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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자A Jan 21. 2020

마카오 카지노 공략 후기

카지노 공략 후기 2탄

얼마 전 친구 두 명과 처음 마카오를 다녀왔다. 강원랜드에 이어 두 번째 카지노 여행이었다. 참고로 이 글은 예전에 쓴 강원랜드 공략 후기의 후속작이니 안 읽어봤다면 그 글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여행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마카오에서 돈을 벌기 위해 시도했던 나름의 전략과 후기를 적어보았다.



첫인상

마카오는 홍콩이나 중국에서 배를 타고 가거나 비행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공항과 항구가 붙어 있고 호텔들과 매우 가깝다. 대부분의 호텔들이 공항이나 항구에서 호텔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무료로 자주 운행하기 때문에 매우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우리는 가장 인기 많은 호텔 중 하나인 "더 베네치안 마카오"에서 묵었다. 마카오 호텔들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더 베네치안을 예를 들면 방 크기가 모두 70m²가 넘는 스위트 룸이 3,000 객실이 있고 게이밍 공간만 총 51,000m²라고 한다. 마카오는 카지노로 돈을 버는 곳이기 때문에 규모나 퀄리티에 호텔 가격은 꽤 저렴한 편이다.

마카오는 화폐로 마카오 달러를 사용하나 홍콩 달러도 어디서나 사용 가능하다. 홍콩 달러와 환율도 거의 비슷하다. 1 마카오 or 홍콩 달러 당 150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마카오 달러를 따로 바꿔가기는 귀찮기 때문에 홍콩 달러만 바꿔가면 된다.

더 베네치안 마카오의 객실 건물 길이(322.54m). 빨간 네모 안의 C자 모양이 객실 건물이고 그 외 부지도 호텔의 일부분이다.
삼성동 코엑스의 길이(338.62m). 코엑스에서 길을 잃어본 경험이 있다면 저 호텔의 크기의 감이 올 것이다.
마카오 호텔 중 하나인 스튜디오 시티. 이런 스케일의 호텔이 엄청 많다.



마카오의 무서움

마카오의 무서움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다가왔다.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객실로 이동하려니 카지노에 길이 막혔다. 호텔 1층 정 가운데 엄청 큰 카지노가 자리 잡고 있고,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이 카지노를 무조건 지나야 만 한다. 그뿐만 아니라 흡연실도 이 카지노 안에만 있기 때문에 흡연 객실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흡연자들은 매번 카지노에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카지노를 들어갈 땐 여권 검사 및 가방 검사를 하기 때문에 한 번 들어가는 것도 번거롭다.

모든 길은 카지노로 통한다. 아니 통해야 한다..

백화점에서나 보는 이런 전략이 과연 얼마나 잘 먹힐까..라고 생각하면서 카지노에 들어가 방으로 향하는 순간 친구 B가 멈춰서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카지노 공략 후기 1편에서 철저하게 감에 의존하며 베팅하여 나의 3배를 잃은 친구 B가 이 친구 B다.)  다이사이에서 승리 확률 50%에 가까운 "大"에 걸었는데 첫 판은 지고 다음 판은 이겨서 본전이 됐다. 또 다음 판은 지고 네 번째 판에서 이겨서 본전이 됐다. 옆에서 내가 "마카오의 여신이 까불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가라고 보내주는 거야"라고 그만 가자고 했지만 듣지 않은 친구는 다음 두 판을 연속으로 지면서 바꾼 칩을 모두 잃었다. 알고 보니 500 HKD(7만 5천 원) 짜리 베팅 테이블에서 15만 원을 약 5분 만에 잃었던 것이었다.

계획에 없던 게임에서 시작부터 적지 않은 금액이 털린 친구 B를 끌고 나와 음식점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근처 에그타르트 집에서 디저트를 먹고 게임을 시작하자고 얘기를 하고 나섰다. 식당을 나와서 다시 다른 구역으로 가려면 카지노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카지노에 진입했다. 몇 발자국 걸었을까 B 친구가 또 사라졌다. 뒤돌아보니 이번에는 지폐 몇 장을 칩으로 환전하고 아까와 같은 게임에 베팅을 하고 있었다. 지고, 지고, 지폐를 바꾸고 또 연속으로 몇 번 졌다. 처음에는 웃고 있던 나와 친구 A는 갑자기 불안해져 말리려고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었다. 친구 B는 5~6판을 내리 지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다 잃었네?라는 얘기를 했다. 우리는 처음에 바꾼 칩을 다 잃은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남은 돈 100만 원을 모두 잃었었던 것이었다. 이번에도 5분 만에 돈을 다 잃은 친구는 멘탈이 완전 박살 나서 방으로 올라갔다.

