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될 원철이 Aug 07. 2016

1-1 일기장

스마트한 내 핸드폰에 저장돼있는 오늘 하루 일기 中

10년이란 시간 뒤엔 난 무엇이 되어 있을까?

열여덞 고2 시절 미래에 서른인 난 그럴싸한 어른이 되었겠지 싶었다.

반듯한 직장 가오 잡히는 자동차 거실엔 소파가 큰 내 명의로 된 집..

당장 다음 과목 수업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땐 난 나름 미래에 많은 것을 가진 그럴싸한 어른이 된 모습들을 상상했다.

얼추 십 년이란 세월은 꽤 기니까. 그래도 뭐라도 되어있겠지?


그랬던 것 같다.

학창 시절 진로 계획서를 나눠주며 향후 십 년 뒤엔 어떤 사람이 되겠냐던 빈 종이에 나름 한교 시 가량 열심히 빼곡히 글을 채워가며 옆에 짝꿍과 '히히덕' 시끌 버쩍 소란 펴 떠 든 사람 이름에 거론되기도,

이놈은 뭐가 될런지란 담임 선생님에 꾸질 함에도 '난 배짱이요' 배시시 웃는 꼴통이

그래도 내 진로 계획서에 빼곡히 작성하는 순간만큼은 매 진지하며 확실해 찬 표정이 틀림없는 학생이었음을..


하-

그런데 문득,

세월이 흘러 빈 종이에 적으며 고민했을 표정을 요즘 매일 같이 하고 있는 지금.

영화 친구에 과거 회상신 정도쯤으로 여겨두며 그때에 학창 시절을 잠깐 떠올려 보았었다.

지나온 십 년 동안 아니 정확히는 졸업 후 십일 년 육 개월 동안 난 무엇을 이뤄냈을까 그리고 무엇이 되어있는 현재 지금의 내 진짜 모습 일까 하고.




부쩍

참 많은 고민을 하는 요즘이다.

브런치에 조언 페이지에만 잠깐 들여다보아도 카테고리가 버젓이 자리 잡고 있을 정도에 하나같이 모든 이에 같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되어 버린 듯한 퇴사 또는 이직.

꿈과 현실에 직면하여 자신들의 고민들을 털어놓고 나름 자기 주관적인 신념과 그에 덧 붙여 꿈에 무게를 저울질하곤 이상론들을 펼쳐 보인다. 이걸 읽고 느끼며 이 문제의 고민은 나만에 문제가 아닌 다들 겪고 있는 하나에 성장통이다란 걸 굳이 애써 말하지 않아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그 과정 속에 얻게 되는 성과들을 보며 내 고민에 있을 질문들에 나름의 대리 만족감을 느껴 본다.

하지만, 쉽게 볼 수 있고 대리 만족을 느낀다 하여 그들이 이룬 업적 내지 성과를 따라 몸소 이행하기엔 현재 내 자존감이 부족해 보인다. 친구의 말처럼 난 겁을 먹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가 말하는 물질적인 것에만 여전히 몰두하며 나 자신에 행복감은 정작, 여전히 구분 짓지 못하나란 생각을 심심찮게 해봤다. 그래서 난 여전히 그저 그런 내 모습에 자책하며 자괴한다.


우린 늘, 아니 적어도 난 그래 왔던 것 같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닌 나 스스로 선택하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무언가의 결과물들을 보며 뒤늦게 후회했다. 이쯤 해보니까 정답이 아니던?

어렵다.

선생님이 내주신 문제들에 답안지처럼 인생에도 정해진 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 나침반이 있어 굳이 헤매지 않고 좀 더 수월하게 앞 질러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리도 스마트한 세상에 인생 나침반쯤은 왜 제작되지 않아 날 이리 고민스럽게 하는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최소한 뒤로 빽하진 않을 텐데 말이다.


내 지금 기분이 그렇다.

물론 잠깐.


썼던 진로 계획서처럼 난 잘 살고 있나? 하며 고민 스런 두어시간쯤.

모든 인생 질문에 정답은 정작 내 안에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오늘 밤도 난 도서관에서 인생 공부 하는걸로 마무으리-

쿨하게.







스마트한 내 핸드폰에 저장돼있는 오늘 하루 일기 中



작가의 이전글 없어봐야 그 존재의 소중함을 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