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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토비 Jan 23. 2016

프로듀스101과 퀄키닷컴

어차피 우승은...

Mnet 초대형 프로젝트 프로듀스101


드디어 첫 방송이 공개되었다. 유닛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걸그룹 연습생 101명이라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신선한 포맷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높여왔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이 이미 눈에 띠는 몇몇 출연자들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새로운 방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프로듀스101에 참가하고 있는 101명의 걸그룹 연습생의 모습 : 현기증을 유발한다.


101대 11의 경쟁률


101명의 지원자를 매주 심사해서 최종 11명의 멤버를 선발한다고 한다. 아이돌을 양성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지원자의 실력을 A-F 등급으로 평가내리는데 이는 말그대로 평가일 뿐이다. 이들의 데뷔 여부를 가름하는 것은 바로 100% 국민투표. 물론 종전에 슈퍼스타K도, K팝스타도 문자투표를 통한 시청자 참여가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 투표를 반영하는 비율도 방송사 입맛대로라(공정성 논란 관련 기사 | 출처:중앙일보) 김샌 경험이 있지 않은가. 전국의 수많은 팬들이 문자와 인터넷을 통해 손품을 팔아봐야 제작사가 원하는 우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프로듀스101은 국민투표가 100%. 이번에야말로 오롯이 시청자의 손으로 아이돌을 키워내는 짜릿함을 선사하게 되는 것인가?


101명의 상세 프로필 DB와 사용자 반응을 모으면 빅데이터로 손색없다.




대중 문화의 주인은 대중


아이돌 가수처럼 대중의 인기로 가치가 결정되는 직군에게 있어서, 다수결 투표처럼 적당한 선발 기준은 없어 보인다. 인기 투표에 의해 줄 세운 11명의 지원자가 그대로 멤버가 되어 데뷔하게 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 있을까? 대중 문화의 열정적 수요자에게 미리 실력을 검증받고 허락을 받으며, 심지어 데뷔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아 팬덤을 형성하기도 하니 그야말로 흥행 보증수표.


선거의 4원칙에 의해 소중한 한 표의 향방은 비밀에 부친다.


퀄키가 초치는 소리


이 과정을 가만 보니 언뜻 생각나는 벤처기업의 서비스가 있다. 제품개발에 크라우드 소싱 개념을 빌어,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브랜딩,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참여에 의해 결정되는 퀄키(Quirky). 의사 결정은 철저히 투표에 의해 이루어진다. 의견 수렴과 다수결 방식으로, 실패할 수 없는 제품 기획 방식은 제조업의 혁신으로 불리웠다. 각 분야의 참여자가 지분으로 영향력을 획득하면서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보니 각자 알아서 홍보도 해주고 판매가 보장되니, 퀄키의 입장에선 실패확률 0%의 안전빵 예상. 그런데, 시장 결과는 그렇지만은 않았다.  


퀄키의 제품 생산 프로세스 :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일사천리로 기획되어 내놓은 상품들의 판매가 생각보다 부진하다. 모든 선택에 재고가 없이 선형적이고, 브랜드에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아 제품마다 들쭉날쭉이다. 크라우드(crowd)에 기댄 문제 해결 방식에 의심을 품게 된다. 어? 이럴 리가 없는데 당혹스럽지만 투표하고 등돌린 대중에 책임을 물어 억지로 지갑을 열게 할 순 없는 일이다.




문화예술 영역 문제를 방정식으로 풀기  


히트 상품을 만들기 위한 필승 공식을 발견한 것 처럼 보였다. 마치 수학의 정석처럼. 그러나 시장은 단순하지 않고, 대중은 결코 예측할 수 없는 변수의 조합이다. 그렇기에 대중의 인기에 기반한 선택의 연속이 곧 성공을 보장해준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순수해보인다. 더군다나 문화의 영역에서 미묘하게 전달되는 호감, 정서적 교감은 콘트롤할 수도 억지로 쥐어짜낼 수도 없다. 하루아침에 전국구 스타가 되기도 하고, 국썅돌이 되기도 하는 걸 보지 않았는가.


프로듀스101 기획의 맹점은 이렇게 알고도 모른 척, 의도된 순진무구함 외에도 투표 설계에 이미 제작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방송 영상 편집과 투표 페이지의 인터페이스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다시 한 번 다루도록 하겠다.


리스트 배열 방식을 가나다 순과 기획사 순으로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방송국 놈들아.


이런 분석으로 결코 비관적인 결론을 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11인 걸그룹 정예 멤버에 선발되지 못할 90명도 가능성을 발견하고, TV보며 감정이입해서 잉여력을 폭발시킬 전국의 아재들마저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Mnet 프로듀스101 투표 페이지 링크를 부친다.


http://mnettv.interest.me/produce101/main.d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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