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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아 Jan 26. 2017

필리핀 보홀에서의 5일.

겨울 휴가로 또 스쿠버 다이빙 하기.

2016년 한 해도 참 빡세고 힘든 해였다. 매번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어쩜 그리 반복되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그래도 그 정신없는 와중에 여행 계획도 세우고 또 무사히 잘 다녀온 게 스스로 참 대견하다.(응?ㅋㅋㅋ)

언제부터 다이빙 홀릭이었다고 일 년에 두 번이나 다이빙 여행을 가느냐 하겠지만,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고.. 1) 따뜻한 나라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날씨 취향과, 2) 전부터 다이빙 한번 가자고 이야기했던 친구와, 3) 저가항공사 특가 이벤트(세부퍼시픽)가 합쳐져서 그냥 즉흥적으로 정했다. 역시 여행 장소 선정은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가 심플하고 좋다.



#1. 왜 맨날 출국은 쫄리는가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시간을 아끼자'가 핵심인 듯한 일정이었다. 목요일 밤 10:15 출발, 우선 퇴근 후 연말이라 막히는 길을 뚫고 무사히 공항까지 도착하는게 문제였다. 게다가 캐리어 끌고 공항버스를 타야 하는데 아침부터 비도 추적추적 내렸다. 이런.. 시작부터 생고생 스멜-. OTL. 참고로 우리 회사는 도회지와 약간 떨어져 있어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 갈길이 막막했다. 같이가는 친구를 꼬시고 꼬셔서 안산에서 우리 회사 앞까지 픽업 서비스를 요청했다. 마음은 쫄리지만 몸은 편한 휴가 시작이다. :-)

사진1. 역시 여행의 시작은 밥과 맥주 한잔의 여유

다행히 차가 안 막혀서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출발 전에 든든하게 밥부터 먹어야지. 인천공항 도착층에 보면 VIPS Express가 있다길래 가봤는데, 오- 여기 맛도 좋고 가성비도 좋다. 그리고 맥주를 판다.ㅋ 약간 부끄럽지만 한겨울인 인천에서 여름으로 옷도 훌렁훌렁 갈아입고 (역시 옷은 반바지에 쪼리)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했다. 시작 느낌은.. 훌륭하다.



#2. 하하하 도착은 언제 하는 건가

역시 저가항공의 위엄인가, 이런 벌칙스러운 자리는 참으로 낯설고 신선하다. 대한민국 남녀 평균인 나의 키에 이렇게 꼼짝달싹 못하는 좌석이라니, 키 크거나 체격 있는 분들은 어떻게 앉아서 가나. 정 자세로 앉으면 무릎이 닿을락 말락 한다. 정자세로 앉으려는 생각이 잘못된건가? 혼란스럽다. 참고로 올 때는 15,000원 추가 요금을 내고 비상구 좌석을 예약했는데, 아무리 해도 무릎이 닿지 않는 '만 오천원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4시간 반, 실제로는 출발부터 연착돼서 5시간 반을 자다깨다 하며 갔다.

사진2. 정자세로 정주행 해야하는 저가항공사의 신개념 좌석


이번 여행은 출국 시의 빡센 이동 일정이 시작 전부터 걱정이었다. 서른 이후로는 피곤해서 오늘 할일을 내일로 죄다 미루면서까지 밤을 안 새우는데, 밤샘 이동이라니. (하하하)


- 출국 : 22:15 - 01:40
            (연착돼서 02:50에 도착)
- Van1 : 40분간 이동 (04:00 도착)
- 마사지샵 : 1시간 아로마 오일 마사지,
                   다이빙 복장으로 갈아입기
- Van2 : 30분간 페리로 이동 (05:40 도착)
- 배 : 06:00 - 08:00 (보홀 도착)
- Van3 : 30분간 이동
              (Panglao Alona Beach 도착)
- 배 : 보트 다이빙 09:00 시작


대체 왜 가도가도 끝이 없는걸까. 이런 배낭여행각의 여행은 대학교 3학년 때 이후로는 안한 것 같다. 원래는 중간에 마사지샵에서 잠깐이라도 눈 좀 붙이고 쉬다 출발하는 일정이었는데, 그나마도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날려버렸다. 그래도 도착하면 바로 대기하고 있는 이 복잡한 교통수단을 어떻게 다 예약했나 물어봤더니, 'Van1-마사지샵-Van2'는 마사지샵에서 제공하는 한국인 대상 여행자 패키지가 있었다. 심지어 이 마사지샵은 환전, 현지 유심 구매, 기념품 구입도 가능하다. 이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신선하다. 알고 보면 엄청 비싸게 받는거겠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고 별도 예약보다는 저렴할테니 다음에도 선뜻 구매할 것 같다. 그리고 Van3과 한국으로 올 때 '숙소-페리'로 오는 Van은 따로 왕복으로 예약한 거라고 한다.

