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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호 Mar 28. 2016

너 아직도 그 회사 다니니?

내가 스타트업을 다니는 이유


나는 스타트업에 다닌다.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고 요즘은 좀 궤도에 올랐는지

월급도 몇개월씩 밀리던 옛날과는 다르게 요즘은 월급도 적지만 따박따박 나오고

소X나 엔X디아 같은 유명회사들과 파트너쉽도 맺었다.

하지만 자본력없고 수익없는 스타트업이라그런지 하루하루가 위태위태하다.

이런얘기를 친구들을 만나거나 가족들에게 할 때마다 돌아오는 한마디.

"너 아직도 그 회사 다니니?"


나는 생각외로 회사들에게서 인기가 많다.

업계에서 이름대면 알법한 회사들에서도 몇번쯤 면접을 권했었고

옛날에 잠깐 일본 출장갔을때는 모 회사가 우리 사장이 화장실을 간 틈을 타 스카우트를 시도하기도 했었다.

대우나 연봉 조건에서 따지자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상대도 안 될 수준(거진 1.5배에서 3배까지 제시했었다.)인 회사들이었지만 전부 거절했다 - 라는 이야기를 지인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거의 다 

"너 왜 아직도 그 회사 다니냐?"


스타트업 세계는 잔혹하다.

실시간으로 떨어져가는 법인계좌의 자금

심심하면 터지는 기술이슈

이게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인가 싶을 정도로 과다한 업무량.

야근은 일상다반사에 밥굶는 날도 많았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꿈과 희망을 전파한다더라도 나는 이 의견만큼은 굽히지 않겠다.

"현실은 시궁창이야 미친놈들아!"


지금까지 안좋은 소리만 계속했는데 

그럼 왜 이직 안하고 아직도 다니냐고 다들 물어볼 타이밍이기에,

물론 스타트업은 잔혹하다, 심리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인간에게 무리를 준다.

안정적이지도 않아서 집시처럼 떠돌아다니는 수도 있다.

월급을 몇개월 밀릴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다른 제안 다 거절하고 아직도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는

대박이 터져서 내년 이맘때 쯤에는 벤틀리를 몰고 다니고 싶다는 알량한 기대도 아니고

'내가 없으면 이 회사는 망해'라는 옹졸한 자만심도 아닌

그냥 좋으니까, 

팀 시절부터 함께해왔던 자상하고 열정많은 팀원들

먼지냄새와 기계열로 사계절내내 뜨끈뜨끈한 사무실

야근에 지쳐 언제든지 쓰러질 수 있도록 준비해놓은 온돌매트

야근할때마다 한마음 한뜻으로 시켰던 치킨

퇴근하고, 일정 마무리하고 다같이 돌리는 팀 랭크 게임

다같이 가는 미팅이나 회식

집들이를 핑계로 사람들과 진탕 마시는 술

사실 이정도만 써도 지금 다니는게 회사인지 대학교인지 아리송하지만

낭만있는 회사라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낭만있는 직장, 멋있잖아?

스타트업에 꿈과 열정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낭만만큼은 스타트업과 함께 깨어나 함께 잠든다고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줄이자면, 

내가 아직도 다니는 이 회사는 나에게 낭만을 선사해주는 그런 스타트업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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