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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Apr 15. 2022

실리콘벨리에서 행복찾기

일요일 저녁 집에 돌아오는 길, 나에게 튤립을 사주었다.


이곳 실리콘벨리에 온 지 2년이 되었다.

그동안 글을 써야지 라는 생각만 100번쯤, 시도한 것은 10번쯤, 정작 쓴 것은 0번쯤이다. 막상 쓰려고 하니 여러 가지 생각이 앞섰다. 브런치에 '작가의 서랍'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곳에 쓰다가 모아둔 글만 꽤 된다.


작년은 최고의 전환점이었다. 사실 많이 아팠다. 투병일기를 써도  정도로 큰일이 있었고, 다행히도 지금은 살아있다. 감사함은 찰나일  역시 긍정적으로 사는 것은 말만큼 쉽진 않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자는 것 ,
그러기에도 삶은 짧고 시간은 빨리 간다는 것이다.

정말 근본적이지만서도 이리도 와닿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아무 글이나 쓰기로 했다. 누군가를 위한 글이 아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겠다. 그러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려나? 그랬으면 싶다. 단순히 "디자인은 이렇게 해요" 보단 "디자인은 이렇게 하면 되는 걸까요?" 같은 글을 쓰고 싶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지난 2년간 나는 행복했는가?라고 질문한다면, "힘들었다"라고 말할 것이다. 적응도 힘들었고, 코로나, 차 없으면 저절로 생기는 고립, 정신적인 문제 등 나열하자면 조금은 개인적이지만 무거운 내용들도 많을 것 같다. 결론은, 난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았고, 최근에서야 "왜" 그랬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우선 짧게 내가 느낀 두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1. 목표를 이루는 것은 행복을 이루는 것과 다르다


코로나 시기에 겹쳐 이곳에 온 이후로는 내가 가지고 있던 환상들 - "실리콘 벨리, OOO 회사, 어떤 직종" 같은 것은  의미가 없다는  뼈저리게 느낀 2년이었다.

지독하게 '성공'이라는 것에 집착하며 달려온 지난날들이 조금은 허탈했다 (아- 다 이뤘다는건 절대 아니고, 소소한 목표를 이뤘다는 뜻이다). 행복이란 정의는 참 추상적이다. 그리고 목표지향적인 사고가 될 위험이 잇따른다. 결국 현실과 기대감/인식 사이의 엄청난 Gap 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내 인식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았다:

자신의 행복이란 정의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질문해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Flow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곳에 가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가?

현실 자각하기. 실제로 그걸 이룬 사람들한테 질문하는 것이다. 내가 상상한 행복의 경로를 갔을 때, 그 길을 미리 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더 많이 경험하기. 더 많은 리서치와, 다양한 사람들, 결국 삶의 경험이 많아질수록 이런 이상화는 깨지게 된다. 그 지역에 가서 사람들과 말을 나눠보고, 살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감정과, 이성적/현실을 구분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최근 심리상담을 받으며 도움이 된 것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 구체적으로 뭔지 '외로움' '상실감' 등 적으면 이성적인 뇌가 조금 더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몇십 번씩 바뀌는, 타인에 의해서 쉽게 바뀔 수 있는 감정으로 선택을 하며 살기엔 우리의 삶은 짧다.




2. 건강한 균형 추구하기


다시 한번 뼈 때리는 팩폭: 나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일을 많이 하는 멋진 삶을 꿈꿨지만, 그 꿈에 행복이 저절로 따라오진 않았다. 우리는 매일 목표지향적인 컨텐츠를 보며 살아가고, 그것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고 배우지만 그것은 틀리다. 목표 달성은 우리의 특정한 욕구를 이루어줄 수는 있지만,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인간은 삶의 전반적인 균형이 이루어졌을 때 건강하다.


결국 행복보다는 "건강한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다. 자신만의 균형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생각해보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난 '자아실현'을 이루고자 '생리적, 소속 욕구'를 종종 무시해왔다. 바쁘다 보면 밥을 안 먹고, 친구나 연인한테도 소홀해지기 쉬웠다. 하지만 이렇게 쌓아 올리는 자아실현 욕구는, 모래성을 짓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오늘 밥부터 제대로 챙겨 먹는  어떨까?




실리콘벨리랑 행복이랑 무슨 연관성이 있나요?

, 좋은 질문인데, 특별히 없다. 그저 내가 이곳에 살고 있고, 내가 행복한가를 질문하다 보니 연관성을 찾게되었다. 내가 얘기해본 사람들에 비하면, 사람사는거  똑같다. 다들 힘들고, 외롭고, 가끔 일이나 소확행에 즐겁다. 이곳 사람들은  끝나고 심심해서 테니스, 골프같은 운동을 많이들 시작하기도 하고,  10시면 집에서 잘준비를 하고, 내가 좋아하는 멋진 카페는 이곳에 몇개 없다 (그마저도 5시에 닫는 편이다).  


행복을 감정에 기반한다면, 난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다. 인생은 흑백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또 지혜롭게 배워가며 고쳐 발전하는 걸 즐기는 자가 승자라는 것을 배웠다.


마음이 한결 편하다. 디자이너 채널이다 보니, 디자인 얘기도 많이 자연스럽게 쓰게 될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걸 한다는 자아효능감 - 이렇게나 중요하다. 참고로 작가는 INFP이다. 왠지 이 글에서 INFP향이 날 것만 같아서 제발 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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