갤럭시 호텔의 카지노 모습. 갤럭시는 조금 더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이다
더 베네치안 마카오의 카지노 모습. 여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업그레이드된 전략

만신창이가 된 친구 B를 보내고 친구 A와 나도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지난번 강원랜드에서 패배했던 것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철저한 계획과 시스템을 따라 게임에 임하기로 했다. 기본 전략은 지난번과 같은 2배 전략을 택했다. 2배 전략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50:50에 가까운 확률에 걸고, 지면 다음 판에는 두배를 건다"

예를 들어 1,000원을 기준 베팅 금액이라고 한다면 처음에는 1,000원을 걸고 지면 2,000원, 또 지면 4,000원 이런 식으로 두 배로 베팅 금액을 키우는 방식이다. 언젠가 내가 이기게 된다면 연속으로 잃은 돈 보다 1,000원을 더 벌게 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총 9번의 게임으로 3,000원을 벌게 되는 것이다.

위 표를 보면 1~5번 게임에서 이 전략을 통해서 결국 1,000원을 벌었고 6~8번 게임에서도 1,000원을 벌고 9번 게임에서 1,000원을 번 것을 알 수 있다. 전혀 어렵지 않으니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천천히 따라 읽어보도록 하자.


이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소를 확인해야 한다.


1. 한 판에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가?

이 방식은 한 번에 대박이 나는 게 아니라 노가다로 조금씩 안전하게 돈을 버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의 수가 많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 한 판에 걸리는 시간이 최대한 짧아야 한다.


2. 최소 베팅 금액은 얼마인가?

최소 베팅 금액이 나의 기준 베팅 금액보다 적다면 문제가 없지만 크면 문제가 생긴다.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7번 정도 연속으로 지는 경우는 분명히 발생한다. 그렇다는 것은 8번째 게임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고, 필요한 베팅 금액은 기준 베팅 금액 x 2⁹이다. 기준 베팅 금액을 1,000원으로 잡아도 필요한 시드 머니는 512,000원이 된다. 사실 7번이 아니라 8, 9, 10번을 져도 되는 경우까지 커버할 경우 2배씩 안전해지지만 필요한 시드 머니도 마찬가지로 2배씩 커진다.


3. 최대 베팅 금액은 얼마인가?

강원랜드에서의 패인이 바로 여기 있었다. 강원랜드는 기계에서 허용하는 최대 베팅 금액이 50,000원이었기 때문에 2배를 내야 하는 타이밍에 2배를 걸지 못해서 전략이 망가지는 문제가 있었다. 전략대로 2배를 내야 하는데 최대 베팅 금액이 그보다 낮은 금액으로 제한되어있다면 전략을 사용하지 못한다.


마카오의 카지노는 위 세 가지를 요소가 2배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충분했다. 게임 한 판에 드는 시간은 약 1분으로 강원랜드의 80초 보다 짧았다. 최소 베팅 금액은 좀 높은 편이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본 것 중 가장 낮은 곳이 10 HKD로 약 1,500원 정도였다. 최대 베팅 금액은 내 최소 베팅 금액의 1,000배가 훨씬 넘어서 내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금액이었다.



실전

친구 A와 나는 각각 40만 원 정도씩 환전을 해갔다(99.9% 잃고 온다는 생각으로 바꾼 돈이었다). 시드 머니가 클수록 전략이 견고해지기 때문에 우리는 돈을 합쳐서 플레이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기계에 자리가 없어서 나 혼자서만 플레이하다가 나중에는 두 기계를 모두 이용해서 플레이했다. 플레이한 게임은 룰렛이었다.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게임인데 0부터 36까지 나뉘어있는 원판에 구슬을 굴려서 하는 게임이다. 0부터 36 사이 특정 숫자, 홀수 또는 짝수, 小(1~18) 또는 大(19~36), 룰렛의 배경 색인 검은색 또는 빨간색 등 다양한 경우에 대해서 베팅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해당 내용이 나올 확률만큼 배당이 걸려있기 때문에 겉으로만 화려해 보이지 사실은 유치원생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룰렛(왼쪽)과 베팅 판(오른쪽). 출처: http://bigfishgames.com

