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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a L Feb 09. 2019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와 사용자 중심의 UX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다


       우리 집엔 TV가 없다. 집에 오면 습관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TV를 틀게 될까봐, 이로 인해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진 않을까 싶어 TV를 들여놓지 않았다. 그러다 가끔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가 생겨서 TV를 구매할까 고민할 때쯤, 오아시스처럼 넷플릭스를 만났다. 넷플릭스는 OTT(Over The Top의 약자,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로 제공되기에, 우리처럼 TV가 없지만 TV처럼 원하는 콘텐츠를 바로 보고 싶은 사용자에게 최적의 솔루션이 되어줄 수 있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 시청자를 공략하기 위한 콘텐츠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LG 유플러스와 손을 잡으면서 국내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27만명까지 증가했다. 이는 1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전세계적으로 190개 나라에서 서비스를 하며 이미 글로벌 가입자 수 1억 3900만명을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최근 5년 동안 해마다 29%의 가입자 수, 35%의 매출을 올려나가며 무서운 성장세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소비자들에게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넷플릭스의 주요 성장 전략은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 제작하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오리지널 콘텐츠가 사용자를 이끄는 가장 주요한 매력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직접 넷플릭스 서비스를 사용해보니, 콘텐츠 뿐 아니라 플랫폼 자체가 갖는 강점도 상당히 컸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UX는 사용자를 최우선에 두고 설계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1. 군더더기 없이 깔끔함 2. 세심한 디테일)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편리한 기능


       넷플릭스 첫 화면은 상단에 큰 영역으로 피쳐드된 콘텐츠 아래 특정 주제 (내가 찜한 콘텐츠, 취향 저격 콘텐츠, 시청 중인 콘텐츠 등)에 따라 콘텐츠가 리스트로 나열된 UI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든 (재생버튼만 누를 줄 안다면) 쉽고 직관적으로 한눈에 이 서비스를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다. 딱히 특별하다고 할 수 없지만 딱히 부족하지도 않다. 오히려 콘텐츠 시청이 목적인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기능만 골라놓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콘텐츠 관련 : 탐색, 검색, 알림 등록 / 프로필 관련 : 여러 사용자 관리, 프로필 수정 / 키즈 페이지 이동) 


넷플릭스 홈 화면


       콘텐츠 플레이어의 경우에도 넷플릭스 사용자에 꼭 맞는 핵심 기능만 모아두었다. (재상바, 재생-정지, 10초 이동, 사운드 조절, 회차 정보, 도움말, 다음회, 자막, 전체보기) 대표적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플레이어와 비교했을 때 10초 이동버튼, 회차정보 버튼이 연속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에게 적합하도록 추가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또한 이전 회차 이동 버튼은 없지만, 다음 회차로 이동하는 버튼이 있는 것도 빠르게 다음 컨텐츠로 넘어가고자 하는 소비자의 시청 흐름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콘텐츠 재생 화면 (넷플릭스 vs. 유튜브)


       넷플릭스는 지난 7월 콘텐츠별 이용자 리뷰 기능을 삭제한다고 발표했는데, 콘텐츠 서비스라면 당연히 후기나 평점이 있어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은 결정이었다. 이유는 역시 사용자에 기반한 것이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목적인 사용자가 시청 흐름을 끊고 평을 남기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별 5개 만점 대신 추천/비추천 형태로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하도록 했고, 이용률은 200% 증가했다고 한다. UX를 기획하다보면 사용자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하려면 메뉴를 확대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넷플릭스 사례를 보면 오로지 데이터에 기반해 정확히 필요한 기능만을 유지하는 것이 타겟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사용자를 위한 세심한 디테일 


       넷플릭스는 전반적으로 단순한 UI/UX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서비스 곳곳에 세심하게 사용자를 배려한 장치들이 숨겨져 있다.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작은 부분이지만, 이런 디테일이 모이면 사용자 경험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내가 느꼈던 작지만 매우 유용한 기능은 영상 재생 시 오프닝을 건너뛰도록 하는 기능이나 한 회차 재생이 끝나면 다음 회차 정보와 함께 15초 정도 시간을 두고 자동으로 재생되는 기능 등이었는데, 사용자 시청 패턴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기에 적용 가능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오프닝 스킵 기능, 다음 회차 자동 재생 기능


        한번은 넷플릭스를 틀어두고 잠든 적이 있었는데, 아차 싶어 아침에 일어나 얼른 확인해보니 재생이 멈춰져 있었다. 오랜시간 재생하면 어느 순간 팝업이 뜨면서 계속 시청하고자 하는지 확인하는 기능이 있었던 것이다. 화려함보다는 이런 세심함이 사용자를 감동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디테일하게 조정되는 자막의 위치


