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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주 Mar 31. 2022

인도로 떠나 버린 대학생

인도여행 하나


인도여행을 떠나야 겠다고 생각한 것은 류시화 시인이 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나서다. 1998년 내가 태어나던 해, 교회에서는 어머니에게 생일 축하한다며 무책임하게 그 책을 선물했다. 시간이 지나고 꿈이라는 것을 찾아볼까 하는 희망 가득한 초등학생은 그 책을 읽고 말았다. 책에서 류시화 시인은 인도여행을 철학과 낭만이 충만하게 묘사했다. 그가 그려낸 낭만은 세련된 카페에 앉아 브런치를 즐기는 유럽에서나 볼 법한 낭만이 아니라, 쓰레기 속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를 발견하고는 그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낭만이었다. 어린 나는 그가 걸었던 낭만의 시대를 동경했다. 그때 나는 인도여행을 가면 지나가던 구루가 넌지시 던지는 말에 귀를 기울여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매일 밤, 내 손에서 유튜브가 떠나가지 않게 만든 스티브 잡스도 인도여행을 갔다고 한다. 히피들의 성지와도 같은 인도여행을 가면 잡스처럼 창의적인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나는 그의 괴짜 같던 젊은 시절을 표절하고 싶었다. 유명인을 코스프레하면 조금이라도 비슷해지지 않을까 하는 착각은 인도행 티켓을 끊도록 내 엄지손가락을 움직였다. 착각의 대가로 내 통장 잔고는 반토막이 나버렸다. 비행기 표는 그때까지 살면서 구입한 것 중 가장 비쌌다. 인도는 위험하네 어쩌네 하고 주변 사람들이 걱정해줬지만, 나는 이것저것 재보고 행동하기보다는 일단 해보고 후회하는 성격이다. 깨달음에 따르는 위험이랄까? 원피스를 찾아 떠나는 해적처럼 모험심으로 똘똘 뭉친 나는 별 생각도 별 계획도 없이 편도 티켓을 끊어버렸다. 두 명의 히피의 영향으로 순진했던 나는 그렇게 여행을 시작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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