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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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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ingmind Mar 14. 2020

실리콘밸리에 산다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살기 전까지도 오랜 기간 동안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생활을 했던 터라 내게는 미국이 제 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예전에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이해가 가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던 장면도 이제는 너무 재미있고 공감이 가곤 한다. 이렇듯 멀지만 가깝기도 하고 친숙하지만 낯선 곳이 미국인 것 같다. 이곳에서 살면서 느끼는 점은 "사람은 결국 다 똑같구나"와 "정말 우리와는 다르구나" 라는 상반된 두가지이다. 인간으로서 가지는 기본적인 본능은 말 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 오늘은 다른점을 말하고자 한다.


1. 나이를 묻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사람을 만나면 일단 나이부터 밝히고 서열을 정리하는 문화이다. 그래서 우리말은 엄격히 높임말과 구분된다. 뭐 다들 아시다시피 영어는 특별히 높낮임이 없으므로 아주 어린 꼬마들도 나보고 "She", "You"라고 말하는데 뭐 당연한 거지만 처음엔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을 오랜 동안 가르친 사람으로서 아이들을 관찰해 보니 우리나라만의 장유유서 문화도 훌륭하지만 교육적인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에게 독립심을 키워주고 자존감을 줄 수 있는 측면에서 영어가 참 매력적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 교육을 잘 시키는 부모들도 있으나 "노키즈 존"이 문제가 되는 걸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데 미국에서 지내면서 노키즈 존이라는 말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또한 식당이든 카페든 백화점이든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마구 뛰어다니거나 소란을 피우는 어린 아이들을 본 적도 없다. 사회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그 근본에는 언어에서 온 것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높고 낮은 말이 없으니 어른이든 아이이든 서로 평등하게 말을 하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에게 "하지마라", "그만하라" 등의 명령어를 쓰지만 기본적으로 동등한 언어로 소통하다보니 자연스레 나이와 관계없이 사람을 존중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미국에서 많이 본 모습 중의 하나가 아주 어린 아기에게도 무엇을 먹을건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는 부모들이다. 즉 어리다고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자 입장에서 그런 모습을 보니 정말 보기 좋았다.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경험을 통해 옳고 그름을 깨우쳐 나가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나이를 묻지않으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친구가 될 수 있고, 나이 때문에 새로운 교육을 받고 새로운 분야를 시작할 때 제약이 따르지 않는 노동의 유연함도 장점 중의 장점이라고 본다. 우리 나라처럼 몇 살에는 대학을 가고, 군대가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직장에서 퇴물 취급을 받고 이런 획일화 된 삶의 주기 또한 없으니 자유롭지 않은가...

 "이 나이에 뭘","나이가 많아서" 라는 말을 우리나라에선는 참 많이 듣는다. 심지어 30살인 청년들에게서 조차 많이 듣는데 사실 나도 그 나이에 썼던 말이다. 지금와서 보면 "그냥 웃지요"


2. 서로를 존중해요.

 내가 지냈던 지역이 캘리포니아라는 한정된 지역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미국인들과 대화를 해 보면 상대의 눈을 쳐다보고 상대의 말을 먼저 끊거나 끼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대부분 자기 이야기만 하루 종일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누군가 혹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을 때 "아니야, 아니야 누가 그래? 그런 사람이 어딨어 말도 안돼"라면서 중간에 말을 끊음과 동시에 상대방의 주장이 틀림을 아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아마 나도 전에는 이런 식의 상대방 기분을 언짢게 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간단히 커피를 주문할 때도 짧은 시간 동안 점원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항상 기분 좋았더랬다. 심지어 미국인 내 친구는 노숙자와 30분씩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뭐 많은 미국인들이 노숙자라고 해서 그들을 무시하거나 차별하진 않는다.


3.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어요!

