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ing Happiness.
1.
일에 치여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던 주말 오전,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나고 즐거운 마음에 방방 뛰어다니는 나였는데, 뭔지 모를 이유로 행복과 불행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로 다르지 않은데, 왜 어떨 때는 행복하게, 어떨 때는 불행하게 느끼는 걸까?
2.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원하는 게 있다면 그것을 위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내 머리와 마음에서 정한 경계 안에 있으면 적당히 타협할 수 있지만, 조금 무리이다 싶으면 확 거부감이 들면서 도망가려는 마음이 생긴다. 예를 들어 밥 사달라고 하면 큰 맘먹고 5만원 정도(인당)까지의 식사는 살 수 있지만 20만원(인당) 짜리 식사를 사달라면 비호감이 생기는 것 같달까.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식사 비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 내 삶의 물리적 영역 침범도 포함하는 것이라 사실은 일상에서 꽤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살다 보니 관계에서 항상 감정 계좌를 계산하고 산다. 얼마나 피곤하고 슬픈 일인지 안 해본 사람은 정말 모를 거다.
3.
이런저런 이유로, 정말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로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아주 구체적이어야만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예전부터, '캘리포니아에 있는 비치 하우스에서 카페를 하고, 가끔은 문 닫고 서핑을 하는 삶을 살고 싶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지켜지지 않으며, 이대로 가다간 정말 원하는 것이었는지 조차 확인해 보지 못한 채, 나는 결국 꿈을 이루기 위해 시도해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평생을 살 것이다. 저 말에 방점은 '캘리포니아', '비치 하우스', '카페'와 '서핑'인데, 비치 하우스는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며, 경험 없이 차리는 카페는 망하기 십상이고, 서핑을 여행 가서 배워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캘리포니아인데, 나는 그것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노력을 안 하는 이유는 우선 한국에서의 삶이 팍팍해서 준비할 여유가 없는 거고, 두 번째로는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해야 돼서 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두 번째 이유가 훨씬 더 크다. 이렇게 생각하며 살다 보니 결국 지금을 행복하게 살 수도, 행복을 추구할 수도 없다.
/ 돈
여러 개의 항목 중, 돈이 제일 앞에 위치한다는 것이 참 슬프지만 그래도 현재로서는 우선순위가 제일 높다. 결국 이 돈이면 웬만한 것은 다 해결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한 복판인 서울에서 '나는 돈은 상관없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금수저가 아닌 이상).
최근 재테크 관련 관심이 증폭해서 강의를 들으러 다녔는데, 결국 그들의 공통점은 '돈에서부터 자유로워져라'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 소득(노동을 하지 않아도 발생하는 소득, 즉 예금 이자나 임대료 등)을 나의 실제 소비(주거 임대/관리비, 차량 운행비, 통신비 등을 포함한 생활비) 보다 늘리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경제에는 매우 문외한이고, 아직 독립도 못해 집에 얹혀사는 주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꽤 편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못 된 딸의 위치를 고수하며, 집에 생활비도 일체 드리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월급은 모두 나의 용돈으로 쓰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나는 명품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며, 크게 목돈 나가는 일은 많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소액 보다 조금 큰 돈들이 자주 나가기 때문에 결국 그게 그거라는 게 함정이다. 아무튼 돈에 대해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는 얼마가 있으면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최대 금액은 어차피 무한대이기 때문에 끝을 산정할 수 없을 것 같고, 최소 생계 비용을 계산해보기로 했다.
[ 최소 생계 비용 ]
- 주거비
: 늘 독립이 목표였으므로 독립한다는 가정하에 한 계산이다. 독립하면 넓은 스튜디오 형 집에 살고 싶었는데, 지금은 10평 내외의 오피스텔로 정했다. 그 정도가 현실적이면서 가장 욕심낸 것이라서. 대신 꼭 주차가 편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 전세 1억 2~3천만원 or 반전세 5천만원+월세 50 or 보증금 1천만원+월세 7~80만원
두 번째 옵션으로, 총 50만원(월)
(자금 흐름을 계산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전세금은 계산에서 제외한다.)
- 식비
: 나는 내가 먹는데 얼마를 쓰는지 모른다. 어쩔 때는 밖에서 비싼 음식을 사 먹고, 또 어쩔 때는 집에서 라면 끓여 먹는다. 이건 지금은 정말 산정이 안돼서 대략적인 목표로 정해 본다.
-> 일반 식비 1만원(일) + 외식비 10만원(월)
총 40만원(월)
- 교통, 차량 유지비
: 얼마 전 차를 바꾸면서 차량 보험료가 2배나 올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동차세와 취득세의 절감이다. 그리고 디젤로 바꾸면서 생각보다 주유를 하는 횟수나 비용이 확 절감되었다. 그래서 앞뒤 퉁쳐서 그냥 나쁘지 않은 걸로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차는 더 좋아졌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닌가.
-> 보험료 120만원(연) + 유류비 5만원(월) + 관리비(엔진오일 교체 등) 3만원(월)
총 18만원(월)
- 휴대폰 비
: 오늘 이번 달 휴대폰 비가 결제되었다. 이건 그냥 그 금액을 넣기로 한다.
-> 8만 5천원(월)
- 인터넷, TV 서비스비, 음원 서비스비
: 인터넷은 모바일과 결합상품으로 쓰고 있고, TV는 케이블 가입은 안 했지만 Netflix를 보고 있고, 음원 서비스는 정기적으로 사용 중이다.
