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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boos Dec 07. 2020

2020 스펙트럼콘 디자인 위크 후기

비대면 시대의 컨퍼런스

*컨퍼런스에 대한 후기입니다. 컨퍼런스에서 다룬 스피커들의 이야기 내용은 없습니다.



어제부로 2주동안 진행되었던 2020 디자인 스펙트럼이 끝났다.(작성 당시 일요일)

최근 몇 년간 참여해본 디자인 컨퍼런스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개인적 이유가 있었기에 매우 개인적인 생각으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처음 디자인 스펙트럼에 참여했던 건 E01이었던 2017년 3월이었다.

첫 서울 상경, 첫 사회진출, 지방인으로써 디자인 세미나에 대한 동경과 같은 이유로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SNS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젊은 디자이너들이 한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듣는 상황이 신기했고 그들과 유대감이 생기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디자인 스펙트럼과 같은 컨퍼런스를 달마다 찾아다녔었다.

신입생 OT 때 느낀 뻘쭘함도 있었지만 좋았던 디자인 스펙트럼 E03 (2017.4.22)


시간이 흐르면서 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머리는 커지게 되었고(?), 동경했던 컨퍼런스들에게서 어딘가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다. 컨퍼런스 규모도 커지고 환경적 제약, 변한 나의 상태 등으로 그만큼 내용적인 면에서나, 깊이로부터 만족보단 결핍을 느꼈고, 자연스레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디자인 스펙트럼 같은 경우도 오프라인 행사보다 상대적으로 실무자의 딥한 이야기를 편하게 다루는 팟캐스트였던 디자인 테이블을 좋아하게 되었다.(진짜 이야기는 술자리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술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런 분위기에서 나올법한 진솔한 얘기도 나왔던 디자인 테이블을 좋아했던 것 같다.)

디자인 테이블 찐 팬입니다.


시간은 또 흐르고 2020년.

"코로나가 터졌데요."

"그게 뭔데요?"

"예전의 신종플루 같은 거래요."

"독감이군요."

사무실에는 이런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고, 얼마 뒤에 출근하니 본사 지침으로 2주 동안 재택근무에 돌입하고 사무실은 폐쇄할 거니 회사 장비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짐을 싸 두면 퀵으로 보내준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집에 맥북 하나만 있었던 나는 출근을 하자마자 쓰던 회사 컴퓨터를 집으로 보내기 위해 짐을 싸게 되었고, 2주였던 재택근무는 10개월이 지나고 있었다.(시간 진짜 빠르ㄷ ㅏ..)

처음에 모니터 받침대를 안 가져와서 박스에 올려두고 일을 했었다. 지금은 있음.


집과 사무실이 융합되고, 일과 일상이 섞이면서 편하기도 하면서 불편한 생활이 반복되면서 몸은 편한데 심신이 지치고 있었다. 디자이너는 근처에 있는 디자이너끼리도 시너지를 일으키며 발전을 하는데, 이런 게 없어지니 결핍도 생겼던 것 같다.

그때 마침 이번 스펙트럼콘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온라인 컨퍼런스는 어도비나 유튜브를 통해 몇 번 경험이 있었기에 큰 기대감은 없었지만, 다른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리의 환기를 좀 하자는 생각으로 신청을 하게 되었다.

(2주동안 평일에는 1개의 세션, 토요일에는 2개의 세션으로 진행되었고, 세션당 평균 1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https://event-us.kr/designspectrum/event/25161)

(내 시선)


11월 24일 화요일 저녁 9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스펙트럼콘이 진행되었고, 나는 설거지를 하다가 아끼던 코카콜라 사은품 유리컵을 깨버려 10분 늦게 모니터 앞에 착석하게 되었다.


진행은 이랬다.

기본적인 폼은 모더레이터분이 준비한 질문에 스피커로 참여한 실무자들이 답을 하며 토크를 이어나가는 식이었다. 첫날은 키노트 토론으로 스피커 모두 같은 회사 분들이었고, 이 분들의 프로덕트 제작 과정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방식이었다. 토크를 진행하기 전 이해를 돕기 위해 사전에 녹화된 키노트 영상을 틀어주었고, 그 후 질답을 라이브로 이어나갔다. 질답을 이어나가는 방식이 좋아했던 디자인 테이블 같았고, 앞에 많은 청중이 없었기에 스피커분들도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듯해 보였다.

