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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아 Jul 25. 2016

사이판에서의 일주일.

여름 휴가로 스쿠버 다이빙 하기.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게 얼마만인가. 대학교 때는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사진 찍는답시고 많이 돌아다녔었는데,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주말에 뭘 하기가 귀찮았었다. 이틀밖에 없는 주말에 하루 약속, 하루 쉬면 또 출근이었으니까.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휴가 준비를 놓치게 되고, 그래서 작년부터 몇 번을 항공권 대기에 실패했다. 올해는 기필코 가리라. 봄부터 마음먹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를 시전 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 그동안 정말 딴생각 없이 열심히 일하기도 했다. 왜 사이판이었을까? 사실 카드사에서 주는 항공권 1+1 혜택이 있었는데, 사용 가능한 몇몇 도시 중 안 가본 데를 그냥 고른 거였다. 지구본을 돌려서 손에 잡히는 곳 가는 것처럼. 선택은 참 쿨했다.ㅋ



#1. 시작부터 너무 빡센 여행

늘 정해진 시간을 맞춰야 하는 일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대체 누가 정해놓은 시간이라는 것 때문에 새벽부터 고생을 해야 하는지. 역시나 아침 비행기는 적성에 안 맞는다. 이르다고 하기에 약간 민망한 9시 30분 비행기였는데, 도심공항에 7시에 도착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체크인도 금방 하고 주말 아침 도로 사정이 그렇게 막힐 일은 없지 않은가? 출발하는 날 비가 와서 카카오 택시를 집 앞으로 불러 편하게 타고 갔고, 7시 10분에 도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러나 이게 웬걸.. 제주항공은 6시 30분에 이미 체크인이 마감되었단다. (OTL..) 이때부터 나의 시간은 째깍째깍 초조함으로 한 걸음씩 목을 조여왔다. 아.. 쫄린다.

하필이면 리무진 버스도 매진이라 다음 차를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면서 늘 마시던 할리스 커피 한잔.

항상 여유롭게 떠남을 즐기는 최고의 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초조해서 원샷 드링킹 해버렸다.

사진1. 약간 밍밍한 할리스 커피와 이번에 장만한 크루져 보드 가방


리무진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부터 정말 미친 듯이 뛰었다. 짐 부치고, 환전하고, 로밍하고, 보안 검사대는 또 왜 그렇게 긴지, 면세점 픽업은 대기번호도 길고. 휴가철이라 다들 주말 아침부터 출국하는 걸까. 아, 다 모르겠고 나 좀 살려줘. 저가항공이라 그런지 게이트는 또 왜 그렇게 먼지, 공항 트레인을 타고도 미친 듯이 뛰었다. 드디어 공항 게이트 앞. 사진 찍으면서 울 뻔했다. 그냥 무사히 출국했다 한 줄이면 끝날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고 있는 걸 보면.. 알만하지 않은가.

사진2. 사이판 직항 제주항공 3402편 무사히 출발


무사히 탑승했으니 이제 쉬면서 가겠구나.. 하는 생각은 아쉽게도 오산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다이빙이니만큼 어드밴스드 오픈워터(Advanced Open Water)까지 자격증을 따려하는데, 그러려면 사전에 책을 다 공부하고 가야 했다. 역시나 출발 직전까지 밀려오는 일들을 처리하느라-혹은 뇌의 케파 부족으로- 책을 펴보지도 않았던 나는 마치 고3 수험생이 수능 직전 마지막 한 문제라도 더 보려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책의 페이지 수를 잔여 비행시간으로 나눠가며 미친 듯이 달렸지만 결국 5장까지의 챕터 중 3장까지 마무리하는데 그쳤다. 하.. 정말 하얗게 불태웠다. 벌써부터 휴가가 참 만만치 않구나.. 싶다.



#2. 사이판에서의 첫인상

도착하자마자 서울과 다른 두 가지가 훅~ 들어온다. 우선 공기가 무겁게 채워져 있는 듯한 습기와 잠깐만 햇볕에 나가 있어도 따가운 햇살. 아, 외국이다! 를 느끼는 순간은 늘 공항에서 이루어진다. 새로운 곳의 공기, 햇살, 냄새, 분위기 등도 그간 일상의 익숙함에 숨겨져 있던 감각들을 모조리 흔들어 깨운다. 그렇지. 이 낯설다는 느낌이 여행의 묘미지. 신난다. :-)

공항에서 제일 처음 한 일은 교통편을 알아보는 것이 아닌, 입구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고 선글라스를 쓰고, 선크림을 전신에 쳐발쳐발 하는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날씨에는 선크림과 선글라스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아무리 많이 꼼꼼하게 잘 발라도 5분도 안돼서 땀범벅이 될 거라는 것을.