        자막의 경우에도, 자세히 보면 사용자 경험의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감독, 배우, 배급 등 텍스트 정보가 하단에 있으면 자막은 상단에 제시되고, 한 화면에 2명의 배우가 있으면 대사를 하는 배우에 근접하게, 하지만 극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게 자막의 위치가 조정된다. 누가 말하는지 애매할 경우 상단 이미지와 같이 극중 이름을 표기하기도 한다. 또한, 들리는 영어와 보여지는 한글 자막의 번역이 서툴러 싱크가 안 맞으면 콘텐츠 시청에 방해될 수 있는데, 넷플릭스에서는 미묘한 언어적 의미도 번역이 잘 되어 있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기까지 한다. 



그들은 자신의 사용자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전반적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면서 느낀 점은 넷플릭스 기획자들은 그들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어떤 패턴으로 시청하는지, 다음 콘텐츠로 무엇을 탐색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존에 한편씩 업로드 하던 드라마 관행을 깨고 한 시즌 에피소드를 한번에 업로드해 'Binge watching'(드라마 전편을 몰아보는 시청 형태) 패러다임을 공고히 하고, 스마트폰-TV-노트북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기기 연동성으로 'Netflix Everywhere'를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만들어낸 것도 넷플릭스는 그들의 사용자를 가장 우선에 두고 고민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콘텐츠 추천에 있어 개인화된, 맞춤화된 서비스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시청한 콘텐츠가 아직 많지 않아 데이터가 부족해서일 수 있지만, 내 취향과 '98%, 99% 일치'라며 추천하는 콘텐츠를 실제로 시청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주로 시청 데이터에 기반해 콘텐츠를 추천하는데, 시청했다고 해서 해당 콘텐츠를 좋아했다고 단정짓긴 어렵고, 에피소드마다 선호도가 달라질 수도 있기에 완전히 정확한 추천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로 나타나는 나의 취향과의 일치도

          따라서 콘텐츠 평가를 독려하거나 사용자의 콘텐츠 취향을 반영하도록 하는 장치가 좀더 추가된다면 알고리즘 정확도가 좀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머신러닝으로 작동하는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은 이용자를 꾸준히 넷플릭스에 머무르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향후 서비스 이용 데이터 증가에 따라 어떤 식으로 발전하게 될지 상당히 기대된다. 




동영상 서비스 전성시대, 그리고 넷플릭스 


      지금은 그야말로 영상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는 이미 10대들에게 영상 플랫폼을 넘어 정보 검색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틱톡은 세계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영상 콘텐츠를 서비스에 녹이고 있다. 다른 동영상 플랫폼은 누구든 영상을 제작해 올릴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기에 영상 품질에 격차가 크지만, 넷플릭스는 일관된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 전성시대


      향후에도 넷플릭스는 꾸준히 성장하며 전세계에서 자신의 점유율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와 같은 전통 미디어 강자가 OTT 시장에 뛰어든다고 하지만 이미 넷플릭스는 전세계적으로 로열 사용자층을 확보했고, 국내의 경우에도 SK브로드 밴드의 옥수수, CJ의 티빙, 왓챠 플레이 등과 비교했을 때 넷플릭스가 가진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이 너무 강하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시청자의 참여를 통해 스토리가 바뀌는 인터랙티브 영화('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와 같은 새로운 실험적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넷플릭스에서 또 어떤 새로운 시도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 경험을 색다르게 변화시킬지 궁금하다. 






<참고> 


넷플릭스 돌풍…가입자 127만명 `쑥`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9&no=60875

넷플릭스, 가입자 1억 3,900만 명 기록…'버드 박스' 시청자만 8,000만 명 https://kr.ign.com/nespeulrigseu/5573/news/nespeulrigseu-gaibja-1eog-3900man-myeong-girogbeodeu-bagseu

유튜브보다 넷플릭스 많이 본다는데…이대로 괜찮은 걸까 https://www.sedaily.com/NewsView/1S5XNQTYPU

넷플릭스, 이용자 리뷰 기능 삭제 https://www.kobiz.or.kr/new/kor/commBoard/news/commNewsView.jsp?blbdComCd=601001&seq=2595

넷플릭스·유톡피아에 푹…재미있으면 뭐든 올라탄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877397.html

넷플릭스 "디즈니, 신경 안써…유튜브가 경쟁상대" http://www.zdnet.co.kr/view/?no=20190118162324

[리뷰]넷플릭스의 실험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인터랙티브 영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103205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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