 

나는 검은색에만 걸고 친구 A는 빨간색에만 걸었다. 이렇게 할 경우 매 판 둘 중 하나는 최소 베팅 금액을 딸 수 있기 때문에 한쪽에 거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다. 또한 이렇게 해도 둘 다 내리질 수 없기 때문에 위험성도 하나에만 거는 것과 차이가 없다. 물론 이 방식은 둘이 할 필요 없이 혼자서 하나의 기계로도 할 수 있다.

게임 예시와 벌게 되는 금액

우리는 기준 베팅 금액을 10 HKD(1,500 원)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결국 1분에 1,500원씩 벌 수 있었다. 철저히 계획대로만 플레이하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것도 없이 수다를 떨면서 주위에 사람들이 ATM 기기에서 끊임없이 돈을 뽑아 갖다 바치는 모습을 구경했다. 이렇게 돈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방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내려와 가벼운 마음으로 앉아서 게임을 재개했다.

우리가 앉았을 때 이미 앞에서 3번 연속으로 검정이 나왔었다. 그런데 우리가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도 검정, 검정 또 검정이 나왔다. 처음에는 친구 A랑 웃으면서 "봐봐 이렇게 연속으로 나올 수 있다니까?"라고 얘기하다가 점점 검정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초조해져 갔다. 결국 11 연속으로 검정이 나왔고 우리는 8번 연속 패를 하게 됐다. 우리는 약 80만 원 정도의 시드 머니를 갖고 시작했기 때문에 9번의 기회가 있었다. (1500원 x 2⁹ = 766,500원) 마지막 기회에서 정말 구사일생으로 빨강이 나왔고 다시 처음 기준 베팅 금액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최근 16판의 게임 결과. 노란색이 검정, 빨간색이 빨강을 나타낸다. 11 연속 검정이 나왔다.

11 연속 검정이 일어나지 않을 일 같아 보이겠지만 게임의 수가 늘어나면 그렇게 낮은 확률도 아니다. 우리가 정말 운이 좋아서 테이블에 늦게 앉았기에 버틸 수 있었지 한게임이라도 일찍 앉았다면 모든 돈을 다 잃었을 것이다.

이렇게 게임을 더 진행하다 보니 8번 연속으로 지는 위기가 또 있었다. 그 고비도 겨우 넘기고 나서 친구와 함께 목표 금액을 정하고 거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우리는 목표 금액은 20만 원으로 정했고 20만 원을 벌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무리

결국 친구 A와 나는 80만 원의 시드머니를 이용하여 20만 원을 번 뒤 ATM에서 돈을 뽑으려고 아등바등하는 친구 B를 끌고 산책을 하러 나왔다. 나와보니 카지노뿐만 아니라 다른 호텔들을 돌아다니면서 모두 어떻게 돈 자랑을 하는지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공대생 마인드인지 들었던 생각은 마카오 카지노를 설계할 수 있는 건축가는 돈이라는 현실적인 타협 없이 미친 스케일과 창의력을 200% 실현해도 되기 때문에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랜드와 마찬가지로 카지노에서 돈을 딴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한번 더 깨달았다. 100% 이성적이고 가장 안정적인 방법으로 베팅을 했음에도 정말 운이 좋아 2번의 위기를 넘겨 돈을 땄다. 그렇게 딴 금액도 사실 마카오의 카지노에게는 푼돈이다. 이렇게 이성적으로 베팅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내 친구 B와 같은 신세지만 베팅은 100배를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마카오가 라스베이거스보다 훨씬 작지만 도박으로 얻는 수익이 라스베이거스의 3배가 넘는다고 한다. 중국의 부자들이 많아져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수익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쉽고 무섭게 사람들의 돈을 가져가는 곳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번 휴가 때 마카오의 카지노를 방문해보자.

마카오는 호텔별로 정말 창의적인 방법으로 돈을 썼다. 스케일과 창의력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PS. Lord Stow's 에그 타르트는 정말 맛있다. 줄이 있지만 기다려서 먹을 가치가 있다. 간다면 꼭 먹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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