아이고, 생각만 해도 복잡한데 이 모든 걸 준비해 준 친구에게 또 고맙다. :-)


사진3. 마사지빨로 버티며 배에 승선 중
사진4. 또다른 90도 벌칙 자세의 의자

세부(Cebu)에서 보홀(Bohol)로 이동하는 배는 오션젯(Ocean Jet)을 탔는데, 따로 '체크인-보안 검색대 통과-짐 부치기'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다른 건 당연한 절차니까 따르는데, 짐은 캐리어의 경우 Hand Carry는 안되고 무조건 부쳐야 한단다. 캐리어를 들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외국인이라 그런건지 원래 안 되는건지 의심이 들어 여러 명에게 몇 번이고 물어봤다. 일단 배에서 비즈니스석이 아닌 경우, 사이즈에 상관없이 캐리어는 부쳐야 하는게 맞고, 크기가 사람 키만큼 크더라도 백팩은 Hand Carry 가능하다. 바퀴가 있어서 배 안에서 굴러다니다가 부상 등 사고가 생길까 봐 그런게 아닐까하고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그나저나 외국인에게 짐 부치는 금액은 부르는게 값인가 보다. 사이즈와 금액 기준표가 있는데 지들 맘대로 부르고 삥땅친다. 처음 보홀로 갈 때와 세부로 나올 때 같은 가방인데 짐 부치는 금액이 두배가 차이나게 불렀다. 이것만 아니면 필리핀도 참 좋은 기억만 가득할텐데. 부글부글 화남과 얼마 안 하는데 그냥 줄까 하는 마음이 계속 오가는 경험을 했다.

사진5. 졸다깨다 하면서 본 노인과 바다 느낌의 풍경



#3. 짐만 놓고 바로 다이빙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만 던져놓고 바로 다이빙샵으로 달려갔다. 사실 짐도 다 들고갈까 하다가 너무 초췌해진 몰골에 거울이라도 보고 가자고 잠깐 들리기만 한거였다. 그리고 발리카삭(Balicasaq)으로 가는 배가 08:30에 출발할 예정이라고 빨리오면 같이 간다고 했는데, 중간에 연락이 와서 일정이 취소되었다고 하길래 천천히 09:00까지 갔다. 숙소에서 걸어가며 보이는 알로나 비치(Alona Beach), 드디어 여름 날씨로의 여행이 실감이 난다. 와~ 해변이다! ㅋㅋㅋ

사진6. 한적하고 느낌있는 보홀(Hohol)의 거리 풍경
사진7. 드디어 도착한 에메랄드 빛 해변
사진8. 부러운 다이빙샵 옆집의 프라이빗 선베드


잠깐 시간이나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 장비도 챙기고 이제 설렘가득 배 타러 간다. 첫날을 장비나 나의 상태를 확인하는 체크 다이빙(Check Diving)으로 가볍게 해변 근처에서 하는 비치 다이빙(Beach Diving)을 했다. 같이간 전문가 친구(다이빙 경험 100회가량)의 도움으로 수트 두께, 웨이트 무게, 밸런스 잡기, 호흡 연습 등을 하면서 물질의 감을 익혔다. '그래, 물속에서 숨 쉬는 건 이렇게 무섭고 힘들었었더랬지. 근데 이번엔 지난번보다 숨쉬기가 좀 편한데?' 밤샘 이동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들어갔지만,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고 편했다. 물속이 점점 더 좋아진다. :-)

사진9. 느낌있게 늘어놓고 싶었던 다이빙 장비들



#4. 드디어 발리카삭(Balicasaq) 고고

다음 날 드디어 필리핀에서도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라는 발리카삭(Balicasaq)으로 출발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다이빙이라니! 산타클로스 모자 쓰고 산타 다이빙 해야지! 2012년 크리스마스에는 호주의 바이런 베이로 서핑 캠프를 갔었는데, 연말마다 화려한 해양 스포츠 놀이 중이다. 그리고 특히나 따뜻한 날씨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 하는건 새로운 느낌이다. 같이간 사람들끼리 해변에서 캠프파이어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고 말이다.

