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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a L Dec 21. 2018

구글의 UXer들이 AI를 디자인에 적용하는 방법 #3

습관화된 디자인에 머신러닝 적용하기


     앞선 '구글의 UXer들이 AI를 디자인에 적용하는 방법 #1'(https://brunch.co.kr/@lulina724/18)과 #2(https://brunch.co.kr/@lulina724/20)에서 구글 UX 디자이너들이 사용자 중심의 머신러닝을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였는지 다루었다. 이번 글에서는 특히 '습관화(habituation)'라는 개념과 관련하여 ‘인간-중심의 머신러닝(Human-Centered Machine Learning, HCML)'을 살펴보고자 한다. 



To Habituate is Human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1.   디자인과 습관


      습관화(habituation)란 어떤 행동이 너무 몸에 배어 생각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습관화는 장기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P)라는 신경 과정의 결과로, 뇌의 동일한 회로가 반복적으로 활성화되면 뉴런에 물리적,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서 시그널 전달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현상을 뜻한다. (효율적 경로 = 더 효율적인 인지 처리 = 주의나 사고가 덜 필요함)


      습관화는 인간의 적응적인 행동이다. 최대한 많은 행동과 결정을 자동화해야 인지적 자원을 새로운 문제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계속 습관화를 시도하며, 한번 습관화된 행동에 대해서는 변화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UX 디자인의 관점에서 습관화는 모든 디자이너의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습관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은 사용자가 다른 제품으로 떠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습관은 '신호(cue)-반복행동(routine)-보상(reward)'이라는 사이클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좋은 디자인은 습관화를 위한 핵심 요소인 '보상(reward)'으로 작용하여, 반복행동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2.   습관화 vs. 머신러닝


     그렇다면 디자인에 머신러닝을 적용할 때 습관화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의외로 머신러닝은 습관화를 오히려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왜 그런지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왼쪽 이미지는 A-T까지의 20개 아이템이 그리드 형식으로 나열되어 있는 전형적인 인터페이스이다. 'J'라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사용자는 인터페이스를 살펴보고(examine), 스크롤한다음(scroll), 다시 살펴보고(examine) J를 누른다(tap). 몇번 사용하다 보면, 사용자는 J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살펴보는 단계(examine)를 건너뛸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네비게이션 단계는 두 단계(scroll - tap)로 줄어든다. 완전히 습관화되면, 사용자들은 사고 과정 없이도 더 빠르게 아이템을 찾을 수 있다.  


     이제 머신러닝을 적용해 왼쪽 인터페이스를 개인화된 UI로 개선시킨다고 해보자. 오른쪽 이미지에서 보여지듯, 새로운 인터페이스에서 아이템의 순서는 사용자가 그 순간 어떤 아이템을 원하는지에 대한 알고리즘의 예측에 따라 재배치(rerank)된다. 이러한 스마트 인터페이스에서 정확한 예측이 이루어진다면 스크롤 단계가 사라질 수 있지만, 살펴보는(examine) 단계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알고리즘이 스마트해지더라도, 사용자는 희망하는 아이템이 진짜 그곳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UI를 계속 살펴볼 것이기 때문이다.


     습관화를 위해서는 뇌에서 같은 경로가 반복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아이템의 재배치로 인해 계속 새로운 UI가 제공되면 습관화 과정은 일어날 수 없다. 게다가 탐색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평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신적 노력이 많이 드는 과정이라 더욱이 자동화되기 어렵다. 또한 머신러닝은 본질적으로 예측 도구라 완벽히 정확할 수는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 잘못 예측된 결과를 한번이라도 얻으면 습관화 루프에서 디자인은 '보상(reward)'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3.   습관화를 지키며 머신러닝 적용하기


     결국, 네비게이션 과정에  ‘평가’하는 단계가 있다는 것은, 사용자가 결코 UI를 완전히 습관화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습관화의 마법 없이는, 진짜로 ‘놀라운' 경험을 만들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구글에서는 다음 4가지 원칙을 통해 딜레마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평가'도 네비게이션 단계로 카운트할 것. 네비게이션 단계를 줄이기 위해 머신러닝을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이라면, 앞서 살펴봤듯 머신러닝 알고리즘 기반의 제안에 대해 사용자가 멈추고 평가하는 단계가 있는 경우 진짜로 줄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터페이스에서 추천된 컨텐츠를 평가하거나 시각적으로 탐색하는 과정도 네비게이션 단계로 고려해 디자인해야 한다. 


     둘째, 제품의 특성과 목표를 고려할 것.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머신러닝은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레젠테이션 전에 빠르게 업데이트가 필요한 Google 스프레드시트와 같이 생산성이 목표인 제품에 예측 불가능성을 높이는 머신러닝을 적용하면 리스크가 높아진다. 하지만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같이 사용자가 새로운 노래를 탐색하고자 하는 열린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다양한 머신러닝 기반의 추천 기능을 적용해볼 수 있다.  


Google Play Music UI


     Google Play Music의 UI는 습관화를 위한 디자인과 머신러닝 기반 추천 시스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보여준다. 전면 UI에서는 시간이나 요일과 같은 여러 요인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좋아할만한 음악을 예측해 추천해준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탐색 과정을 계속해서 거치지 않고도 듣고 싶은 음악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사이드바는 전형적인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어서 저장된 플레이리스트를 찾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과업을 쉽게 습관화할 수 있다.


     셋째, 예측 불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할 것. 개인화 또는 추천을 위해 머신러닝을 적용할 때 UI의 특정 공간을 할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Google Drive의 Quick Access 기능의 경우, 상단 특정 공간에서만 사용자에게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문서를 보여준다. 머신러닝 예측에 기반해 모든 컨텐츠 순서를 재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이 허용될 수 있는 제한된 공간을 만든 것이다. 사용자는 언제든 자유롭게 Quick Access 기능을 켜고 끌 수 있기 때문에 '습관화'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  


Google Drive Quick Access


     넷째, 실패를 전제할 것. 머신러닝이 예측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늘 고려해야 한다. 만약 예측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고치기 위해 사용자가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면, 사실상 머신러닝은 더 좋은 경험을 만들었다고 할 수 없다.

Gmail Smart Reply

      Gmail의 Smart Reply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이메일에 대한 짧은 답장을 생성하고 제안하는 기능이다. Smart Reply의 UI는 불필요하게 눈에 띄지 않으며 쉽게 무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제안된 답장의 예측도가 떨어져 사용자가 그대로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답장을 쓰는 메인 텍스트 필드에 이러한 제안이 들어가 있다면, 사용자는 매번 답변을 지우거나 편집하는 수고로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은 습관화에 상당한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예측이 실패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자연스럽게 사용자 경험에 녹아들 수 있는 방식으로 머신러닝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습관화'가 디자인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머신러닝을 적용할 때 습관화를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머신러닝은 분명 사용자 경험을 한단계 끌어올릴 잠재력을 갖고 있으나, 무작위함과 산만함, 예측 오류 등이 습관화를 방해하고 사용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결국 UX 디자이너로서, 우리가 할일은 습관화와 같은 인간의 뇌가 가진 ‘마법’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언제 그리고 어떻게 머신러닝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총 세 편에 이어 다루었던 ‘인간-중심의 머신러닝(Human-Centered Machine Learning, HCML)'은 기술의 무조건적 적용 이전에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맥락에서 중요한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다. 




참고: 원문은 Google Library에 게시되어 있는 'Predictably Smart' (https://design.google/library/predictably-smart/)입니다. 일부 내용을 추가/수정하고 의역을 거쳐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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