사진3. 사이판 국제공항 앞에서 잠깐 쉬어가는 타임



#3. 첫 번째 스쿠버 다이빙

도착한 첫날은 거의 꾸벅꾸벅 졸아가며 DVD 시청을 완료하고, 집에 와서 나머지 못 본 챕터를 꾸역꾸역 보다가 금새 뻗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픽업이 7시 30분이란다. OMG.. 대체 휴가에 출근 때 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10분이라도 더 자서 체력을 비축해야지. 너무 졸립다.

사진4. 다이빙 교육의 대부분을 보낸 라우라우비치(Laulau Beach)

아침부터 장비 설명, 호흡법, 마스크 클리닝, 레귤레이터 클리닝 등 다이빙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았다. 처음에 2m 정도의 높이에서 할 때는 무섭지도 않고, 숨도 그럭저럭 쉴만했다. 오랜만에 하는 물놀이가 신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오후였다. 점심을 맥도날드 빅맥 세트로 단숨에 먹어치우고 라우라우 비치(Laulau Beach)에서의 두 번째 다이빙. 이 해변은 참 신기한 게.. 꽤 멀리까지 거의 무릎 높이도 안될 만큼 평지로 가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에 수심이 5m 이상의 바다로 바뀐다. 누가 일부러 다이빙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처럼.

사진5. 라우라우 비치(Laulau Beach)에서의 첫 8m 다이빙

점심을 먹고 들어가서였을 것이다. 갑자기 속이 꽉 찬 데다가 물속에 들어가니까 압력도 심해졌고, 오전과는 다르게 깊어진 바다도 무서웠다. 그냥 숨을 못 쉬었다. 바닷속에는 이상한 풀들이 가득한데 대체 몇 m인지 바닥은 보이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무서워서 BCD에 공기를 가득 채운 후, 수면에 매달려서 숨 쉬고 있는데, 자꾸 강사와 멀어져 갔다. 나는 분명 가만히 있는데, 내가 간 건지 그가 간 건지 도통 알 수는 없지만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돌아갈 수도 없고, 들어갈 수도 없다. 무섭고 힘들고 속이 불편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바다 위에서 둥둥 떠있으며 '기다려주세요'라는 수신호만 보냈다.

"Too much Thinking, it will be okay. You don't have a breath problem, just thinking.", "This is not a leisure, it is a sports. You need to control your mind. Think a little bit different. It maybe okay." 생각의 문제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마라.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이야기였다.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왜 굳이 이 고생스러운 것을 하고 있는 건지, 육지에서도 호흡기가 안 좋아서 힘든데 굳이 해야 할까, 그리고 정글의 법칙 같다고 푸념하는 친구의 모습도 떠올랐다. (참고로 친구는 첫 번째 수업에서 호흡 문제로 포기했고, 이후 일광화상(Sun Burn) 때문에 여행 내내 엄청 고생했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 후 조금씩 물에 익숙해지고 나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역시 입으로만 숨을 쉬는 건 매우 힘들었지만, 조금씩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었다. 다행히 이 날이 가기 전에 짧게나마 7m 다이빙까지는 성공했다. 가와하라(Kawahara)-며칠간 함께한 다이빙 선생님-는 점심에 케찹을 4개나 먹어서 그렇다고 놀렸지만, 사실은 마음속에 가득한 두려움과 머릿속에 꽉 찬 무서움 때문이었다. 유독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다.



#4. 보트 다이빙, 그리고 딥 다이빙

다이빙 교육 넷째 날, 새로 조인한 다이빙 버디 부부와 함께 보트 다이빙을 하러 갔다. 다행히 오픈워터(Open Water) 코스는 무사히 끝냈고, 어드밴스드 오픈워터(Advanced Open Water)의 교육이었다. 중간에 계속 너무 무서웠어서 오픈워터 까지만 하고 포기할까 수십 번 수만 번 고민하다가, 하기로 한 것을 중간에 잘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에 그냥 일단 갈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전날 교재를 미리 보고 가야 했기 때문에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는 것', 그게 오히려 문제였다. 머리로만 알고 몸은 모르는 것.

