를 태우면서 불멍하기
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눈 감고 3분 침묵하기
셋, 명상 음악을 틀고 멍때리기
넷,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을 글로 토해내는 시간 갖기
- 떠오르는 생각을 무조건 다 적는다. 판단하지 말고 일단 다 토해낸 후, 보지 않고 덮어둔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깨질 것 같을 때 노트를 다시 펼쳐 글을 쓰다 보면 이전에 써둔 글도 보게 된다. 이때 반복되는 내용이 보인다면 내가 이런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구나’ 알아차리는 도구로 활용하면 좋다.
다섯, 자연이 주는 에너지 활용하기
- 숲이 가까이 있다면 숲으로, 없다면 작은 화분이라도 곁에 둔다. 자연에서 가져온 돌을 문지르는 것도 좋다. 최근 마크라메 반지 만들기에 빠진 하리는 반복되는 작업을 명상처럼 느낀다. 자연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생각하고, 자연을 떠올리며 실의 색을 고른다. 손에 끼워진 반지는 언제든 볼 수 있다. 화가 올라올 때 반지를 보며 몸 안에 흐르는 자연의 에너지를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