발리카삭은 알로나 비치(Alona Beach)에서 배를 타고 30분 가량 가면 나오는 작은 섬이다. 우린 다이빙을 위해 간 것이라 섬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발리카삭에 위치한 다이빙샵도 있다고 하니 그렇게 작은 섬은 아닌가보다. 여기는 다이빙을 하려면 환경세로 약 300페소를 내야 한다. 무엇에 쓰이는 비용인지는 모르겠으나, 깨끗한 자연으로 잘 관리하는데 쓰이길 바란다.

사진10. 파노라마뷰로 즐기는 발리카삭 섬


여기서 유명한 것은 잭 피시(Jack Fish) 들의 스쿨링(Schooling)-학교 가는 것처럼 떼로 모여서 이동하는데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3일 다이빙을 하면 한번 정도 볼 수 있을 만큼 쉽지 않은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운 좋게 첫 날 첫 다이빙에서 잭 피시들을 만났다. 생각보다 엄청 많은 물고기 떼들이 내 주변으로 지나가서 건드릴까봐 깜짝 놀랐던 것과 애들이 죄다 입을 벌리고 가서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플랑크톤을 먹으려고 그랬다는거 같은데, 사실 입을 떡하니 벌리고 가는 물고기들이라니.. 직접 보면 진짜 웃기다.

사진11. 잭피시 스쿨링 (Jack Fish Schooling)


처음 다이빙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게 재작년 겨울 일본 오키나와의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물고기들을 보고 난 뒤였다. 특히 그때 물속에 숨어있다가 머리만 쑥쑥 내미는 가든일(Garden eel :정원 장어)이 너무 귀여워서 키울까도 잠깐 고민해보고, 각종 캐릭터들을 찾아보곤 했었다. 그런데 그 가든일을 여기서 만났다! 순간 설렘 두근두근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애들이 하도 숨어대서 정말 최선을 다해 조용히 호버링(Hovering-호흡으로 부력조절을 하여 물속에서 정지해 있는 것)을 하면서 천천히 바라봤다. 덕분에 다이빙 스킬 좀 늘었을 거다. 역시 실력 향상의 지름길은 관심 있는 것을 보여줄 때가 아닐까.

사진12. 물속에서 꼼지락대며 나오는 가든일 (노란 물고기 아님 주의)



#5. 물속에서 사진 찍기 (아니 찍히기)

다이빙하면서 내가 사람 상반신만한 대왕 거북이, 바다 달팽이, 각종 열대어들을 만나느라 정신없는 사이, 친구는 포토그래퍼에 빙의되어 사진 찍기에 열중했다. 심지어 나는 다이빙 초보라고 카메라를 달라고 해도 한 번도 넘기지 않고 혼자 찍었다. 덕분에 나는 사진은 못 찍었지만 사진에 많이 찍혔다.ㅋ 지난 여름 다이빙에서는 두건 없이 이마와 마스크가 보이는 모양새로 사진을 찍어서 죄다 도저히 다시 꺼내보지 못할 사진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빨-노-검에 달하는 두건 퍼레이드로 이마 매력도를 한껏 업그레이드했다.(우왕 신남!)

사진13. 나름 열대어와 교감하는 중


예전부터 꼭 찍어보고 싶은 사진이 니모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측면 샷이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사진 예시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찍히는 내내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고 호버링에 집중했고, 친구는 고프로에 집중했다.