사진6. 보트 다이빙 중 푸르른 바다 (Dimple과 Pipeline 주변 어딘가.)
사진7. 바다 속으로 내려가는 보트 사다리 (실제로는 올라올 때만 사용함.)

보트 다이빙(Boat Diving)은 다이빙 포인트까지 보트를 타고 나가서 다이빙을 하는 것으로 정말 망망대해 바다 한복판에서 다이빙을 하는 거고, 딥 다이빙(Deep Diving)은 약 30m 정도까지 다이빙을 하는 것으로 출수 전 5m에서 비상감압정지를 수분 간 하고 나와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나에겐 길 잃으면 바다 한복판에 둥둥 떠있다가 얼어 죽을 수 있으며, 숨쉬기도 힘든 급박한 상황이 와도 5m에서 무조건 머물러야 하는 제약처럼 느껴졌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겁이 많았던가. 이 푸르르고 예쁜 바다 앞에서 나는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 또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다이빙을 시작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인가 싶었지만, 실상은 숨 쉬기에 급급했다. 다른 사치스러운 생각들이 사라지고 점점 생존에 필요한 것들에만 집중했다. 당장 살아야 하니까.



#5. 물속에서 사진 찍기

처음에는 무서워서 액션캠을 아예 다이빙 샵에 가져가지도 않았고 시도하려는 생각조차 안 했다. 그러다 4일 차부터 동영상 로그(Log)를 남기는 식으로 도전해보았다. 첫 번째 촬영은 다이빙 내내 켜두는 것. 그러다 보니 첫 번째 다이빙에 배터리가 반 밖에 안 남았다. 이럴수가.. 크게 기대는 안 했지만, 막상 못 찍을 것 같으니 아쉬워지긴 했다. 배터리 수명 체크나 비디오 상태 확인 등 아무것도 안 해보고 그냥 들고 왔으니 어차피 좋은 사진 건지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쓰는 SONY 액션캠 AZ-1은 기본 방수 케이스를 쓰면 렌즈 앞의 곡면 때문에 사진의 초점이 안 맞고 모조리 뿌옇게 나온다는 것을 찍고 나서 알았다. (젠장. 대체 방수 케이스를 왜 이렇게 만들었어. 수중용 악세사리 하나 더 팔려고 그랬나. 그럼 제대로 안내라도 하던가.) 액션캠 수중 촬영에 대한 후기는 개인적으로 물어보시면 상세하게 알려드릴 수 있다. 촬영 결과물과는 무관하게 촬영을 하는 행위는 다이빙에 꽤나 즐거웠다. 딤플(Dimple)에서 빵을 피딩(Feeding)하면서 나에게 몰려드는 물고기들을 찍는다거나, 가오리(Eagle ray)와 거북이 등을 잠깐이나마 따라가며 찍기도 하고, 작은 인터랙션을 함께하며 교감한-나혼자 그렇게 생각한 것 일수도 있다만-물고기 사진도 찍었다. 떠날 때는 아쉽기까지 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길게 이야기했을 텐데. 중성부력(Hovering) 조절도 조금 더 잘했으면 물고기 인생샷 한 장 정도는 건져줄 수 있지 않았을까.

사진8. 다이빙 중 함께 간 버디 부부와 가와하라 센세
사진9. 바닷속에서 하늘을 보면 물에 갇힌 것 같아 무섭고, 신비롭다. 그리고 마스크에 물이 들어간다.
사진10. 사방이 수족관이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수족관 안에 있는 느낌이다.



#6. 다이빙 포인트 정복

다이빙 교육 중반 이후에는 탄력을 받아 사이판의 다이빙 포인트 들을 찍고 다녔다. 대부분의 교육 다이빙을 보냈던 라우라우 비치(Laulau Beach)를 비롯하여 딤플(Dimple), 파이프라인(Pipeline), 난파선(Ship Wreck), 그로토(Grotto), 아이스크림(Ice Cream), 올레 아이(Oleai), B-29까지 여기저기 물속 구경을 많이 했다. 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 다이빙 포인트였지만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건 워낙 유명한 그로토와 배 사이로 막가~가 재미있었던 난파선이다.