-> 인터넷 2만 5천원(월) 정도, TV 콘텐츠 1만원(월), 음원 서비스 7천원(월) 정도
총 4만 2천원(월)
총 금액 : 235만원(월), 월세 제외 185만원(월)
그래서 총 최저 생계를 위해 필요한 금액은 235만원(월) 이다. 그냥 대충 살고 있었는데, 계산해보니 최저라고 하기 민망할 만큼 돈이 많이 든다. 처음에 쓰기 시작할 때는 100만원 이하로 나오겠지 했는데, 주거비를 빼고도 185만원이라니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이 금액만 넘으면 욕심 부리지 말고 행복하다고 생각하자' 였는데, 쓰고 나니 마음이 답답해온다. 매달 이만큼 이상의 돈을 벌어야 행복해지는 거니까. 심지어 계산할 때, 아파트 관리비나 의류 구입비, 의료비, 보험, 여행비 등은 모두 뺐는데도 이렇다니, 앞으로 일 열심히 해야겠다. (이게 아닌데.;;)
/ 재테크
지금 내가 느끼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가 너무 불안하는 거다. 어렸을 때 나를 괴롭혔던 생각 중 하나가 언제든 바닥이 없어져서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고, 낙오하면 큰일 난다는 것이었다. 그건 대체 무엇으로 부터의 낙오였는지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분위기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요즈음은 학업으로 부터의 낙오보다는 가난한 노후를 맞이할까 봐 두렵다.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그때를 위해 미리 현재의 행복을 희생해서 미래의 나에게 용돈을 준다. 물론 그 시점에는 인플레이션으로 재화 가치가 지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겠지만, 사실 지금 나로서는 딱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재테크라는 것은 조금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마음에 욕심이 싹트고 화가 난다. 성공 스토리를 보고 '나도 남들만큼 저렇게 벌고 싶다' 라거나, '나는 왜 이런 좋은 타이밍에 고민하다 못 들어갔나'라는 생각들이 든다. 그렇다고 막상 어딘가에 투자를 하고 나면 제대로 된 선택이었는지 걱정이 돼서 잠을 못 이룬다. 괜히 잘 모르고 했다가 목돈을 홀랑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막상 하나하나 찾아보려니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신노동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씩 천천히 해보기로 했다. 사실 올해 목표에는 재테크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귓동냥은 하고 있다.
- 부동산 : 우리나라 재테크의 일등공신인 부동산은 조만간 빅쇼트 사례와 같이 한번 부동산 시장 붕괴가 올 것 같다. 나는 다음 대선이 끝나고 2017년 말~2018년 초로 예상하는데, 사실 막연한 추측이고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다만 나는 목돈이 들어가고 불확실한 것은 당장 하지 않기로 해서 당분간은 패스한다. 부동산 경매나 땅 보는 법도 공부해보면 좋겠는데, 지금은 감당이 안된다. 사실 자세히 알아볼 시간과 심적 여유가 없다는 게 너무 아쉽긴 하다.
- 주식 : 간간히 흐름을 보면서 공부하기에는 재미있고, 회사에서 몇 가지 주식에 대해 아는 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예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출장 가는 KTX에서 샀던 바이오 주식이 반의 반토막 난 것을 잊지 말고, 조금 천천히 알아가 보자. 기업가치 분석 방법까지는 올해 배워야겠다.
- 엔젤 투자 : 기술 가치가 있는 기업을 뜨기 전에 미리 투자하는 비상장 주식 투자인데, 요즈음 매우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일단 금융의 기본 뒷 구조까지는 배웠으니, 경험치를 쌓아보는 것만 해봐야겠다.
사실 재테크를 잘 하려면 정확한 목표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아무리 해도 목표를 못 세우겠다. 당장 내일 밤샘 야근을 할지 말지도 모르는데, 결혼을 언제 하고 자녀를 언제 낳는지 까지 계획할 수는 없다. 그리고 자꾸 재테크를 들여다보며 느끼는 생각은 본업에 피해를 주는 수준까지 하면 안 되고,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목표 수익률이 났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계속 원하기만 하면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토닥이지 못하고, 그러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 시간
누군가가 나에게 내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시간이라고 답할 것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주어져 있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내가 가진 가장 파워풀하면서 유일한 도구이기도 하다. 스스로 시간의 가치를 점점 높게 평가하다 보니, 시간을 낭비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 매우 화가 난다. 예를 들면, 차가 (지극히 내 기준에서) 어이없을 만큼 너무 막힌다던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지루하고 불필요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할 때이다. 이 것이 너무 강해지다 보니 오히려 사회생활이 너무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요즈음은 매우 자주 사람들이 본론만 말하고 가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직접적인 가치(주로 재물)를 생산하지 않는 일을 하는데 시간을 쓰게 되면 헛되게 보냈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것이 불행의 시작점인 것 같기도 하다. 쏟아지는 정보, 일, 그리고 기대되는 역할 등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해내야 하니 힘든 것도 당연하다.
사람에게는 일을 하며 무언가를 성취하는 시간, 혼자만의 휴식 시간, 건강을 위한 운동 시간, 친밀한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시간, 대인 관계를 통해 자신이 넓어지는 시간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의 시간은 한두 가지에 집중되어 있고, 어떤 것은 아예 결핍되어 있기도 하다. 조금 더 시간이나 마음이 여유로워질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잘 유지해 나갈 수 있다면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쓰다 보니 글도 길어지고, 시간도 늦어버렸다. 다음에는 행복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취미, 만남(연애), 직업적 성취(일)에 대해서도 더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