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리는 것 보다 더 힘든 건
놓아버린다.
정리에 목숨을 건다.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끊임없이 보이고, 한 번 거슬리기 시작한 것은 도저히 그대로 둘 수가 없어서. 화분이 놓인 각도, 아무것도 없었으면 하는 공간에 있는 종이 한 장, 유리 거실 테이블 위에 있는 먼지 한 톨 까지. 아낌없이 버리고, 보이지 않게 숨긴다. 깔끔하고 마음에 드는 공간, 거슬리지 않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집착에 반나절 정도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렇지만 나의 공간은 나 혼자 사용하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나 조차, 정리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이 몰려올 때, 공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흐트러진다. 옷에 거는 에너지를 쓰느니 누워야 할 때. 어디가 제자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순간에, 타인에게 맡긴 정리가 나의 방식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일 때. 칼 같은 각에 집착했던 순간들 무색하게 공간은 혼란스러워진다.
그렇게 놓아버린 공간이 다시 정리의 순간을 맞이하는 건 역시나, 다시 '거슬릴 때'다. 다른 어떤 급한일의 우선순위 보다 어질러진 공간이 더 마음을 어지럽힐 때. 그리고 보통은 '시험 기간'효과 마냥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거슬림보다 더 강력한 '피로'가 온몸을 지배하는 요즘이다. 깨진 유리창이 있는 골목에 더 많은 유리창이 깨질 확률이 높은 것처럼 한 번 어질러진 공간에 물건을 턱턱, 아무 데나 놓아두는 것은 점점 더 쉬워지고. 그렇게 공간이 이렇게나 망가졌는데도 도저히 손을 댈 수 없다. 오래 둘 수록 점점 더 원상복구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텐데, 걱정만 한가득이다. 이제 몸의 상태를 이길 수 있는 정신 따위란 없다. 예민함 마저 못 이기는 피로감. 아. 활기차고 싶다.