사진14. 약간 노란색 니모와 인사하는 중


마지막에는 간지나는 입수 컷을 찍어보려고 카메라를 들고 입수하려 했으나, 왠지 셀카봉에 머리를 맞을 것 같은 예감에 포기하고 찍히기를 선택했다. 아직 물에 뛰어드는 것은 좀 무섭다. 물에 들어가서 첫 2~3분이 제일 무섭다. 다음에 혹시 자이언트 스트라이드(Giant Stride Entry-한 발을 들고 서서 뛰어내리는 것)로 입수를 하면 찍어 봐야지. 이번에는 백워드 롤(Backwards Roll Entry)로 뒤로 백 덤블링 하듯이 넘어가는 입수를 하다보니 더 무서웠다. 처음에 입수하라는데 배와 수면까지의 높이가 너무 차이가 나서 '지금 나더러 여기서 들어가란 말인가?' 순간 당황했었다. 너무 높았는데, 몇 번 하니까 또 해볼 만하더라.

사진15. 공기방울 뽀글뽀글한 입수 현장사진 입수



#6. 여행은 여행만

지난 여행에서는 욕심 부려서 여유 시간에 할 취미용품을 이것저것 많이 챙겨 갔었다.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iPad 9.7과 펜슬을 질렀다), 크루져 보드 타기, 책 보기(은희경의 태연한 인생, 왠지 이 책을 보면 태연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 했었다) 등 짐이 엄청 많았었다. 그런데 다이빙 자격증 필기시험 준비하느라 거의 할 시간이 없었으며, 숙소에 오면 숨도 안 쉬고 뻗기 바빴다. 매일 저녁에는 술도 한잔 했으니 뻗는 게 당연한 것일 수도.(;;)

이번에는 깔끔하게 얇은 책 한권만 가져갔다. 원서로 씌여진 자전적 소설이었는데, 첫 문장이 'I hated school..'이었다. 이 명확한 의사 표현에 끌려서 몇 년 전 선재아트센터에서 산 책이었다. 심지어 표지에 제목도 없고 지은이도 없어서 누가 쓴 건지도 모른다. 짬 날 때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봤었는데, 1/3 쯤 지나서도 계속 자신의 삶을 한탄하는 내용 뿐이라 때려쳤다. 나중에는 잔잔한 팟캐스트를 배경음악처럼 듣고, 사색하고, 낮잠자고.. 그랬다. 처음에는 짐을 줄이려고 안 가져간 거였는데, 이런 여행도 꽤 좋았다. 다음에도 아무것도 안 가져가야지. 여행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사진16. 나중에 찾아보니 책 제목은 The Book 인 듯



#7. 환전, 그리고 현금이 필요한 순간

필리핀은 화폐로 페소(Peso)를 쓰는데, 우리나라 환율로 계산하면 1,000원이 41페소 정도, 1달러가 49페소 정도 된다('17 1. 8. 기준). 역시 단위 기준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몇 번을 이야기를 들어도 얼마인지 바로바로 감이 안 온다. 환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1) 우리나라에서 직접 페소로 환전, 2) 현지에서 달러를 페소로 환전, 3) 시티은행 등의 현금카드로 페소를 인출하는 방법이 있는데, 1)과 같이 원화를 직접 환전하면 환율이 너무 안 좋다고 들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 경비는 달러를 현지에서 환전하고, 부족한 금액은 은행 ATM을 이용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환전을 할 수 있는 곳은 마사지샵과 숙소 주변이었는데, 어디가 더 좋은 조건일지 모른다는게 맹점이었다. 우선 급한대로 예상 경비의 반만 마사지샵에서 환전하고, 나머지는 보홀 섬에서 환전했다. 참고로 마사지샵은 100달러 기준으로 달러당 47페소, 20달러는 45페소였고-작은 화폐 단위일수록 환율을 안쳐준다. 왜 그런지 이유는 도통 모르겠다-, 보홀에서의 시세는 48.30-48.50페소였다. 그런데 시세가 좋은 곳은 또 오후에 가면 현금이 없다고 한다. 이런 환전 방식이나 시세를 몰라 약간 환차손이 생긴 것 같은데 다음에는 더 꼼꼼하게 챙겨봐야겠다. 그리고 달러 이외에 유로화, 엔화 등도 환율이 괜찮아서 남은 외국돈을 가져가서 쓰는 것도 유용했다. 친구는 유로화를, 나는 호주 달러를 환전해서 맛있는걸 사먹었다. 냠냠.ㅋ