사진11. 지형 사이사이로 빛이 새어들어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다이빙 포인트, 그로토(Grotto)

그로토(Grotto)는 사이판을 왔다 갔다면 누구나 한번씩은 들린다는 워낙 유명한 동굴 다이빙(Cave Diving) 포인트이다. 동굴로 들어갔다가 바다로 나온다는 이야기는 다이빙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들어오던 이야기였다. 온 김에 정말 그로토는 꼭 하고 가고 싶었는데 교육 일정에는 없었어서 다이빙 선생님을 미친 듯이 졸라댔었다. 다행히 펀 다이빙(Fun Diving) 일정이 있어 소원 하나 이루고 왔다. 그로토는 다이빙 수준에 따라 5개 정도의 루트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아마 내가 이번에 경험한 것은 가장 쉬운 루트였을 것이다.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에 이미 110여 개의 계단이 맞이하고 있어서 각종 장비(특히 공기통과 웨이트)를 찬 상태에서 오르내리기에는 만만치가 않다. 작년에 사이판 다이빙 샵 분들이 모여 장비라도 싣고 옮길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설치 여부를 투표했다고 하는데, 계단 오르내리기 까지가 다이빙의 묘미라고 부결되었다고 한다. 좀 힘들긴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걷는 것이 역시 매력적이다.

사진12. 난파선 사진이 없어 대신 B-29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사진으로 급 변경

그나저나 바닷속에서 찍힌 나의 모습들은 정말 깜짝 놀라게 이상하다. 마스크를 쓴 모습은 너무나 낯설고, 무엇보다 마스크와 머리 사이에 어색하게 나타나는 이마를 참을 수가 없다. 대체 어떻게 해야 사진빨이 잘 받는 걸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멋진 다이빙 사진이 나올 거란 기대는 역시 다시 태어나야 이루어질 것 같다. 그나마 형광색 들어간 옷과 측면 뷰 인 점을 감안해, 물속 인증샷 하나 올려봐야지. 저건 마지막 날 세 번째 다이빙 때, 그나마 물속에 있는 게 편해졌을 때이다.



#7. 여행은 역시 식도락

이건 분명히 휴가인데, 친구 말대로 정글의 법칙이 따로 없다. 매일매일 야생에서 살아남는 듯한 환경과(가만히 있어도 에어컨을 안틀면 너무 덥고 습해서 죽을 지경이다.) 밤마다 공부하고 다음날 시험 보는 강행군이었다. 아니 당췌 여유란 언제 있는 건가. 생각보다 아침 점심에는 맛있는 것을 찾아먹을 시간이 없어지만, 저녁 복은 좀 있는 편이었다. 오픈워터 필기시험을 보는 날, 하필 운 좋게 다이빙 샵에서 오가라라는 이름의 거대한 생선과 랍스터를 회로 뜨고 있어서 냉큼 얻어먹었다. 다음 날, 그 생선으로 매운탕 같은 국을 끓여서 또 냉큼 얻어먹었다. 백미는 역시 마지막 날 저녁인데, 원래는 식신로드에 소개되어 유명하다던 PIC 선셋 바베큐를 예약했었다. 그러나 다이빙 샵 대표님의 전화가 왔고, '히마와리(샵 근처 일식당)에서 다금바리를 잡았다는데 같이 먹으러 안 갈래?'라는 이야기에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가야지 가야지 다금바리인데 가야지. 처음에는 친구가 '닭'이라고 들어서 거절하더니 '다금바리'라고 하니까 바로 예약 취소, 일정 변경이다.

사진13. 히마와리(HIMAWARI)의 다금바리 코스 중 회 부분

그 외, 유명해서 줄 서서 먹는다던 타이 레스토랑 스파이시 누들, 갈릭 스테이크가 유명한 그로토 레스토랑, 한식이 땡길 땐 청기와 육개장과 된장찌개, 호텔에 묵을 땐 한번은 들려야 한다는 호텔 레스토랑 조식 등으로 포식을 했다. 기간에 비해 여기저기 많이는 못 가봤지만 알차게 식사했으니 충분하다. 그런데 너무 알차게 먹었는지, 그렇게 물속에서 움직여댔는데도 살이 안 빠졌다. 믿을 수 없다.



