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나는 한 마디 말로 천냥빚 갚는다.
'친절하게, 비디오테이프는 감아서 돌려주세요.'
잭 블랙이 출연한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비카인드 리와인드>의 제목(이자 비디오 대여점 간판)이다. 안내 문구만 잘 전해도, 자연스럽게 사용자의 행동을 유발해 편리하고 친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소하지만 인간미 있는 문구로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고 있는 친절한 UX 사례를 정리해본다.
슬랙(slack)은 업무 협업 도구이기 때문에, 다소 경직된 모드로 활용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친절한 슬랙봇이 가이드를 보내와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한다. 마치 팀의 멤버처럼 i(자신)를 반복하며 말 거는 문구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한 번 더 채팅창에 주목하게 하고 이에 반응하게 만든다.
인터넷을 잘 아는 비메오(vimeo)의 에러 페이지. 404 에러 페이지를 특색 있게 만든 페이지는 많이 존재한다. (잘 디자인된 404 에러 페이지 사례) 이 짜증스러운 상황에서 비메오는 센스 있는 한마디로 공감을 자아낸다. 다소 무책임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메일침프(mailchimp)를 활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디테일에 감동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좋은 사용성에 탁월한 유머러스함까지 갖춰 서비스 활용을 즐겁게 만든다. 대량 메일 발송을 앞두고 긴장되는 상황에서 마주치는 유쾌한 아이콘과 문구가 한숨을 돌리게 한다. 서비스가 재미있다고 해서 나빠질 일은 결코 없다.
메일침프는 궁극적으로 메일 도달을 높이기 위해서 소비자 지향적 문구 작성을 강조한다. 개발팀 The Rocket Science Group에서 제공하는 voice&tone 가이드를 참고하면 효과적인 문구 개발에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잘 생긴 사람만 좋아요 누르세요' 수준의 유치한 수법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버퍼(buffer)의 이메일 가입 문구를 보면 살살 꼬드기는 느낌을 받는다. 웹 UI 개선뿐 아니라 화려한 언변과 공감대 형성을 더해 섭스크립션 수치를 2배로 늘린 노하우도 공개하고 있다. 처절할 정도로 집요하게 사용자 획득을 이뤄낸 모습에 많은 교훈이 숨겨져 있다.
'Made with love in Waterloo.' 킥(kik) 메신저를 설치하면 등장하는 스플래시 이미지 문구이다. 킥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 워털루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상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정체성도 담아,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만든다.
이런 서비스들이 앞으로 대화형으로 진화하면서 나타날 현상은 1) A.I를 탑재한 봇이나 가상 비서의 개념과 결합할 가능성 2) 사람처럼 느껴지게 하는 데 효과적인 캐릭터나 이모티콘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점쳐볼 수 있다. 이로써 사용자에게 더 친밀한 감정이 부가될 것이다.
이 접근이 전환율, 에러 방지 등의 지표를 향상시키는 문구라는 점에서 콜 투 액션(call-to-action) 버튼 기능과도 비슷하게 보이지만, 그보다는 덜 상업적으로 보이면서 넌지시 말을 거는 차이가 있다.
사용자 친화적 UX를 설계하는 업무는 종합적 사고와 많은 경험을 요하는 전문 분야에 속한다. 하지만 기술적 접근을 통해 논리 정연하게 사용 환경을 만드는 방법만이 전부는 아니다. 누구나 친절한 마음만 있다면 말랑말랑 유연한 문구로 사용자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서비스, 콘텐츠, 상품에 딱딱하기만 한 명령조 문구는 그만 넣고, 사람의 목소리로 다가설 때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