필리핀은 현금으로 내야되는, 혹은 현금이 유리한 순간들이 있다. 우선 비행기에서 먹는 음식들을 페소로 결제하면 달러나 원화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리고 배를 탈 때 내는 항구세(인당 20-25페소), 짐 부치는 비용(약 100페소), 공항세(인당 750페소, 달러 가능), 귀국 편 항공에서 먹는 식비 정도는 남겨두는게 좋다. 어정쩡하게 남기면 나중에 환전 못할까봐 마지막까지 비용을 맞추려고 최대한 애를 썼다. 결국 40 페소 남기고 석세스. :-)

사진17. 대략 이런 환율과 이런 모양새의 환전소



#8. 동네 맛집과 이벤트

이번 여행은 '현지인 처럼'을 모토로 갔던거라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맛있는 현지식들을 챙겨 먹었다. 필리핀은 쌀이 찰기가 없는 안남미(날림쌀)로 밥을 짓는데, 이걸 넓은 그릇에 쌓아올린 형태로 밥을 담아준다. 이걸 한 손에는 숟가락, 다른 손에는 포크를 들고 자근자근 뽀개서 먹는게 식사 문화인가 보다. 그리고 넓은 그릇에 반찬으로 함께 먹을 무언가(본인이 주문한 메뉴)가 같이 나온다. 밥과 함께 마실 수 있는 산미구엘(San Miguel) 맥주가 유명한데, 라지 사이즈 맥주가 90페소 밖에 안 한다.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마셔두고 싶은 스케일이다.ㅋ (참고로 기내에서는 작은 캔맥주가 130페소이다.)

사진18. 참으로 군더더기 없는 Pork BBQ Rice
사진19. 우리나라 병맥주보다 좀 더 큰 그란데 사이즈 맥주의 위엄 (저렴하다!)


크리스마스이브 기념 리조트에서 식사를 했는데, 나름 리조트 직원들이 행사를 준비했다. 몇몇은 처음에 춤을 추고, 매니저가 인사 말씀도 하고, 진행을 하는 직원도 있었다. 약간 귀여운 학예회 같았는데 관객들이 아무도 반응과 참여를 안해서 뻘쭘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노력하는 모습은 좋아 보였다. 근데 여기서 이벤트로 하는게 "가지고 있는 OOO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사람에게 선물을 드립니다."였다. 예를 들면 100달러라던지, 여권, 금시계-대체 요새 누가 금시계를 차는 거지- 등 이었다. 이런 걸 이벤트로 한다는게 신기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똑같은 이벤트를 했다. 여기서는 휴대폰 충전기, 보딩패스 등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사람에게 상품을 줬다. 이게 이 동네에서 유행하는 이벤트인가 보다. 미리 알았으면 준비해서 상품 완전 많이 받을 텐데. 뒤늦게 알아서 아쉬운 것 중 하나다.

사진20.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준비중인 리조트



#9. 번외 편

이번 세부 여행은 빡세기도 하고 여유롭기도 한 밀당이 가득한 쫄깃쫄깃한 경험이었다. 비행기에서 온몸이 뻐근했는데, 마사지 받으니까 좀 나아지고, 아침부터 다이빙 하느라 부지런을 떨면 오후에는 한가롭게 리조트 수영장에서 놀 수 있었다. 준비 과정이나 챙길게 많은 다이빙인데도 스텝들이 다 해줘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황제 다이빙을 경험하기도 했다. 필리핀, 너 좀 매력 있다.ㅋ 어쩌다 보니 글은 필리핀 여행 노하우 기록이 되어버린 듯한데, 혹시나 보홀로 다이빙을 가는 사람이 있다면 참고가 되면 좋겠다. 나도 또 가게 돼서 셀프 참고가 되어도 좋고 말이다. :-)



* 글은 연초에 좀 여유있을 때 미리 써두었는데, 클라우드로 사진 백업하고 다운받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귀찮아서 이제 올린다. 젠장. iCloud에 올라간 사진을 Mac으로 다운 받는 방법을 모르겠고, iPhoto는 매번 시동 디스크가 부족해서 다운이 안된다고 하고, 네이버 클라우드는 사진 대략 3,000장 쯤이 중복으로 올라가서 멘붕이다. 심지어 네이버에서 중복파일 제거 기능을 지원 안한다니.. 너무하는거 아닌가? OTL. 뭐 좋은 사진 관리 툴이 있으면 좋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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