실시간 질문란은 마치 페이스북 영상 피드 댓글창 같았고, 이런 요소들이 재미를 더했던 것 같다.

이벤트 참여하기 위한 사진. 찍고 다시 불 켰음.


둘째 날은 캐주얼 토크로 각자 다른 소속의 실무자들이 스피커로 나와 하나의 주제로 토크를 하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행사보다 다들 편해 보였고(안 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ㅎㅎ), 그 때문인지 오프라인 세미나였다면 듣지 못할 법한 그들의 좀 더 개인적인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어느덧 평일에는 21시, 토요일에는 14시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은 텔레비로.


왜?

비대면 스펙트럼콘이 끝나고, 내가 어떤 포인트에서 만족했는지, 무엇이 좋았는지 복기를 해보았다.


1. 나의 상태

나는 첫 회사를 지금까지 5년 조금 넘게 다니고 있다. 그래서 항상 다른 회사에서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밋업이나 소모임을 통해 이 부분을 해소하고 있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할 수 없었고, 결핍 상태였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긴 재택근무가 시너지를 더했던 것 같다. 

스펙트럼콘을 신청할 때의 최초 목적이었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한 심적 힐링은 이번에 만족스럽게 해소되었다.


2. 문답식 진행

경험상 오프라인 행사를 가게 되면 주로 스피커 자신의 성공한 성과나 해왔던 것들의 나열들을 들었던 것 같다. 그마저도 환경적 요인, 행사 일정상 심도 있게 듣지 못해서 늘 아쉬움이 남곤 했다. 스피커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내용을 출력하기 바빠 보인다는 인상도 받곤 했다.

하지만 이번 스펙트럼콘은 문답식의 진행으로 스피커가 준비한 이야기를 어떻게 의미 있고 효과 있게 전달할지 한번 더 고민한 느낌을 받았다. 공식 질문들을 세미나를 신청한 사람들이 궁금해할 법한 내용들로 구성했었고, 모더레이터가 진행 중인 토크의 방향성을 잘 이끌어 줌으로써 허비되는 시간 없이 양질의 이야기들이 오갔던 것 같다. 특히 프로덕트에 대한 시행착오, 세운 가설에 대한 실패담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들의 좀 더 진솔한 생각들과 고민들을 알 수 있어 좋았다.


3. 실시간 인터랙션

세미나 영상 창을 보면 옆에 실시간 질문란이 있는데, 여길 통해 사람들은 스피커에게 하고 싶은 질문들을 실시간으로 올린다. 토크 중에 실시간 질문들 중 일부를 선별하여 모더레이터가 질문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게 계속 보다 보면 질문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들도 올리고, 스피커의 이야기를 주제로 토론도 하더라. 난 이 포인트가 좋았다. 오프라인 행사는 주로 혼자나 지인이랑 갔었는데, 스피커의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생각들이 나만의 생각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도 늘 궁금하긴 했었다. 그래서 늘 들었던 세미나의 후기글을 찾아 읽어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런 니즈들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었으니 매력적이었다.

모더레이터 분도 이를 트래킹 하며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들이 보이면 대표로 물어보는 등 완급 조절하며 토크를 맛깔나게 이끌어 나갔다. 

모두가 각자 집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스피커/모더레이터/참여자들이 서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나중엔 참여자들끼리 이야기를 하는 상황도 볼 수 있었다.


4. 그밖에 몰입도를 높였던 존재들

이번 스펙트럼콘을 보는 동안 아주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요인은 아래 두 개라 생각한다.

- 평일 1 세션, 토요일 2 세션

- 녹화본 제공

평일에 1개, 토요일에 2개씩 2주동안 진행한 방식은 2주간 나의 일상 속 루틴이 되었고 높은 집중력을 유지한 상태로 모든 세션을 들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진행되는 녹화본 제공은 매우 든든한 존재였다. 나는 원래 컨퍼런스에 가면 좋은 내용들 다 소장하려고 적느라, 찍느라 좀 정신없다. 때문에 녹화본 제공은 나를 심적으로 아~주 편안하게 해 주었다.

라이브는 편하게 몰입해서 즐기며 보고, 나중에 녹화본을 통해 복습하면 되니깐..






사실 작년 스펙트럼콘은 아쉬움이 많았다.

그 때문인지 올해 신청을 하면서 결제창을 누를 때는 기대감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 내년 스펙트럼콘이 많이 기대된다.



스펙트럼팀 다들 고생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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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콘2020 

#디자인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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