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73년생의 일상
여자들의 가방은 그녀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창이다.
한 사람의 생활습관을 읽을 수도 있으니깐...
내 가방은 무겁다. 온갖 잡동사니들을 짊어지고 다니기 때문이다. 왜 그런 잡동사니들을 매일 들고 다니냐고 묻는다면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하겠다.
비가 오려하는데 우산은 없고 사려니 돈은 아깝고, 그래서 작고 가벼운 우산을 가방에 쏙. 비염이 있어 콧물이 마구 흐를 땐 휴지보다는 면손수건이 좋다. 그래서 휴지와 손수건도 가방에 쏙. 출근준비로 바쁜 아침 귀걸이까지 하고 가기엔 정신이 없다. 아예 귀걸이 통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게 낫지.
손이 건조한 나에겐 핸드크림도 필수. 생리대는 생리날짜 따져서 들고다니면 좋겠지만 매번 까먹기 일쑤인 사람은 그냥 가방에 두 개정도 들고 다니는 편이 좋다. 소량을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사려면 비싸다. 억지로 슈퍼에서 사면서 마트에선 얼마였더라 따져보며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이밖에도 작은파우치엔 립스틱, 커버쿠션, 아이섀도, OTP 등이 들어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큰 가방안에 들어와 내 어깨를 무겁게 하는 나의 짐들.
우산은 비 올 때만 준비하면 되고 생리대는 날짜따져 준비하면 된다. 휴지와 손수건은 같이 넣고 다닐 필요는 없다. 허나 나같이 덜렁대는 사람은 생각날 때 모든 걸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이 현명하다. 지하철 역에 도착해서 지갑이나 핸드폰이 없는 걸 발견한 것도 여러 번.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은 더 길고 구불텅거렸다. 발에 걸리는 비닐봉지가 어찌나 불쾌하던지... 이 주변머리로 사십여년을 살아와서 이모양 이꼴인지...
가방에 처박힌 물건들은 그래도 요긴하다. 작고 가벼운 우산은 비올 때 뿐만 아니라 햇빛을 가릴때도 유용했다. 여름엔 매일매일 사용했으니깐. 그렇다쳐도 일년 삼백육십오일을 쓰는 것도 아닌데 짐을 늘려 내 어깨를 힘들게 하는 건 좀 아니지싶다. 가볍게 살자고 하나 둘씩 빼면 어느샌가 또 채워지는 가방.
가방이 무거워진다는 건 내 마음도 무거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매일 저녁 내일의 가방을 준비해볼까?
그냥 잠들지 말고 쓰레기통이 되어가는 가방을 정리하며 내일을 준비하자. 밝아 올 내일은 비가 올지 따져보고 내 몸을 체크해서 손수건일지 휴지가 될지 아님 아예 비염약을 챙기자. 달력보며 작은 물건도 준비하고. 지하철에서 읽을 책을 골라 보자. 책이 지겨울 땐 팟캐스트를 들으면 좋겠지. 그럼 이어폰을 챙겨야 하고. 잘 정돈된 내 가방은 가벼워지고 근심은 줄고 여유있는 하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