#8. 여행 중 취미 생활

여행 가서 무언가를 하고 오겠다는 것은 하나일 때가 최적인 것 같다. 나의 경우, 긴 기간(6박 7일)을 감안해 크루져 보드 타기, 소설책 읽기,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로 그림 그리기, 원고 쓰기 등 갯수가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취미 생활을 위해 들고 가야 하는 짐이 너무 무거워서 진심 버릴까 싶었다. 이 중 대부분은 못했지만 저물어가는 체력을 일으켜 세워 굳이 굳이 오밤중에 호텔 복도에서 보트를 탔다. 사실 기념품 사러 나가면서 계속 타봤는데, 밖은 생각보다 길이 덜덜덜덜 하고 안 좋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호텔 앞에서 타볼까 했더니, 이게 웬걸! 호텔 복도가 보드 타기 너무 좋게 생겼다. 길이도 긴 구조에 바닥도 매끄럽고 속도가 안 나면 푸시 오프(Push-off) 대신 난간을 잡아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분명히 당장 쓰러질 만큼 피곤했는데, 보드를 타니까 머리가 맑아졌다. 너무 좋아. :-)

그나저나 다음 여행을 위한 결론, 꼭 하나만 가져가자. 새로 장만한 아이패드 프로에 무선 키보드, 은희경의 소설 태연한 인생, 기타 출력물들, 그리고 신발 매니아로서 네 개의 신발을 챙겨가다 보니 일단 너무 무겁다. 돌아올 때 공항에서 캐리어를 재보니 19.6kg를 찍었다. 오버차지(Over Charge) 할까봐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르겠다. 다음번에는 제발 하나만.

사진14. 몇년째 잘 못타지만 그래도 묘한 매력이 있는 크루져보드 라이딩



#9. 즐거웠어 사이판

이번 여행의 묘미는 특히 사람들이다. 이렇게 교류가 많고 정들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함께 다이빙을 해서 그런지 다들 벌써 그립다. 처음에는 무뚝뚝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 많은 다이빙 샵 대표님, 성동일 닮고 장난기 많아 나를 케찹 레이디(Ketchup Lady)로 만든 가와하라 센세, 세심하게 잘 챙겨주는 고마운 나나 8월에 시험 잘 보길, 그리고 같이 다이빙한 버디 부부(통성명을 못했네)와 간간히 대화했던 다이빙 300번 경력의 하토리상, 오며 가며 만났던 다이빙 샵 크루 분들도. 다들 덕분에 사이판에서 너무 즐겁고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가봐야지. 꼭. :-)


사진15. 물에서 나올때마다 혼났지만, 잘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가와하라 센세.
사진16. 출발하려니 비온다. 사이판 너도 아쉽지?



#10. 번외 편

귀가 아프다. 하강 시 압력 평형(Equalization)을 잘 못해서인지, 체력적으로 무리가 간 건지 모르겠지만, 귀가 아프다. 약간 부은 듯이 먹먹하고 처음에는 머리가 마치 공기통인 양 엄청 무거웠다. 출국 전 병원에 갈까 하다가 마지막 날은 약간 컨디션이 나아져서 귀국 후 바로 병원에 갔다. 같이 갔던 친구가 일광화상 때문에 바로 병원에 가는 김에 따라간 거기도 했다. 이번에 새로 안 사실인데 공항 안 B1층 우리은행 옆 쪽으로 가면 인하대학교 병원이 있고, 가정의학과 진료가 가능하며, 응급 환자를 위해 24시간 운영한다. 만약을 위해 알아두면 언제고 도움이 될 것 같다. 문진 후 나의 상태에 대한 소견은 '기압성 중이염'이었고, 귀 안쪽 실핏줄이 죄다 터졌다고 했다. 우선 약을 처방해 주었고, 주사도 맞았으니 상태를 보고 다른 병원에도 가보기로 했다.

괜찮겠지? 다음에 핀홀(Pinhole)과 오비얀(Obiyan), 그리고 티니안(Tinian)도 가보고 싶은데, 아프면 안 돼. 얼른 푹 쉬고 나아야지. :-)

..

아.. 여름 휴가가 끝났다. OTL..


2016. 07. 23.




*오자마자 포스팅을 올리고 싶었는데, 외장하드가 말썽이라 이틀을 날렸다. 덩달아 나의 여름 휴가 마지막 주말도 날렸다. 이럴수가. 이제라도 인식이 잘 된 게 어디야.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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