  모두라고 표현한다면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겠으나 내가 느낀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다. 어느 날 마트 주차장에서 차를 빼고 있는데 아버지와 어린 소년이 탄 차에 문제가 생겼었다. 그래서 소년이 차에서 내려 아버지의 차를 뒤에서 미는데 우리 부부는 그저 차 안에서 구경만하고(그 때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되서였다) 있고 뒤 이어 들어온 차에서 두 명이 내려 소년을 도왔다. 그 뿐만 아니라 국도 변에 잠시 차를 세우면 다들 도와줄까 먼저 말을 건다. 일단 사람이 곤경에 처한듯하면 모두 달려와서 돕는다. 그 뿐만 아니라 미국은 아파트 층간 소음이 없는 줄 알았다. 그리고 우리 아파트에는 어린 아이들이 안 사는 줄 알았다. 항상 풀벌레 소리 밖에는 안들렸으니 말이다. 심지어 동네에는 아이들이 한 명도 살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미국은 목조 주택이라 소음에 취약하다. 다만 모두가 조용히 살고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후미진 외곽이나 위험한 지역에는 층간 소음 문제를 겪는다고는 하지만 일반 중산층이 사는 지역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택배도 집 앞에 두고 가고 심지어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자도 아무일 없다.


4. 쓰레기 버리기 편해요!

 주부입장에서는 분리수거는 정말 큰 숙제이다. (물론 나는 일반적인 주부는 아니다) 그나마 환경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재활용은 기꺼이 분리하겠으나 음식물 쓰레기는 정말 너무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미국에서 제일 좋았던 점은 분리수거도 매우 편리할 뿐더러 음식물은 따로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가정마다 아파트 단지마다 큰 트레쉬 캔(쓰레기통을 이렇게 부른다)이 하나는 검정색, 또 다른 하나는 파란색 이렇게 두 개씩 배치되어 있고 하나는 일반 쓰레기 다른 하나는 재활용품을 나누어 넣으면 끝이다. 나머지 분류는 그 일을 하는 분들이 처리한다. 그리고 지정 요일 밤늦게 집앞에 두면 된다. 그래서 거리는 늘 티끌하나 없이 아주 깨끗하고 음식물 쓰레기 냄새를 안 맡아도 되니 아주 좋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싱크대 개수구에 그라인더가 달려있어 갈아서 바리면 된다. 아주 편리하다. 환경문제는 글쎄.. 우리와 식생활이 달라 서양 음식은 주로 드라이하고 염분이 많지 않아 하수로 내려 보내도 된단다. 어쨌든 편리하고 깨끗한 것은 사실이다.


5. 편하게 환불할 수 있어요!

 미국은 소비의 나라다보니 엄청난 재화가 넘쳐나고 많은 양만큼 가격도 자렴하다. 물자가 풍부해서 그런지 여튼 물건을 사면 영수증만 잘 갖고 있다면 언제든 환불이 가능하다. 심지어 몇 번 사용해 보고 맘에 들지 않아 환불을 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워낙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편리함을 악용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악용을 했다고 하더라도 심플한 미국인들은 악용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물건 사기를 주저하지 않게 되고 더 많은 소비를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인지 서비스업이 무척 발달했나보다. 어쨌든 소비자입장에서는 무척 편리하다.


6. 이사가 힘들어요!

 인건비가 무척 비싼 미국(현재 최저임금 실리콘밸리 15$, 실제로는 $15~18$) 은 이사하기 정말 힘들다. 우리나라도 인건비가 예전에 비해 상승하여 이사비용도 올랐다지만 미국만큼은 아니다. 한국은 포장이사를 부르면 5~6명의 사람들이 와서 편리하게 하는데 미국은 한국처럼 5~6명의 사람을 불러 포장이사를 한다면 상상하기 힘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U-Hall이라는 트럭이 자주 등장하는데 실제로 그 트럭을 빌려서 박스에 하나씩 스스로 포장해서 이사해야 한다. 미국에서 몇 차례 이사하다가 거의 울뻔 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7. 전화를 안 받아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진짜 미국 사람들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나의 감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내가 받고 싶을 때 받는다. 이 또한 신기했다.


8. 느리지만 빨라요!

진짜 어떨 때는 너무 느려서 빨리빨리에 적응된 한국인으로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때는 정말 빠르다. 화재 경보기가 울리면 무조건 큰 소방차 2대, 경찰차 2대, 응급차 1대가 출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딱 5분이다.


9. "Yes or No" 자기 표현이 확실해요!

우리나라는 예절을 중요시 하고, 다른 사람에게 실례가 될까봐 먹기 싫어도 하기 싫어도 “네”로 대답하거나 우물쭈물 되는데 미국 사람들은 확실히 yes, no로 대답한다. 어찌 보면 정말 편하고 현명하다.


어디가 더 좋고 나쁘고는 없다. 다만 다를 뿐이다. 우리 모두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면 어디든지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 한참 전에 쓴 글을 이제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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